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린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대신해 '보건의료기본법'을 재발의했다.
당시 법안심사소위는 보건의료 직역 간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 신설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법 체계상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아닌 '보건의료기본법'의 목적에 부합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김 의원이 유사한 내용을 담은 '보건의료기본법'을 발의한 것이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 의원이 보건의료인력 간 업무범위를 조정하기 위해 보건의료직역, 시민대표, 전문가가 참여하는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보건의료기본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김 의원이 지난 9월에 대표 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의 내용과 동일한 내용으로, 지난 11월 19일 열린 복지위 법안심사1소위에서 지적된 사항들을 반영해 재발의한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이후 발생한 의료 공백으로 다양한 보건의료인력이 전공의의 업무를 대신하면서 발생하는 직역 간 업무 범위 갈등과 무면허의료행위 논란 등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법안을 발의했는데, 핵심은 보건의료인력 업무 범위의 논의 체계를 위원회 형태로 법정화하는 것이다.
특히 해당 위원회 위원으로 보건의료인력단체 추천인, 노동자‧시민‧‧소비자단체 추천인, 공무원, 전문가 등 다양한 인원이 참여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지민 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의 목적이 보건의료인력의 수급 및 근무환경의 개선이라는 점, 각 보건의료인력의 업무 범위와 내용 등을 의료법 등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원회 설치 근거를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규정하는 것이 법 체계상 바람직한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보건의료 직역 간의 업무 영역 불분명성이 현장에서 오랫동안 지속돼 왔고, 이에 따른 갈등이 있었던 것을 고려할 때 정부 제도적 관점에서 거버넌스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보건의료 직역에는 의료법 외에도 약사법, 기타 여러 법령이 걸쳐 있다. 여러 법을 포괄할 수 있는 법에 규정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라는 법 체계의 한계상 지원법보다는 보건의료기본법에 기본적인 거버넌스를 갖추고 업무 영역과 관련되는 사항을 심의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보다 권위와 공정력을 갖고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제1법안소위는 김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계류시켰는데, 김 의원이 발 빠르게 복지위 수석전문위원과 복지부의 의견을 반영해 같은 내용의 '보건의료기본법'을 재발의한 것이다.
김 의원은 법 제안 이유에 대해 "보건의료분야의 빠른 발전에도 불구하고, 낡은 현행 ‘의료법’ 등 보건의료 관련 법률로 인해 전문성을 갖춘 개별 보건의료인력들이 역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보건의료인력 간 업무 범위가 불분명하고, 이를 조정하고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부재해 직역 간 업무가 중첩되는 영역을 중심으로 보건의료인력의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다수의 보건의료인력 개별법에서 규율하는 사항의 적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보건의료직역들, 시민대표, 전문가가 참여하는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를 신설해 보건의료직역별 업무범위가 업무 전문성과 업무 환경을 고려하여 해석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건의료직역 간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법안에는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이 위원회는 ▲보건의료인력의 면허‧자격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 범위 및 업무 조정에 관한 사항 ▲보건의료인력 간 협업과 업무분담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게 된다.
이 업무조정위원회 위원장은 복지부 차관이 되고, 위원은 보건의료인력을 대표하는 단체가 추천하는 사람 20명 이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동자단체 및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등이 추천하는 사람 10명 이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10명 이상, 보건의료인력의 면허·자격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10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최소 50명의 위원들이 위촉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소위에서 업무조정위원회는 '보건의료기본법'에 있는 것이 법 체계상 맞다는 의견이 나와 재발의했다"며 "원활하게 법안소위에 통과하기 위해 법명만 바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복지부와 여당에서도 동의하고,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큰 이변이 없는 한 다음 법안소위에서 무리 없이 통과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