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25일 오전 10시쯤 서울 노원구의 종합병원 정형외과 외래 대기실. 전날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몇몇 환자들은 예정돼 있던 진료를 위해 기다리고 있고 교수 두 명의 예정된 진료 일정도 그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나머지 비어있는 진료실도 적막이 흘렀다.
로비를 비롯해 병원 전체에도 특별한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병원 측은 계속 방문하는 환자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건과 관련한 병원명 노출을 꺼리는 듯했다.
바로 이 병원에서 전날 오전 50대 남성 환자가 정형외과 진료실에 흉기를 숨기고 들어간 다음 이모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에 체포됐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해자인 환자는 2014년 손가락 부상으로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지속적으로 외래 진료를 받았다. 한동안 거의 방문하지 않다가 이날 거의 1년만에 외래 진료에 방문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수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병원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소송에서 수술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고 환자가 패소했다”라며 “환자가 항소했지만 여기서도 패소했다. 그러자 환자가 재심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심에서도 환자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심 최종선고가 17일에 났고 22일에 환자에게 통보됐다고 한다. 환자가 1년 간 병원에 오지 않다가 최종 통보를 받고 난 다음에 병원에 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는 장애 진단까지 요구하면서 이 교수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장애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재활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환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상태는 어떨까. 환자가 과도로 이 교수의 가슴을 공격하려던 것을 막다가 엄지손가락을 거의 절단에 가까울 정도로 깊게 베었다. 한양대병원에서 다섯시간 반동안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다.
이 교수는 41세 젊은 나이로 외상과 수부 수술을 맡아 어려운 길을 묵묵히 선택한 의사다. 이 교수의 동료들은 "이 교수는 매우 심성이 착하고 환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의사"라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교수의 손가락 부상이 심해 다시는 수술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같은 정형외과 의사들은 물론 의료계 전체가 분노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의료인 폭행이 일어나면 벌금형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구속수사를 하고 다른 환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가중처벌이 필요하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를 삭제하고 의사 신변에 위협을 줄 수 있는 환자에 대한 진료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