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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셔병 환자 80%가 겪는 뼈 통증

    [인터뷰] 이탈리아 모데나 의대 카루비 박사

    기사입력시간 2017-04-29 08:46
    최종업데이트 2017-04-29 08:46

    사진: 고셔병 전문가인 이탈리아 모데나대학교 의과대학의 프란체스카 카루비(Francesca Carubbi) 박사

    희귀 유전대사질환인 고셔병은 간과 비장 등을 비롯해 골격계와 신경계에 큰 문제를 야기하는데, 증상이 복합적이고 만성적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하지만 증상도 다양하고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진단이 늦어지거나 다른 질병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그래서 실제 고셔병으로 진단받기까지 7년에서 10년 정도까지 걸리는 경우가 많다.
     
    고셔병은 열성유전으로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glucocerebrosidase) 효소가 결핍돼 글루코세리브로사이드(glucocerebroside)가 대식세포에 쌓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간이나 비장이 비대해지고, 적혈구나 혈소판을 파괴시켜 빈혈이나 출혈, 멍, 골염, 골절, 골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인구 4만에서 6만 명당 1명 정도로 발현하는데 국내의 경우는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셔병은 비신경형(제1형), 급성신경형(제2형), 만성신경형(제3형)으로 나뉘는데, 특히 제1형의 경우는 80%가 고셔병의 가장 심각한 증상인 골격계 증상을 겪는다.
     
    국내 의료진들과의 교류를 위한 내한한 고셔병 전문가인 이탈리아 모데나대학교의 카루비 박사(Francesca Carubbi M.D., Ph.D.)를 만나 진단 및 치료법,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고셔병은 어떻게 진단하나?
     
    가족력을 비롯해 일반적인 증상의 발현여부를 확인하고, 혈액검사를 통해 빈혈이나 혈소판 감소증이 확인되면 골수검사를 시행해 고셔세포가 관찰되는 지 살핀다.
     
    고셔병 확진을 위해서는 효소의 활성도 검사 및 유전자형 확인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조기 진단을 위한 다양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는데, 뼈 증상과 관련해서는 뼈 모니터링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특정 뼈 지표(Bone marker)가 없기 때문에 이를 시행 및 올바르게 해석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는 신생아 스크리닝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왜 조기 진단이 중요한가?
     
    수년간 골 통증이나 골 위기 등을 겪음에도 대부분 골염이나 다른 질환으로 잘못 치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또 진행성이고 만성적·다중적인 질환으로, 한 번 발병하고 나면 비가역적이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뼈 증상의 경우 치료를 해도 반응이 늦고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이미 파괴적인 변화가 발생한 후에는 완전한 회복이 어려워 조기치료가 더욱 중요하다.
     
    한편, 소아환자의 경우 성장 지연이나 체중·근육량 감소를 비롯해 뼈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제2형의 경우는 출생 때부터 발현해 심각한 상태에 이르면 2세 이상 생존하기 힘들다.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조기 진단에 대한 인식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 고셔병은 소아에서 성인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하게 증상이 발현되기 때문에 소아과뿐 아니라 내과, 혈액전문의 등도 이 질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다. 고셔병은 다양한 신체 기관에 영향을 미치고 다방면의 증상을 야기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고 적합한 검사를 시행해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희귀질환자를 위한 각종 법률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전 세계적으로 공유될 때 고셔병에 대한 전문성과 지식 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고셔병의 치료법에는 무엇이 있나?
     
    효소대체효법(ERT: Enzyme replacement therapy)이 지난 20년간 골든 스탠다드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환자 정맥에 직접 주사해 세포 내 결핍된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glucocerebrosidase)를 공급해주는 방식으로 매 2주 간격으로 주사하며 장기적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이다.
     
    고셔병 진단을 받으면 조직과 신경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후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적절한 치료제의 양을 정한다.
     
    ERT의 효과는 임상 연구를 통해 비장 절제술 환자의 경우 83% 이상, 비절제술 환자의 경우 93% 이상이 골절이나 뼈 통증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기질감소치료법(SRT: Substrate reduction therapy)이 새로 개발돼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출시됐다.
     
    환자의 치료 편의성을 고려한 경구형 약제로, 3상 임상 연구(ENCORE)에 의하면 기존 효소대체요법 대비 비열등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위와 같은 치료법 덕분에 고셔병은 만성질환과 같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평생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고셔병뿐 아닌 리소좀 질환 연구 활발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파킨슨 질환, 알츠하이머 질환 등에서 고셔병에 관한 힌트를 얻고 있다. 이러한 연구가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국내외 연구진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