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서 의뢰하는 진단검사 등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17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은 전의총이 부당한 처분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처분 사유로 '거래거절 강요행위'를 들었지만, 이는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의 잘못된 유권해석을 참고해 내린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유권해석 말 바꾸기
전의총은 복지부가 1995년 8월, 민원답변(의정 65507-914)에서 '한의원에서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의 행위를 할 수 없고 필요한 경우 다른 의료기관에 의뢰할 수 있다'고 답변한 내용을 바탕으로 진단검사기관에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대로라면 당연히 한의원에서는 진단검사를 할 수 없으며, 하고 있는 것은 불법인 상황.
그러나 공정위가 이번 사건으로 유권해석을 요구하자 복지부는 '한의사가 혈액 및 소변을 채취해 환자 진료에 필요한 의학적 진찰, 진단이나 임상검사 등은 다른 의료기관 등에 의뢰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복지부는 '한의원에서는 채혈행위를 할 수 없으므로 필요한 경우 다른 의료기관에 (환자를)의뢰할 수 있다'는 기존의 내용과 다르게 공정위에는 '한의사가 혈액을 채취해 환자진료에 필요한 임상검사 등을 다른 의료기관에 의뢰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조작해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전의총 측은 "복지부가 유권해석을 교묘히 수정해 공정위에 회신했고, 공정위는 해당 유권해석에 의존해 유죄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그동안 민원답변을 통해 한의사는 진단검사 등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한의사는 의료기사 등으로 하여금 임상병리검사 등의 의료행위를 하게 할 수 없음(1992.5.30.) ▲혈액검사, 소변검사, 임상병리검사와 같은 의료행위는 한의사의 의료영역이라 할 수 없음(2003.05.13.) 등이 그것이다.
또한 '의사 또는 한의사의 지시 하에 간호사 등이 한방 의료행위로 보기 어려운 간기능 검사 등을 위해 채혈을 하는 것은 의료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도 내린 바 있다.
앞 뒤 다른 유권해석
그러나 복지부는 2014년 3월, 대한한의사협회가 진단검사 관련 질의를 하자 돌연 '채혈을 통해 검사결과가 자동적으로 수치화되어 추출되는 혈액검사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이는 한의사의 채혈 및 자동혈액검사기 사용을 일부 허용하는 유권해석이며, 이전에 했던 답변과는 상충하는 의견인 것.
해당 유권해석은 2015년 1월 초에 공개됐으며, 현재 한의사들은 이것을 토대로 혈액검사기를 사용해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의총은 "해당 유권해석이 나오기 전인 2012년과 2014년에 진단검사기관에 공문을 보냈었다"면서 "복지부는 해당 내용을 2015년에 공개했기 때문에 그 이전까지 한의사의 채혈 및 혈액검사 의뢰는 엄연히 의료법상 불법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복지부는 2011년 7월 28일 민원답변에서 '한방 의료행위로서의 혈액검사의 의미는 한의사가 한방의학적 이론에 근거해 혈액의 점도, 어혈 상태를 살펴 진찰, 치료, 연구 목적으로 한 한방의료 영역의 검사를 의미하며, 양방의학적 이론에 의한 혈액검사와 같은 의료행위는 한의원에서 할 수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따라서 한의원이 연구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혈액검사는 의학적 원리에 기초하기 때문에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전의총의 입장이다.
전의총은 "이번 공정위의 처분은 기존 유권해석의 존재를 무시한 채 복지부가 공정위의 질의에 맞춰 회신한 내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 "의협과 대한의원협회 또한 함께 처분을 받은 상태로, 공동으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