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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대오는 회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칼럼] 박지용 병의협 조직강화이사∙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공의모) 대표

    기사입력시간 2025-04-01 07:29
    최종업데이트 2025-04-01 08:43

    지난해 6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사총궐기 당시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노조의 투쟁 기록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구성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숙식을 함께하며 결속을 다지는 장면이다. 파업이 지속되는 동안 사업장 인근에 숙소를 마련하고, 동료들과 24시간을 함께하며 조직력을 강화했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의료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일부 의국에서 처우개선을 요구한 레지던트들이 파업하며 숙소를 마련하고 합숙한 사례다. 겉으로는 마치 MT처럼 보일 수 있지만, 모두가 함께하고 단합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이 되어야만 단결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일대오는 회의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 물리적으로 함께 해야만 가능하다.

    지금 의대생들의 투쟁은 물리적·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상태다. '미등록·휴학'이라는 1차 방어선이 무너지고, 수업거부라는 2차 방어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외부에서는 그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언론 보도는 "복귀 수순", "의대협에 '어쩌란거냐'는 학생들" 같은 표현으로 이미 해산된 투쟁처럼 묘사하고 있다. 

    단일대오의 실체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사회는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운 단일대오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곧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회의나 성명서가 아닌, 실체의 확인이다. 투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물리적으로 함께 모이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1만명 이상의 의대생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단일대오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아주 분명한 증거가 된다.

    정치적 상황 또한 학생들에게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인용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의가 격화되고 있고, 여러 시민 단체와 직역들이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고 있다. 

    의대생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충분히 당사자성 있는 행동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처단 대상으로 삼았던 전공의들의 직계 후배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동안 모호했던 요구를 현실성있게 명확히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요구 조건 중 하나로 내세운다면 의대생들의 소위 '2차 방어선'은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2020년에 대전협이 집회를 선언하고 의협의 도움을 받아 1만명 규모였던 여의도 집회를 성공시키는데 걸린 시간은 단 5일이었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충분히 가능하고  해볼만하다.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단일대오는 유지될 수 없다. 그 실체를 확인하는 방법은 바로 거리에서 다같이 함께 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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