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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의학회·의사회 "1차 의료기관 검사·신규 개원 제한하는 특수의료장비 개정안 반대"

    200개 공동활용병상 폐지 후 자체 보유 병상만 인정 논의...영상의학센터 모델·협동조합 공동 활용 제안

    기사입력시간 2021-12-16 17:45
    최종업데이트 2021-12-16 17:4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영상의학회 및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가 16일 성명서를 통해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개정안을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영상의학과전문의의 진료 전문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다.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MRI, CT를 설치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력기준으로 전속 또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1인 이상, 시설기준으로 자체보유 병상 200개 이상 또는 같은 수의 공동활용병상이 있어야 한다. 이 규칙은 특수의료장비의 무분별한 설치 운영에 의한 불필요한 영상검사 수요 통제와 영상검사 품질관리를 통해 질높은 영상의학 검사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03년에 제정, 시행됐다. 

    그러나 공동활용병상의 음성적인 금전적 거래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이번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정안은 시설기준에서 공동활용병상을 폐지하고 자체 보유하는 병상만 인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영상의학회와 영상의학과의사회는 대표적인 4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자체 병상이 없는 1차 의료기관에서는 원칙적으로 CT, MRI 신규 설치가 불가능하고, 영상검사에 대한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진료 전문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①환자 진료받을 수 있는 권리 제한

    영상의학회와 영상의학과의사회는 입원이 필요 없는 외래 기반 검사나 건강검진을 병상수를 충족한 병원급 이상에서만 가능하게 한다면 환자가 진료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학회·의사회는 "입원이 필요하지 않는 영상검사는 지금도 많으며 실제 병상을 보유하고 있는 의료기관에서도 최소침습 수술, 영상진단 검사 등은 대부분 외래에서 이뤄진다. 앞으로 비침습 수술, 외래 기반 진료 및 치료, 건강 검진 등의 분야에서 외래 영상검사는 그 비중이 더 커질 것이다"고 했다. 

    학회·의사회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150병상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에만 MRI, CT 설치가 허용돼 의료기관이 MRI, CT 설치를 위해서 필요도 없는 병상을 설치하는 일이 생겨 불필요한 입원이 증가하는 등 의료서비스의 남용이 우려된다”라며 “또는 병상이 없는 소규모 의료기관에서는 CT, MRI 검사가 불가능해져 궁극적으로 의료서비스의 편중과 접근성의 제한이 유발된다”고 밝혔다. 

    ②1차의료기관의 경쟁력 약화 및 의료전달체계 혼란 가속화

    의원 및 소규모 의료기관의 경쟁력 약화 및 의료전달체계의 혼란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회·의사회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설치, 운영되고 있는 MRI, CT는 여러 과에서 공동으로 활용하고 있는 공동활용장비다. 문제는 이를 차단하면 의원급 의료기관 및 소규모 중소병원은 영상검사를 150병상 이상의 의료기관에 전원 및 회송을 해야 하지만, 1차 및 2,3차 의료기관이 자유경쟁을 하는 우리나라의 환경에서는 경쟁관계의 의료기관 사이에 전원 및 회송이 활성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의원 및 소규모 의료기관의 경쟁력이 약화된다. 국가와 의료계가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경증환자의 2.3차 의료기관 쏠림현상 가속화 등 전반적인 의료정책의 흐름에 역행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우려했다.

    ③영상의학과 전문의 진료 전문성 심각하게 침해

    이번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영상검사에 대한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진료 전문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을 들었다. 

    학회·의사회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CT, MRI를 운영하는 경우 주위 의료기관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전문적인 검사와 진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자체보유병상이 있어야 특수의료장비를 운영할 수 있다면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영상검사 장비인 MRI, CT를 가지고 개원을 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된다"고 했다.

    학회·의사회는 “MRI, CT의 설치, 운영, 영상검사 판독의 전문가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문가인 영상의학과전문의가 이 장비들을 보유해서 개원하는 길을 차단하는 것은 심각한 역차별이며, 사회적인 낭비”라고 강조했다. 

    ④전문성, 투명성 결여 등 우려 

    개정안에서는 자체병상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기관의 경우 필요시 보건복지부 내의 (가칭)특수의료장비 관리위원회의 심의와 예외적인 승인에 의해 설치가 가능하다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학회와 의사회는 (가칭)특수의료장비 관리위원회의 전문성, 투명성이 결여 될 수 있고 위원회 심의 후 예외적인 허용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학회·의사회는 “지금도 의료 분야에는 많은 전문위원회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위원회의 자의적 판단, 위원의 출신, 이해관계에 따른 부적절한 심의 등 많은 잡음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관계가 첨예한 MRI, CT의 설치에 관한 결정을 위원회에 맡기는 것은 제도의 안정적 운영 자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동활용병상 기준 폐지를 대신해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2~3인 이상인 경우 MRI, CT를 설치해 운영할 수 있는 영상의학센터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의원급 의료기관 및 150병상 이하의 병원이 MRI, CT 보유 의료기관을 ‘의사들만으로 이뤄진 협동조합’에서 공동으로 설립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내놨다.

    학회·의사회는 "이는 1차의료기관에서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지 않고 그 지역의 영상의학센터나 협동조합의 장비를 이용해 검사를 안전하고 정확하게 하고, 다시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할 수 있는 진정한 장비의 공동활용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