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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자산관리, 섣부른 예측보다 대응하는 힘을 길러라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기사입력시간 18-01-18 13:00
최종업데이트 18-02-0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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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은 'KB Doctor's 자산관리 서비스'의 일환으로, WM스타자문단의 연속 칼럼을 통해 부동산, 세무, 투자전략 등 의사들을 위한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시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년만에 금융 위기 악몽 되살아난 원장 

충남 중소 도시에서 작은 의원을 어렵게 꾸려가는 이경수(가명, 57세) 씨는 지난 2008년 가을을 잊지 못한다. 당시 그가 운영하던 제법 잘나가던 병원이 금융 경색에 따른 자금난으로 부도가 났다. 병원을 크게 확장하면서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다 쓴 게 화근이었다. 2008년 초만 해도 금융 시장이 비교적 평온했기에 병원의 부채 비율이 다소 높다고 하더라도 난관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위기는 갑자기 찾아왔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그해 10월 터지더니 금융 시장은 돌변, 꽁꽁 얼어붙었다. 급전을 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소용없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미국 경제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던 태평양 너머의 극동, 그것도 지방 중소 도시의 작은 병원까지 무너뜨렸다. 미국 금융 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번진 결과다. 그는 “여름철 갑자기 내린 폭우로 계곡 급류에 휩쓸린 기분이었다”라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렸다. 그로서는 1998년 외환 위기 때도 경영난을 겪은 터라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잘나가다가도 회오리 한 번에 훅 가는 게 작은 회사의 운명인데, 인생도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흔히 작은 위기는 수시로, 큰 위기는 10년마다 찾아온다고 한다. 물론 10년 위기설은 1998년, 2008년 두 차례 찾아온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에 근거한 경험치에서 나온다. 예지력을 지닌 미래학자가 아닌 필자로서는 이번에도 10년 위기설이 현실화할지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타이밍(Timing)이 적중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10년 주기가 아니라 15년, 아니 20년 주기든 노후 자산 재설계하는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역사는 동일하게 반복되지는 않지만 일정한 리듬은 탄다고 하지 않는가. 시차만 있을 뿐 위기는 또 찾아올 것이다. 오히려 불쑥 찾아오는 불규칙한 위기가 더 위험하다.

예고된 위기는 어느 정도 준비가 가능해 충격이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자산 재설계는 10년이 아닌 20년, 30년, 아니 40년 이상의 포트폴리오로 짜야 한다. 10년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방심하는 순간, 또 다른 위기가 불쑥 찾아와 당신을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시로 당신을 덮치는 양털 깎기에서 살아남아라. 순간순간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멀리 보고 차분히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는 얘기다. 

사실 경제의 글로벌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돛단배 신세다. 세계 각국과 무역을 통해 먹고사는 대외 개방형 한국 경제는 외풍이 불 때마다 살얼음판 걷듯 조마조마해진다. 배 운항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돛단배는 항해 중 기습 폭풍우를 만나면 언제든지 난파될 수 있다. 바다는 평상시에는 사슴처럼 온화하지만 언제든지 포악한 늑대로 돌변한다. 미리 방비하지 않는다면 흉포한 늑대 앞에서 당신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을 하든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것이 좋다. 큰 위기를 잘 넘겨야 생존 게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인생은 앞으로도 길다. 긴 여정인 만큼 극단적인 상황이 오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슬기가 필요하다.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이든, 회사를 운영하는 최고 경영자든, 개인이든 비상시에 대비한 유보금을 항상 넉넉히 쌓아놓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 유보금은 위기에 대응하는 일종의 생존 자금이자, 충격을 누그러뜨리는 완충 기제다. 

아마추어 수영 선수가 강물에 빠져 죽는 이유

간단한 퀴즈. 깊이가 평균 1.4m인 강을 건너던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강 깊이가 일정하게 1.4m라고 생각하는 ‘평균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강물의 깊이는 위치에 따라 천양지차다. 수치를 단순히 평균할 때 인식의 오류가 발생한다. 강 가장자리의 깊이는 고작 10cm에 불과할 수 있지만, 강 중앙은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어, 깊은 곳은 3~4m에 이를 수 있다. 

강폭이 넓으면 아마추어 입장에서는 더욱 치명적이다. 강을 건너느라 체력이 소진되면서 그만큼 익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기간이 짧으면 평균의 함정을 운 좋게 비껴갈 수 있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요행으로 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행운은 무한대로 반복되지 않는다. 내 앞에서 펼쳐지는 일이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함과 섣부른 낙관은 반드시 사고를 부른다. 그 안일함과 낙관이 지나칠 때 자만심과 오만으로 이어지고, 결국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시쳇말로 잘나가던 사람을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자만심과 오만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승승장구하던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갑자기 퇴출당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것이다. 부동산 불법 거래, 논문 표절, 사기, 문란한 사생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다르나 자기 관리에 실패한 것은 공통점이다. 자기 관리는 어떤 유혹에도 자신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도덕적·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즉, 비정상적인 삶이 되지 않도록 자기를 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관리 잘하기는 말만 쉽지, 행동은 어렵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만든 가이드라인이 쉽게 허물어진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잠시 일탈 행위를 한다고 해서 나중에 문제야 되겠어?” 운이 좋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탈 행위가 한 번이 아니고 반복될 때 반드시 꼬리를 밟힌다. 요행은 영원히 나를 지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 관리도 마찬가지다. 요행으로 잠시 큰 이득을 챙길 수 있으나 오래가지 못한다. 오히려 나중에 자신을 파멸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로또 당첨자의 불운을 보라. 자산 관리는 말 그대로 자산을 뻥튀기하는 게 아니라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다.

나의 미래를 알면 행복할까

요즘 이런 상상을 해본다. 나의 미래를 알면 행복할까. 만약 내 아들이 고시나 대기업 입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하거나, 결혼해서 토끼 같은 손자를 얻는 소식을 10년 전에 미리 안다면 안도와 함께 기쁨이 넘쳐날 것이다. 행복의 반대편에는 불행이 있다. 만약 아들과 손자 앞에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있음을 미리 안다면 오히려 모르는 게 나을 것이다. 

불행과 행복이 같은 질량일 때 인간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행복은 과소평가하고 불행은 과대평가하지 않을까. 이럴 경우 행복은 불행에 묻힐 것이다. 행복과 불행 셈법은 ‘1+1=2’식의 단순 계산이 아니다. 숫자 이면에 인간의 주관적인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미래를 아는 사람은 결코 행복하지 못할 것 같다. 곧 닥칠 불행에 대한 불안으로 밤잠을 설칠 테니까. 그러니 자신의 미래를 미리 알기 위해 애쓰지 마라. 점술가의 힘을 빌려 알려고 해도 정확히 맞히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안다고 해도 행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를 점치기보다는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힘이다. 

미국 주식 투자의 전설적인 인물인 제시 리버모어(Jesse Livermore)는 “태양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따금 날벼락을 맞게 된다”라고 말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예상 밖의 일로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경제 신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팻테일 리스크’(Fat Tail Risk: 두꺼운 꼬리 위험)’나 ‘블랙 스완(Black Swan: 흑고니)’과 비슷한 개념이다. 팻테일 리스크나 블랙스완은 극단적인 사건이 확률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던지는 것을 말한다. 

팻테일 리스크는 통계학에서 파생한 용어다. 가령 평균값을 중심으로 종(Bell) 모양으로 배치된 정규 분포를 보면 가운데는 두껍고 꼬리 부분은 가늘다. 꼬리 부분은 발생 빈도가 극히 낮은 극단 값이다. 꼬리 부분이 두껍다는 것은 생각지 못한 일이 의외로 많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또 블랙 스완은 일반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흑조(黑鳥)로,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의 은유적 표현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시장의 블랙 스완은 평균 4.1년을 주기로 발생했다. 블랙 스완이나 팻테일 리스크는 예기치 못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우연성’이다. 지금 당장 재산 불리기보다 미래에 언젠가는 닥칠 우연성을 대비하라. 요컨대 섣부른 예측보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는 오픈 마인드, 그리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힘이 중요한 것이다. 자산 관리의 장기적인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예측력보다는 대응력이다.

인구 쇼크, 어떻게 받아들일까

인구는 한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이다. 유효 수요를 측정하는 가장 신뢰도 높은 도구인 인구는 거부할 수 없는 도도한 물결처럼 경제를 움직이는 강력한 기제로 작용한다. 인구가 늘어나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집값도, 땅값도 오를 수 없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지형도를 바꿀 것이다. 인구는 항해 선박을 인도하는 등대처럼 부동산 시장의 향후 방향을 제시한다. 인구의 흐름을 읽어야 부동산 시장의 중장기 트렌드도 내다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인구가 부동산 시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고령화•저출산이 촉발할 인구 쇼크는 미래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중대한 위협이다. 다만, 인구 쇼크가 현실화하는 ‘시점(Time)’과 ‘강도(Strength)’에 대해서는 좀 더 깊게 논의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거론하는 인구 쇼크의 오류 2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먼저 인구의 큰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만, 너무 깊게 빠지면 또 다른 위험을 부른다. 인구는 먼 미래를 바라보는 망원경이다. 망원경을 꺼내 돋보기로 사용해보라. 바로 앞의 사물을 보려고 하면 초점이 흐릿해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해석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지금 당장 일어나는 부동산 문제를 모두 인구 잣대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 단기적으로는 인구보다는 정책이나 금리 등 다른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값이 떨어진다는 신문 기사만 봐도 혹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일본 버블 붕괴 방식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호떡집에 불난 듯 호들갑 떨지 마라. 20~30년 뒤에 일어날지 모르는 일을 2~3년 뒤에 곧 닥칠 것처럼 조급증에 빠지는 것은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리고 인구 위기론의 또 다른 맹점은 지나친 공포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고령화•저출산의 위기는 언젠가는 우리 앞에 닥칠 것이다. 그러나 인구 위기는 새벽안개처럼 스멀스멀 다가온다. 새벽안개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옷이 젖는 것처럼 고령화•저출산의 위기는 우리나라 경제를 서서히 옥죌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인구 위기를 단기간에 확 쏟아지는 한여름의 소나기로 잘못 생각한다. 그래서 인구 얘기만 꺼내도 세상이 금세 끝날 것처럼 종말론적인 우울 증세를 보인다. 

요즘 전문가까지도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인구 감소 시대’를 벌써부터 꺼낸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앞으로도 2031년까지, 가구는 그 이후까지 각각 늘어난다. 물론 생산 가능 인구(만 15∼64세)는 2017년부터 줄어든다. 한창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 경제 체력은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총인구와 가구가 늘어나는 한, 부동산 가격이 인구 요인에 의해 갑자기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빨리 고령 사회에 도달한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최근 집값이 크게 올랐다. 인구 요인보다 마이너스 금리 효과 때문이다. 인구는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라 중요한 요인일 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인구에 집착하는 오류를 범한다. 고령 국가인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리적으로 너무 가까운 탓이다. 

공포보다는 현실적인 대안 찾기

문제는 평범한 사람이 인구 쇼크에서 나 홀로 탈출할 방법이 있겠느냐는 점이다. 방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일이다. 인구 쇼크를 피하기 위해 젊은 인구가 많은 베트남 등 동남아로 이민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 대부분 이런저런 걱정을 하면서 지금 거주지에서 꾸역꾸역 살아갈 것이다. 역사의 큰 물결 앞에서 소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지 않다. 한국에 살면서 인구 쇼크로부터 나 혼자 벗어나겠다는 것은 비바람 치는 날 한강 다리를 걸으면서 ‘우산을 썼으니 비를 안 맞겠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일부 비를 덜 맞을 뿐이지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잘 구분하는 것도 현명한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마음을 접는 게 속이 편하다. 두려움에 떠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막연한 이상론보다 차라리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도 좋다.

부동산 문제로 좁혀보자. 인구 쇼크를 피할 방법은 없을까. 한국을 벗어나지 않는 한 인구 쇼크의 무풍지대는 없다. 절대적 안전지대보다는 상대적 안전지대를 찾는 게 지혜로운 해법이다. 부동산을 교외보다는 도심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도심이 인구 쇼크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고, 손해를 보더라도 덜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