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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 병원 밖 응급의료행위 프리패스?…'119법 개정안' 행안위 의결, 본회의 통과 유력

    간호사 응급의료행위 등 무면허 의료행위 조장…간호법 이어 간호사 이익 극대화 '논란' 가중

    기사입력시간 2022-10-19 06:51
    최종업데이트 2022-10-19 06:5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법 제정 논란에 이어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119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보건의료계 내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간호사의 병원 밖 응급의료행위 등 무면허 의료행위가 조장될 수 있고 법률상 오해의 소지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해당 법률은 특별한 여야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 후반기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간호사 응급처치 범위 늘어나나…간호직역 이익 극대화 '우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소방청장이 의료법 제27조에도 불구하고 구급대원의 자격별 응급처치의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119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119구급대원이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 따른 업무범위의 제한으로 적절한 응급조치를 할 수 없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행안위 의결 과정 중 최초 대표발의 내용과 다르게 '응급처치의 범위는 응급의료법 제2조제3호의 응급처치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이 삭제되면서 불거졌다. 

    응급구조사 이외 간호사 구급대원이 대거분포해 있는 상황에서 간호사에 의한 병원 밖 불법 응급의료행위 등 불법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응급구조 현장을 살펴보면 간호사들이 대거 채용돼 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에 따르면 소방청은 최근 5년 동안 2000명이 넘는 간호사를 소방공무원으로 대거 채용해 3000명이 넘는 간호사가 구급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태다. 전체 구급대원 면허 소지자 분포로 살펴보면 25%에 달하는 수치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119법이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최근 의결됐다. 해당 개정안으로 인해 간호사들의 무면허 응급의료행위가 만연할 수 있다"며 "간호법과 더불어 119법 개정으로 간호사 직역 이익 극대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보건의료체계 자체를 흔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률적 불명확성 다분…'구급대원 자격별'·'응급처치 범위' 등 용어 수정 필요
     
    현행 개정안의 법률적 불명확성으로 인해 보건의료계가 원하는 법안 수정안 내용. 사진=대한응급구조사협회

    개정안의 법률적 불명확성도 문제로 제기됐다. '구급대원의 자격별'이라는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무면허 의료행위를 규정하는 '특례' 적용의 오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구급대원의 자격별'로 응급처치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박시은 사업이사(전국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장)는 "이번 119법 개정안을 보면 구급대원의 자격별이라는 용어를 불명확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는 구급대원 4종 자격자들이 모두 의료법 제27조의 무면허 의료행위 규정을 무시하는 특례를 적용받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구급대원의 자격별이라는 포괄적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구급교육을 받은자, 2급 응급구조사, 1급 응급구조사까지도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규정을 무시하는 특례 적용 대상자로 오인할 위험성이 많다. 따라서 해당 내용은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응급처치 범위를 정할 수 있다'는 부분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게 보건의료계 측 주장이다. 

    박 사업이사는 "구급대원은 단순하게 응급처치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환자의 평가, 문진, 관리, 이송, 구조 등의 업무를 포괄적으로 수행한다"며 "응급처치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구급대원 업무를 단순히 응급처치만으로 한정해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응급처치를 업무범위로 수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당 개정안의 상임위 통과 과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간호법 저지 13개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에 따르면 행안위는 기존 의원 발의 개정안의 중대한 변경과 관련해 입법당사자인 소방청의 의견 청취만을 하였을 뿐,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에는 단 한 차례의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이후 법안은 9월 21일 행안위 법안심사 제2 소위원회를 통과한 뒤, 바로 다음 날인 9월 22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즉각 의결됐다.

    이 같은 절차상 문제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반기 안에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 특별한 여야 의원간 이견이 없고 소방청 등 관계부처에서 법안 개정을 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119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여야간 의견 차이가 크게 없는 것으로 안다. 상임위 전체회의까지 통과한 상태기 때문에 하반기 안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회 상황에 정통한 의료계 관계자는 "해당 문제는 소방청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도 크게 관여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소방청 등 일부 부처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관여하고 있다"며 "보건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견 수렴 절차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