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전공의특별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전공의 수련환경과 권리를 보호하고, 환자 안전을 위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안(전공의특별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주당 최대 88시간 근무 및 전공의 36시간 연속 근무 합법화, 당직근무 가산 근거 삭제, 전공의 폭행금지 근거 삭제 등으로 ‘별로 나아질 게 없다’는 탄식도 나오고 있다.
국회는 2일 오후 11시 경 본회의를 열어 다음날 오전 1시 40분 김용익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공의특별법안을 표결에 붙였다.
표결 결과 찬성 226명, 반대 9명, 기권 26명으로 전공의특별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공의특별법은 열악한 수련환경과 인권 사각지대를 개선하고, 환자 안전과 우수한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심의 과정에서 원안을 대폭 수정하면서 취지를 크게 훼손했다.
전공의특별법을 보면 전공의 수련시간을 4주 평균 주당 88시간(교육적 목적 8시간 포함), 연속근무는 36시간까지 합법화했다.
원안은 1주일 최대 80시간 근무, 연속근무 20시간 초과금지였지만 병원협회가 반발하자 이렇게 수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전공의들은 주당 88시간 근무, 36시간 연속근무를 합법화한 게 전공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이냐고 비판하고 있다.
국회는 연장수련, 야간수련, 휴일수련시 근로기준법에 따라 통상임금의 50/10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도 삭제했다.
근로기준법을 준용하면 된다는 게 삭제 이유지만 수련병원들이 법을 제대로 지킬지 의문이다.
또 전공의특별법은 수련병원들이 수련계약서에 수련규칙 내용, 임금 등을 명시하도록 했지만 수련규칙을 위반한 경우 수련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원안의 규정을 삭제하고, 위반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규정도 없앴다.
전공의 폭행금지 규정을 뺀 것 역시 법 제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원안은 전공의 폭행을 금지하고,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지만 형법을 적용하면 된다는 이유로 삭제했다.
이와 함께 수련병원은 수련의들을 의료사고로부터 보호하는 게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주의 감독 의무를 삭제한 것 역시 법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이처럼 원안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 법을 제정하면서 공포후 1년후 시행하고, 수련시간 관련 규정에 대해서는 시행을 '2년' 유예하도록 하자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일단 전공의특별법 제정이라는 첫발을 뗀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으며, '쉽지는 않겠지만' 미흡한 조항에 대해서는 의료계가 뜻을 모아 개정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그동안 병원협회에 위임된 전공의 수련평가업무를 독립적 기구에서 수행하도록 한 것은 향후 수련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공의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강청희 부회장은 법이 제정된 직후 페이스북에 "의사의 권리가 곧 환자의 권리이며, 전공의 처우 개선이 곧 환자 안전의 시금석이 될 것이란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페이스북 인용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없는 것으로 치부되던 전공의들의 인권을 찾고, 체계화된 수련과정을 통해 젊은 의사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된 출발점에 우리는 함께 서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 의사는 "예전에는 병원 전공의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다는 개념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예 합법적으로 '너희는 그래도 된다'고 도장을 찍어버렸다"고 개탄했다.
또 다른 의사는 "매주 88시간, 연속 36시간 근무 등 전공의 착취를 합법화하는데 앞장서는 게 아니냐"면서 "이제 전공의들은 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느냐고 해도 전공의특별법으로 찍어 누를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건 엄연히 개악이고 차별을 법제화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며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합리화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