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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제재 기준 변화 필요

    [칼럼] 최미연 변호사

    핫팩 초음파저주파 치료기 등 일반인 구입 가능…의료취약지 행정처분 기준 완화해야

    기사입력시간 2018-10-31 02:45
    최종업데이트 2018-11-01 18:26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미연 칼럼니스트·변호사] 의료법 제27조에서는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의료인이라도 면허 범위 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그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대리수술로 인한 환자사망과 같이 의료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극단적인 사례가 발생했는데,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 중 가장 위법성이 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살펴보면 병·의원에서 의료인의 지도감독 없이 간호조무사나 일반 직원에게 의사나 간호사의 업무를 하게 해 문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 한 의료인은 의료법 및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 및 자격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의료인이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해 형사절차에서 벌금을 선고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행정처분도 자격정지가 아닌 보다 중한 면허취소처분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와 별도로 의료법상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3개월의 업무정지처분이 가능하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무자격자와 공모해 업(業)으로(영리목적이 있고 무자격의 의료행위가 주된 것으로서 지속적인 경우)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무자격자 및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 한 의사 역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 때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벌금도 필수적으로 함께 선고된다.

    이와 같이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하도록 공모해 업으로 병·의원을 운영한다면 단순히 무면허 의료행위와 관련한 의료법위반에 대한 형사처벌보다 훨씬 그 형이 중하다. 이는 업으로 하는 특성상 무면허 의료행위의 보건위생상 위해의 정도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반영한다. 

    그런데 흔하게 적발되는 무면허 의료행위의 실례를 들어보면 병원에서 간호조무사에게 수술보조행위를 시킨 경우, 임상병리사에게 자궁경부암 진단을 위한 세포채취를 하는 경우, 방사선사에게 정맥주사나 채혈을 시킨 경우 등과 같이 위법성이 중대한 경우가 있다. 반면, 물리치료로 하는 핫팩이나 초음파자극기를 물리치료사나 간호사가 아닌 일반직원이 하게 한 경우 등 비교적 위법성이 경미한 경우가 있다.

    흔하게 문제되는 경우는  의료인의 지도감독 없이 간호조무사 또는 일반직원이 핫팩을 이용해서 물리치료를 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따라 병·의원 의사는 최대 자격정지 15일, 한의원은 최대 자격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의료법이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상 형사처벌과 관련해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기소는 됐으나 법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는다면 일정범위 내 처벌이 감경될 수 있다.

    또한 농어촌 등에 소재한 의료기관으로 해당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1개소만 있을 때는 1차 위반 시 처분 면제, 2차 위반 시 2분의 1 범위 내 감경이 될 수 있다.

    대법원 판결(2003도2903판결)에 따르면 의료행위에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행위뿐만 아니라 의학적 전문지식이 있는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가 포함된다.

    법원은 여기에서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판단할 때 보건위생상 위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위해가 발생할 추상적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핫팩과 같은 물리치료는 실제 환자가 해당 행위로 화상을 입었는지 여부는 고려사항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에 주의를 요한다.

    의사가 간호조무사에게 환자의 복부에 핫팩을 올려두도록 지시만을 한 후 이를 감독하지 않아 실제로 환자가 화상을 입은 사고라면 해당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상죄로 벌금을 선고받은 사례가 간혹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 핫팩이나 초음파나 저주파 치료기만으로 상해가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한 초음파나 저주파치료기는 일반 소비자가 인터넷에서도 구입해 가정에서 사용 가능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핫팩이나 초음파, 저주파치료기 사용을 의사나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보고 있는 현 실무관행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도 있어 보인다.

    이는 물론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기준이 없는 현행 의료법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의료행위를 판단할 때 추상적 위험성을 기준으로 하는 법원과 행정청의 입장 때문이기도 하다.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로 일부 산간이나 지방의 일부 지역 등에는 교통이나 환경적 요인 때문에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고용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농어촌 소재 의료기관은 단순히 비용절감을 위해 고의로 무면허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득이하게 무면허의료행위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상 처분면제사유인 농어촌 지역에 있는 유일한 의료기관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는 실무상 거의 없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일정 km내에 의료기관이 하나라도 더 있다면 처분 면제요건에서 탈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취약지 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만이 아니라 행정처분과 관련해 의료취약지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 기준을 완화하거나 그 적용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의료취약지에 필요한 의료기관의 공급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간호인력의 부족으로 인한 처분사례가 많아지면 적절한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면허의료행위가 국민의 생명, 신체에 미치는 위험성은 매우 중대한 것이다. 이에 상응하는 만큼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한 제재 역시 중대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의료기기 사용의 변화나 의료서비스 취약지역인 농어촌에 소재한 의료기관 실태를 고려하지 않는 현행 규제와 처분관행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