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비뇨기과·산부인과·외과 "외과계 의원 입원실 포기 못해...생존 걸린 문제”

    16일 의협 외과계 의사회 간담회 집단 거부할 듯…권고문 합의 관건

    기사입력시간 2018-01-15 06:24
    최종업데이트 2018-01-15 10:0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개원 의사회 중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의 권고문을 가장 크게 반대하는 진료과는 비뇨기과, 외과, 산부인과 등 3개 의사회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간담회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인 해당 진료과 의사회 관계자 3명은 14일 “일차의료기관에서 단기입원(입원실)을 폐지할 수 없다”고 했다. 권고문은 입원실과 수술실을 갖춘 외과계 의원은 '기능적 이차의료기관'으로 상향하고 나머지는 당일 수술 클리닉을 갖추거나, 입원실을 두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원실 폐지 반대 주장은 전체 외과계 의사회 회장단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의 권고문 합의 조건으로 제시된 일차의료기관의 입원실 폐지 대신 ‘개방형 병원’ 시범사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개방형 병원제도는 병원을 대외적으로 ‘개방(open)’해 외부의 의사들(attending physicians)이 그 병원 자원인 시설, 장비, 인력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어홍선 비뇨기과의사회 명예회장 “병실 유지는 생존이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명예회장은 “비뇨기과의원에서 입원실을 유지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라며 “입원실 유지 조항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협이 간담회를 통해 계속 외과계 의사회의 입장을 들어준다고 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고 논의한 것도 없다”라며 “중재안이라고 나온 것이 낮병동에서 수술이 가능하면서 입원실을 빼고 개방형 병원에 참여하라는 데 그쳤다”고 했다.

    어 명예회장은 개방형 병원을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환자들이 실제로 의원에서 병원으로 오가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정부가 맞춰줄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병원에서 수술할 때 받는 수가를 현재의 10배 이상 올려준다면 입원실을 폐쇄하고 개방형 병원으로 갈 수 있다”라며 “하지만 현재 수술 단가의 20~30%정도 올리는 수준이라면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어 명예회장은 “외과계 의원은 환자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기 위해 입원실을 유지하는 것이며, 단순히 돈을 벌려고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차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한 다음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수술까지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과계 의원이 일차에서 이차의료기관으로 올라가면 수술 수가나 수술상담료를 올려준다고 해도 현재 수가의 10~20%밖에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그 정도라면 의료전달체계의 손실보상안을 받지 않아도 된다. 단지 입원실만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어 명예회장은 “만약 수술 비중이 80%에 이른다면 이차의료기관으로 올라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수술은 외래 환자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일차의료기관의 입원실을 유지한 다음에 규모를 키워서 이차의료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도 일차의료기관 활성화 대책”이라고 했다. 그는 “외과계 의원을 일차에서 이차의료기관으로 상향한다면 정부가 시설 투자 등에서 보조해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확답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어 명예회장은 “그동안 저수가로 어렵게 수술을 해왔다. 입원실을 폐쇄하면 상대가치점수 개편으로 2022년까지 5년간 수술수가가 오르는 혜택의 기회가 없다”라며 “일차의료기관에 입원실을 허용하고 여기서 전문의원협의체를 만드는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김동석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입원실 폐쇄는 재산권 침해"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입원실을 폐쇄하는 것은 외과의사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라며 “권고문에서 입원실 폐쇄와 같은 강제적인 조항이 들어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그는 “권고문에서 외과계 의원 병실을 없애는 것이 최대 초점으로 부상했다“라며 “외과계 의원의 입원병실을 없애고 병원급 이상에서 메울 것이 아니라, 병원의 환자를 의원에서 진료할 수 있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권고문을 구상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 등은 실행방안을 생각하고 이를 권고문 중간중간에 넣으면서 가고 있다”라며 “개방형 병원, 전문의원제도 등 이전과 다른 것들이 튀어 나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일차의료기관으로의 개원을 막아 버리면 전공의들이 외과를 전공할 이유가 없어진다“라며 “대학병원, 종합병원에만 남아야 하고 개원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사다리’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과는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시작해서 병실을 몇개 두고 운영하다가 병원으로 키울 수 있어야 한다”라며 “길병원, 차병원, 을지병원 등은 작은 병원에서 시작한 대학병원이며 개원의도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외과계 의원이 입원실을 두지 못하면 외과의사로서의 자존감은 없어진다”라며 “외과계 회장들은 16일로 예정된 외과계 의사회 간담회 자체를 거부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로 했다. 간담회가 18일 협의체 본회의에서 최종 권고문을 발표하기 전 절차상 회의라면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의협 추무진 회장은 진료과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권고문에 합의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진정성 있는 발언인지 모르겠다”라며 "외과계 의원에 입원실을 폐쇄하면 지금까지 받은 환자가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산부인과는 분만 병원 부족 등의 문제로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한 입원실 문제에서는 예외다”라며 “하지만 산부인과의사회는 외과계 전체를 생각하고 의료 전체를 위해서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권고문에 찬성한 내과계 의사회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만성질환관리는 수가 보상안이 아니라 질 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며 하나의 규제에 불과하다”라며 “내과, 병리과만 빼고 21개 의사회 중에서 18개 의사회가 공동으로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합의의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라고 했다.
     
    이세라 외과의사회 총무이사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총액계약제로 가는 길”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총무이사는 “외과계 의사회는 공문을 통해 간담회 자체를 불참하겠다고 보내자고 제안했다”라며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건강보험 예산 총액을 고정한 총액계약제로 가는 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11월 25일 처음 공개했을 때부터 의료계에 미치는 파장이 심각하다고 보고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라며 “(정부와 의협이)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생략하고 이야기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일차의료기관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내과만 깊숙이 알고 대응해왔다”라며 “하지만 자세히 보면 총액계약제 등 가치기반 지불제도(성과에 따라 수가를 차등 지불하는 제도)로 가기 위한 초석”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개방형 병원으로 간다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책임 소재나 수익 배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며 “보다 근본적으로 의료전달체계나 문재인 케어(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에서 행위료의 의료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만약 정책당국이 외과계 입원실 폐쇄를 임의로 결정한다면 의료공급자를 무시하고 망하라고 하는 것과 다름 없다”라며 “이렇게 되면 정책당국은 일차의료가 무너지는 데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외과계 의원이 입원실을 없애려면 대형병원의 외래부터 없애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 이사는 “권고문이 합의가 되려면 대형병원이 먼저 외래를 하지 않겠다거나 축소하겠다는 것이 전제조건이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고서 외과계 의원의 입원실 폐쇄에 합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외과 전공의 지원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이사는 “외과는 가뜩이나 힘들어서 지원하지 않는 진료과인데 개원 기회까지 막으면 전공의 지원이 더 사라질 수 있다”라며 “외과의사들이 안정적인 월급쟁이로 살 수 있는 여건이 아닌데도, 일차의료기관의 입원실을 없애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은 오는 3월 의협 회장 선거와 맞물려 회장 후보 물망에 오른 의료계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반대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의협 회장에 출마 선언을 했거나 할 예정인 후보자들이 의료전달체계 개선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의협 임수흠 의장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회원의 90%가 반대하는 권고문의 실행을 늦추라고 권고했다.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도 입장문을 내고 의협의 졸속적이고 독단적인 추진을 반대했다. 의협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이달 중으로 외과계 의사회를 초청한 긴급 간담회를 연다.

    전국의사총연합 최대집 상임대표는 15일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의협회관 앞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강행 반대와 추무진 회장 불신임을 추진하는 집회를 연다. 3선 출마 예정으로 알려진 의협 추무진 회장은 “진료과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