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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급 재진 환자 원격모니터링 허용 법안...개원가도 학회도 ‘우려’

    의협·내과의사회 “정부와 의료계 충분한 논의 필요”...관련 학회 “부정맥 환자 100% 대학병원인데 의원급 한정 안돼"

    기사입력시간 2021-10-06 06:57
    최종업데이트 2021-10-06 06:5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최근 국회에서 원격모니터링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과 관련, 개원가뿐만 아니라 원격의료에 긍정적이던 학회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원격지 의료인이 환자의 상태를 원격모니터랑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상은 고혈압, 당뇨, 부정맥, 보건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질환에 해당하는 재진환자이며,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우려를 불식하고자 허용 대상을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한정했다.

    의료사고 발생시 환자가 원격지 의료인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환자가 갖춘 장비의 결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료인에게 대면진료와 동일한 책임을 지도록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 처방전 발급에 대한 내용은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번 법안은 사실상 중소벤처기업부가 강원도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에서 진행해오던 원격모니터링 사업 내용을 일부 수정한 후 전면 확대 실시하는 형태다.

    중기부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강원도를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고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모니터링 기반의 원격의료 사업을 진행해왔다. 올해 들어서는 그간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격모니터링의 법제화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중기부 권칠승 장관은 지난 6월 “원격모니터링처럼 국민생활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실증사업은 규제법령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연내 입법 추진에 대한 강력 의지를 표명했는데 실제 그로부터 4달여만에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됐다.
     
    강원도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 실증사업 체계도.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이번 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심각한 우려를 표했으며, 대한내과의사회도 의협과 입장을 같이했다.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원격의료는 9.4 의정합의에 의거해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며 “원격모니터링은 측정 기기의 정확성 문제, 의료비 상승 등 우려가 되는 부분이 많은 사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책임소재를 명확히 했다는 이유만으로 전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도 “의협과 마찬가지 의견이다. 원격모니터링을 비롯한 원격의료는 정부와 의료계 전체가 컨센서스를 이뤄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개원가뿐 아니라 관련 학회들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강 의원측은 대한심장학회와 대한부정맥학회가 삽입형 제세동기 등의 원격모니터링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속 요구해왔다는 점을 법안 발의의 주요 취지 중 하나로 설명했다.

    실제로 기존 디지털헬스케어특구 사업과의 차이 중 하나는 대상 질환에 부정맥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허용기관이 의원급으로 한정되는 등 학회가 요구해오던 내용과는 방향성이 크게 다르다는 게 학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한심장학회 배장환 보험이사는 “인공심장박동기와, 삽입형 제세동기를 달고 있는 환자들은 거의 100% 대학병원을 다니는데, 의원급으로 한정하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심방세동에서 약제를 쓰는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데 심장학회에서 주장해온 내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대한부정맥학회 최기준 이사장도 “부정맥은 개원가의 환자 비율이 낮고, 삽입형 제세동기 등을 쓰는 환자는 대학병원을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개원가에서 부정맥을 원격으로 보도록 한 것은 조금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안에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은 처방전 발급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대한당뇨병학회 윤건호 이사장은 “원격모니터링 자체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지금처럼 원격모니터링을 활용해 치료 성과가 좋아지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가야지, 처방전까지 원격으로 내줄 수 있게 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