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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를 훈련시킬 '명의'가 필요하다

    [칼럼] 하버드의대 도신호 교수

    인공지능, 국내 개발 후 해외 수출이 현실적일 수 있어

    기사입력시간 2018-01-11 05:00
    최종업데이트 2018-01-11 05:00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My Life in Boston

    보스턴의 새해는 아주 추운 날씨로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비해 화씨로 10도 이상 낮은 온도에 바람까지 불어 새해를 즐길 마음이 쏙 들어가 버리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보통 추수감사절 이후 한 해를 정리하고, 크리스마스를 최고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방문하거나 쇼핑을 하며 보냅니다. 그래서인지 연구도 천천히 진행되고, 보낸 이메일은 빨리 답장이 돌아오지 않고 오랫동안 기다려야 합니다. 이제는 새해가 돼서 모든 사람이 일터로 돌아오니 새로운 활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 있었던 RSNA(Radiological Society of North America, 북미영상의학회)에서는 다수의 새로운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및 머신러닝(ML: Machine Learning) 관련 회사들이 한 쪽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그들이 개발한 알고리즘과 시스템을 전시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자랑스러운 뷰노(VUNO)와 루닛(Lunit)도 세계적인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성과들을 거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CEO들을 만나 관련 얘기들을 전해들을 수도 있었습니다.
     
    사진: RSNA 2017에 참가한 '뷰노'의 전시부스(출처: 뷰노 제공)
     
    사진: RSNA 2017에 참가한 '루닛'의 전시부스(출처: 루닛 제공)

    또한, 제가 초대받은 몇몇 프라이빗한 미팅에서는 공룡에 해당하는 큰 회사들이 충격을 크게 받고는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2018년 올해가 영상의학(radiology) 분야의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에서는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RSNA 다음 주에 저는 어머니의 간암 수술로 한국에서 한 주간을 병원에서 보내게 됐습니다. 외국에서 살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과 안녕입니다. 보통은 여러 강의 일정으로 바쁘게 한국을 다녀가다가 이번에는 가장 중요한 일에 시간을 충분히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어머니의 수술 대기실에서 그리고 병상 옆 간이 침대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이리저리 심부름을 하러 다녔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복강경 수술로 간암으로 의심되는 일부 조직을 잘라냈습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로봇(robot)이 수술을 한다고 하면 맡길 수 있을까? 혼자 생각해 봤습니다.

    수술을 하신 당일날 밤은 너무 아파하시고, 힘들어 하셔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챗봇(ChatBot)이 제가 하는 질문에 잘 답한다면 만족스러울까? 저는 3교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간호사들에게 물어보고 부탁하는 것이 너무 안심되고 감사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거나 머리가 헝클어져 있어서 외모는 깔끔하지 않았지만, 당직을 서고 있는 레지던트(resident)나 상처를 소독하러 오는 인턴들이 더욱 믿음직 해 보였습니다. 저는 비교적 교양있는 환자 가족에 속했는데, 수술을 집도한 교수 외 다른 모든 이들에게 반말을 하거나 소리치는 환자가족들을 보고는 조금 놀랐습니다. 이럴 땐 '사람이 아니라 챗봇(ChatBot)을 탑재한 로봇을 이용해서 컴플레인(complain)을 하도록 하면 어떨까?' 장난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이를 실제로 적용(implementation)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병원 사용에 있어서 불편한 부분을 컴플레인 할 수 있는 전화나 앱(app)을 만드는 겁니다. 챗봇이 컴플레인을 분류(classification)할 수 있도록 답변을 유도하고 기록(record)한 후 자연어 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를 사용하면, 병원의 문제점들을 매일, 매주, 매달 도표로 받아보거나 개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병동에서 혹은 어떤 시간에 컴플레인이 가장 많은지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누구의 이름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지도.

    반면, '이들은 이 정도로 높은 수준의 치료와 간호를 받기 위해서 다른 나라에서는 엄청나게 오래 기다려야 할 뿐만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봤습니다.


    My Two Cents

    실제로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과 속도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을 적용할 대상은 아닌것 같습니다. 의료의 수준이 높고, 속도에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월등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훌륭한 의료 수준을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해서 미국이나 중국, 중동 등으로 수출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해결책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의료종사자(의사, 약사, 간호사 등) 수준의 인공지능(AI)이나 머신러닝(ML)을 개발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의료(Healthcare) 비용이 너무 비싸고, 모든 사람들이 보험 혜택을 받는 것이 다시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한 예로, 미국 정부에서는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부과하던 처벌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시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필요할 때만 병원의 도움을 받게 된다면 전체적으로 개개인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다시 올라갈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와 같이 엄청나게 많은 인구를 가진 국가에서는 의료인의 수가 너무 부족해서 대체로 기대에 못 미치는 의료 혜택을 받고 있고, 의료의 불균형이 심합니다. 이 때문에 헬스케어 관련 인공지능(AI)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은 세 가지를 아주 잘 합니다. 아주 쉽고, 반복적이고, 인간에게는 너무 지루한 일을 잘 해낼 수 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피곤하다고 해서 성과(performance)가 달라지지 않고, 데이터의 질(quality)만 보장된다면 꾸준하게 일을 해낼 것입니다. 이것을 찾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인공지능(AI)에 어떤 일들을 물려줄지를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런 특성이 잘 나타난 것이 게임입니다.

    알파고(AlphaGo)와 실제 바둑판으로 바둑 경기를 할 때 알파고(AlphaGo)가 바둑알 하나를 놓을 때 나는 바둑알 네 개를 사용해서 잡아먹거나, 알파고의 바둑 알을 튕겨 버리고 그 자리에 나의 돌을 놓게 되면 알파고가 어떻게 반응 할까요? 게임처럼 모든 룰을 따라서 진행되는 일은 인공지능(AI)이 잘 할 수 있습니다. 예외의 경우가 없으니까요. 아마 마취과에서도 환자들이 이론처럼 마취제를 천천히 주입하면 수면으로 들어가고, 수술이 끝나면 천천히 마취제를 줄여서 정신을 차린다면 아주 어린 아이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초보적인 인공지능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혈압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심정지(Cardiac arrest)가 오거나, 갑자기 환자가 움직이며 수술에 반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환자는 가만히 수술받기로 동의했기 때문에, 환자가 반칙하고 있다고 말할 건가요?

    저는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제 마취를 맡기고 싶습니다. 저희 어머니의 수술도 수술을 잘 하기로 유명한 의사를 찾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릅니다. 처음에 수술을 결정하고서도 어머니의 건강이 수술하기에 적당하지 않기에 수술을 연기하면서까지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몸상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었습니다. 10명도 넘게 되는 친구와 지인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했습니다.

    의사가 다시 엔지니어링(engineering(에 관련된 내용을 배우고 프로그램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AI)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을 훈련(train)시킬 수 있는 명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만 많이 펼쳐 놓으면 인공지능(AI)이 학습해서 뭔가 놀라운 것을 내어 줄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2018년엔 모든 분들이 건강한 한해를 보내면 좋겠습니다. 춥고 바람부는 보스턴에서 연구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을 방문해 부모님을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는 기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