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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에게 용량 줄였다고 삭감하다니

    [청구&삭감⑤] 현실과 동떨어진 '벤토린 적응증'

    기사입력시간 2016-09-20 06:23
    최종업데이트 2016-09-20 08:1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2세의 천식 환자에게 '벤토린흡입액(중증 급성 천식 치료제)'을 0.3ml 처방했다가 심사평가원의 현지조사를 받았다.
     
    천식 및 세기관지염 소아 환자에게 '벤토린 흡입액(성분명 살부타몰)'을 0.5ml 이하로 썼다가 심평원으로부터 삭감‧환수, 현지조사를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올드 드럭(old drug)인 '벤토린'은 국내 허가사항과 급여기준에서 12세 이하 소아에 0.5ml 사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어, 허가사항대로라면 삭감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하지만 이 허가사항이 이후 세기관지염으로의 보험 확대나 해외 다수 가이드라인을 못따라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가이드라인과 의학교과서는 환자의 몸무게와 연령에 용량 및 횟수를 다르게 정하고 있다.
     
    즉, 어린 소아에서의 0.5ml 이하 처방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가이드라인은 영아만이 아니라 학동기 소아에서 벤토린 용량으로 0.3~05mL를 제시하고 있고, 소청과 의사들이 교과서처럼 참고하는 Nelson text는 신생아에서 0.02~0.1ml/kg, 소아의 경우 0.03~0.06ml/kg을 투여해도 효과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몇 년전부터 허가사항을 초과해 '세기관지염 소아'에도 벤토린의 급여기준을 확대했는데, 세기관지염이 주로 2세 미만 영아에 발생하는 질환인 점을 감안하면 0.5ml 사용량이 과하다는 지적은 과언이 아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배선영 보험이사는 "이 약이 처음 허가받을 당시는 2세 이하에 천식 진단이 안될 만큼 기준이 엄격했지만 지금은 2세 이하의 천식뿐 아니라 세기관지염에도 보험 적용한다"면서 "연령을 확대해 놓고 처음 그대로 0.5ml를 일률 적용하는 것은 어린 아이들에 과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어린 소아에 더 적은 용량을 투여할 수 있도록 사용범위를 넓히자는 건의다. 
     
    현재 심평원은 약제 청구와 악제 구입내용을 비교한 후 0.5ml 처방에 일치하지 않으면 현지조사 및 환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배 이사는 "게다가 환수할 때 벤토린 사용액뿐 아니라 같이 처방한 '풀미코트 현탁액' 및 하기도 증기 흡입 치료수기료까지 함께 환수하고 있다"면서 "학문적 배경을 무시하고 소아의 나이, 체중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식약처의 허가사항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허가사항을 변경하려면 연령과 사용량에 따른 유효성‧안전성을 입증한 제약사의 임상시험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벤토린 제조사인 GSK는 관련 근거자료와 일본 가이드라인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초 임상시험에 포함되지도 않은 저연령 소아의 임상데이터를 제시하긴 힘들다.
     
    배 이사는 "세기관지염까지 급여범위를 확대한 것은 연령 자체를 확대한 것"이라며 "임상시험 자료가 없다해서 허가사항을 지금 이대로 두면 안된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심평원 측은 "허가사항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