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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건강보험 적자 2050억, 건강보험 투트랙 운영하고 수가 더 받자"

    중소병원협회서 화두 제시, 역외 건강보험공단 설립과 해외 환자용 건강보험 제정

    가입자 확보와 수가 신설, 대형병원 쏠림 심화 등 문제점도 지적

    기사입력시간 2018-06-01 07:54
    최종업데이트 2018-06-01 08:0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국내 건강보험과 해외 환자들(재외국민, 외국인 환자)의 건강보험을 분리해 ‘투트랙’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외 환자의 건강보험 적자를 막고 건강보험보다 수가를 높게 책정해 병원 수익에도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역외 건강보험공단을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이용균 겸임교수는 5월 31일 대한중소병원협회 정기총회 및 학술세미나에서 ‘건강보험 개방과 의료기관의 질 향상’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750만명의 재외국민과 27만명 외국인의 국내 건강보험 가입자를 주 대상으로 하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아시아, 중동 국가 등 외국인 대상의  건강보험을 별도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라며 “현행 건강보험 수가의 할증액(플러스 알파)을 적용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국내 의료기관의 운영 활성화와 고용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병원급 병상가동률 43.8%, 새로운 활로 모색 필요성 제기  
    ▲이용균 교수 발표 슬라이드 

    국내 병원은 병상수 과잉공급으로 병상가동률이 저조하지만, 해외 진출 등의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균 교수가 제시한 2017년 국내 병원들의 병상 공급 양상을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4만263병상, 종합병원 9만3623병상, 병원 13만4198병상, 요양병원 26만3765병상, 의원 및 기타 8만9773병상 등이었다. 

    이 교수는 “요양병원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급성기 입원환자를 많이 가져갔다. 하지만 병원, 특히 중소병원의 병상가동률은 많이 떨어졌다”라고 했다. 2015년 기준 상급종합병원의 병상가동률은 86.3%로 가장 높았고, 종합병원 67.9%, 병원급 43.8%, 요양병원 59.8%, 의원 31.4% 등을 기록했다.  

    2014년 병원들의 100병상당 의료수익(매출)을 보면 평균치는 1383만7191원이었지만 상급종합병원일수록, 규모가 클수록 수익이 많았다. 100병상 이상부터 300병상 미만 병원의 100병상당 의료수익은 881만1743원이었고 300병상 이상~500병상 미만 병원 1149만928원, 500병상 이상 병원은 1464만7851원이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500병상 이상 1000병상 미만 병원은 2051만4546원, 1000병상 이상 병원은 3256만4223원이었다. 

    그렇다고 장례식장과 임대수익 등 병원들의 의료외수익 비중도 높지 않다. 2012년 전체수익 중 의료외수익 비율을 보면 병원급 전체는 4.9%인 가운데, 상급종합병원 5.5%였고 병원급은 2.3%였다. 이 교수는 “실제적인 병원 경영을 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 중소병원의 현실”이라며 “최저임금 상승 등 중소병원의 임금비율이 많이 오르고 있고 수가 인상도 쉽지 않다”라고 했다.  

    병원들은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지만, 이 마저도 답보 상태다. 이 교수는 “한국 의료가 해외 진출을 선언했지만 진출 대상국의 의료정책, 법률, 시장성, 경쟁사 등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국내 의료기관이 해외에 가서 사업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라고 했다. 이어 “현지 소통이 어렵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선정이 어렵다. 중국 같은 곳은 자금 송금도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유망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진출 역시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 교수는 “한국의 중국전문가 평가 의견을 보면 한국계 병원의 중국 진출은 총체적인 실패라고 했다”라며 “병원 지배구조가 명확하지 않고 위험을 부담하지 않아 현지와 합작 계약에 의존한다. 하지만 합작계약서 작성을 치밀하게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 모바일 세대로 변화가 이뤄지다 보니 시장을 만들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국 인민병원들도 대부분 2000병상 이상이며, 만만한 시장은 아니다”라며 “베트남은 쉽게 인허가를 내주지 않으려는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건강보험 적자 2050억원, 별도 가입 필요성 제기  

    이에 따라 중소병원들은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의 한계점으로 외국인만을 위한 건강보험제도와 역외 건강보험공단을 구상하게 됐다. 주로 이용할 사람은 재외국민 750만명과 현재 건강보험에 가입한 27만명의 국내 외국인 근로자, 국내 외국인, 국내진출기업종사자, 희망하는 외국인 등이다. 

    이 교수는 “매년 환자수 자체가 늘더라도 같은 수가 체계 속에서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중소병원들은 어떻게든 새로운 환자를 발굴해 내야 한다. 해외 환자를 위해 눈을 돌려보자는 아이디어를 발상하게 됐다“고 했다.  

    또한 외국인들이 가입한 건강보험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교수는 “외국인의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27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0.5%(5094명)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로 2017년 이들이 유발한 재정적자는 2050억원에 달했다"라고 했다. 이어 "외국인들이 공단에 낸 보험료보다 공단에서 지급한 금액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는 2012년 778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을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외국인 환자로부터 국내 병원을 선택할 여건은 충분하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외국인 환자들이 국내 병원을 이용하려면 가격 경쟁이 있거나 품질 경쟁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는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 품질도 우수한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선진국 의료기술의 80~90% 수준이고 암(위, 간, 자궁, 대장, 갑상선, 유방, 췌장 등)의 5년간 상대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첨단 의료장비(CT, MRI, 초음파, PACS) 등을 다수 구비하고 있고 검진 역시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 교수는 “의료가격 수준은 한국을 100이라고 봤을 때 미국 338, 싱가포르 105 등이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과 외국인을 위한 역외 건강보험 투트랙으로 개방형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라며 “중소병원은 새로운 파이를 만들 수 있고 국가적으로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역외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운용은 일정한 건강보험료를 일정기간, 일정금액을 납부하면 해당 건강보험을 자국민처럼 이용할 수 있다”라며 “싱가포르의 ‘메디세이브 어카운트’ 모형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싱가포르 모형은 개인적인 의료보험 계정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보험료가 은행에 쌓이는 구조로, 본인이 비용을 아끼려고 노력할 수 있다"라며 "환자들이 중증 질환에 걸리면 국가적인 펀드 지원을 받도록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글로벌 개방형 건강보험제도나 공단 설립을 위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역외 건강보험공단의 관리감독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역외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정부와 병원의 윈윈 전략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를 통해 외국인 환자와 재외국민의 건강보험 보장, 중증진료 활성화를 통한 국내 의료서비스의 고도화와 의료서비스와 연계된 산업 육성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외국인 환자들이 관광산업 등 새로운 부가가치산업이 같이 발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보험조건에 따른 건강보험료 산정을 검토할지 정할 수 있다. 의료보험과 중복 가입했을 때 비례 분담할 수 있다"라며 "다만 해외 건강보험 가입 등은 영업활동이 인터넷상으로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 또 외국인 환자의 국내 병원 병상점유율 제한을 현행 5%에서 30~40%까지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입자 확보와 수가 신설, 대형병원 쏠림 등 장벽도 산적
    ▲이용균 교수, 조원준 민주당 전문위원, 김태현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이병문 기자, 정영호 중소병협 신임 회장 

    정영호 대한중소병원협회 신임 회장은 “미래를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과연 지속 가능할지 문제다”라며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를 세계적으로 의미가 있으며, 이를 세계에 알릴 필요성이 있다"라고 했다.  

    정 회장은 “제2 건보공단의 가입자는 우리나라 국민이 아닌 외국인”이라며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역외 건강보험공단을 검토한 적이 있고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접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가입을 할 수 있는 대상자들이 가입을 하지 않고 중증 질환자만 가입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금방 망할 수 있다"라며 "한국 의료서비스는 어쩌다 한 번 이용하는 것인데, 보험이 필요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재정 부담에 대한 문제도 생길 수 있다”라고 했다. 

    정 회장은 “외국인 환자에서도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 생길 수 있다. 중소병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라며 "하지만 지금부터 이런 논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원준 민주당 보건의료전문위원은 "비용 대비 효과가 충분하려면 그만큼의 가입자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역외 건강보험 외에 실손보험도 가입할 수 있는데, 역외 건강보험으로 가입시킬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조 위원은 "역외 건강보험의 수가 신설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의문이다. 외국인 환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은 의료 영리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위원은 "현행법상 외국인 환자 유치법이 있지만, 정부는 수익 창출에 대한 역할을 논의하기 어렵다. 정부가 수익창출을 위한 역외 건강보험을 운용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외국인 환자 역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그만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대형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라며 "병원들의 병상가동률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왜 가동률이 심각한지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지난 10년 전에 대해 빅5병원의 병상점유율이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