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총 나경섭 대표는 10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요청했다.
한약에 대한 관리 감독과 안전성, 유효성 검증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의 직무유기를 조사해 달라는 감사가 청구됐다.
전의총은 10일 감사원에 '한약조제 관리감독 및 한약의 안전성·유효성 검증 과정의 보건복지부 직무유기 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태만으로 인해 한약 조제와 관련한 불법행위가 만연하고, 안전성과 효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공익감사청구에는 의사, 일반 국민을 포함해 350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전의총은 감사청구서를 통해 4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먼저 한약 조제에 대한 관리 감독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광주 남부경찰서는 환 조제가 허가되지 않은 무허가 제분소에 한약 조제를 의뢰한 한의사 55명 등을 무더기 적발했다.
불법으로 의심되는 원외탕전실에서 대량 제조한 약침액을 전국 2000여 한의원에 판매·유통한 약침업체 대표는 현재 재판중이다.
산삼약침
암 전문이라는 모 한의원은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산삼성분이 함유된 산삼약침이라며 천만 원이 훨씬 넘는 비용을 받아 챙겼지만 분석 결과 산삼 성분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전의총은 "이는 복지부가 한약 조제와 관련한 불법행위를 단속하거나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한약을 조제하는 탕전실을 전혀 관리감독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약과 약침의 안전성은 이미 수 없이 문제제기 됐지만 복지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게 전의총의 입장이다.
유해물질 외에도 한약에 함유된 특정 성분에 의해 인체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높다.
전의총은 "대표적인 부작용이 바로 독성 간손상"이라면서 "복지부는 간독성 유발 한약에 대한 실태조사 및 간독성이 확인된 한약의 처방을 금지시키는 등의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며 감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 FDA는 마황 함유 다이어트 식품보충제를 복용한 후 사망하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자 2004년 4월 마황 함유 식품보충제의 판매를 전면 금지시켰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의사협회 한방특별대책위원회 조사 결과 서울 소재 한의원 20곳에서 처방하는 다이어트 한약 중 18곳에서 마황의 주성분인 에페드린이 검출됐다(검출 범위 13.2~127.8 mg/일).
하지만 복지부는 다이어트 목적의 마황 사용 실태에 대해 아무런 조사나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전의총은 "경구로 섭취해야 할 한약을 탕전해 경혈이나 혈맥에 직접 주사하는 약침의 안전성 역시 정부가 검증한 바 없다"면서 "이 때문에 국민들은 한약 부작용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더라도 소송을 하는 길 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특히 전의총은 복지부가 한약의 효능을 검증하지 않고 있어 공익감사가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옻나무 추출물을 이용해 만든 한방 암치료제 '넥시아' 논란이다.
넥시아를 개발한 최원철 단국대 부총장이 몸담고 있는 융합의료센터 홈페이지에는 "넥시아는 오랜 기간 임상적 경험을 통해 재발암 및 전이암 치료를 통한 생명연장에 많은 효과를 보여 왔다"고 명시했다.
반면 2011년 한국임상암학회는 SCI 학술지에 실린 4편의 넥시아 논문을 검토한 결과 관련 논문이 산발적인 증례보고이거나 넥시아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후향적 분석에 그치고 있어 효능과 안전성 입증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넥시아의 효능 논란이 지속되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달 기자회견을 열어 "보건복지부는 넥시아검증위원회를 구성해 고가 한방암치료 제넥시의 효능에 관한 과학적·임상적 검증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전의총은 "환자단체조차 효능 검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복지부동인 것은 국민 건강 보호 및 증진이 제일 목적인 복지부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전의총은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의 행태를 고발하고 나섰다.
전의총은 "한약 조제 관련 불법 행태가 만연하고 안전성 및 효능 검증이 안된 한약으로 건강상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약을 조제하는 탕전실을 관리감독하고 한약의 안전성ㆍ유효성을 검증하는 정부기관은 그 어디에도 없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의총은 "이는 1990년대 한의사들의 요구로 복지부에 설치된 한의약정책과가 한약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함께 맡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라며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