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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특수’ 없는 코로나19, 가을 전에 2차 ‘대유행’이 온다

    강한 전파력으로 팬데믹 상황서 계절 요인 작동 안해…2차 정점 찍은 ‘이란’ 참고해야

    기사입력시간 2020-07-02 14:00
    최종업데이트 2020-07-02 22:2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수도권과 대전·충남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여름철이더라도 충분히 2차 대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초 고온 다습한 여름철이 오면 호흡기계 바이러스 활동이 주춤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실제로 인플루엔자 등 계절성 호흡기질환은 온도가 낮고 건조한 겨울철 유행하다 여름에 잦아든다. 코로나19와 유사한 사스(SARS)도 겨울철인 11월 등장했다가 7월 소멸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이른바 코로나19 '여름특수'를 바라기 힘들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판데믹 상황서 계절적 요인 작동 어려워…이유는 강한 전파력
     
    전문가들은 계절적 영향을 뛰어넘는 코로나19의 강한 전파력에 주목했다.
     
    최근 이태원 클럽을 주축으로 지역사회 집단감염이 6차 감염을 넘어 급속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계절적 완화요인이 상쇄됐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무증상 전파와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파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의 높은 전염력을 바탕으로 2차 유행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고려의대 최재욱 예방의학과 교수는 "물론 고온다습한 상황에서 바이러스의 생존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여러 가지 변수가 제외된 실험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바이러스는 애초에 사람들이 밀집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전파된다”며 “코로나19의 경우 계절적 영향이 결정적이지 않고 이보다 자체적인 실내 전파력이 더 강하다는 게 정론"이라고 말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계절적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들도 많다"며 "특히 감염이 급속도로 이뤄지는 판데믹 상황에서는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감염성 호흡기 질환, 기온 영향 없어”…“계절 결정론 등 분석 지양하자” 목소리도
     
    실제로 바이러스성 폐렴 등 질환이 기온이 높아진다고 해서 발병률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건강보험자료에 등록된 환자 200만명의 자료를 분석해 폐렴 바이러스와 기상 상황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바이러스성 폐렴을 비롯한 전체 폐렴 발병률은 기온과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흡기 질환의 감염은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이 되더라도 충분히 쉽게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훈 교수는 "브라질처럼 열대성 기후에서도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것이 코로나19와 기후가 상관이 없는 대표적 사례"라며 "감염성 호흡기 질환에 대한 기온적 영향보다 얼마나 마스크를 잘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실천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애초에 예측이 불가한 신종 감염병 상황에서 계절 결정론 등 잘못된 분석을 내놓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억측으로 인해 국가적 감염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양의대 한동운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이전에 없던 신종 바이러스다. 애초에 기존에 알던 상식으로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고 있다"며 "재난 상황에 여러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한가지 예측을 너무 맹신하는 태도는 잘못된 정책 방향으로 흐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차 유행 시작된 이란 사례 참고해야…“4개월 주기 2년 더 유행할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코로나19 2차유행이 가을과 겨울철이 오기 전 언제든 엄습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재욱 교수는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집단감염을 2차유행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규모가 크지는 않다"며 "그러나 무증상 전파 등이 늘면서 언제든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장기적 차원에서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미 2차 대유행이 시작된 이란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란은 최근 코로나19 사망자가 세자릿 수까지 급증하며 다시금 봉쇄 정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가 80%에서 20%로 줄어들었다. 이란이 다시 코로나19 정점을 향해가고 있다"며 "다시 봉쇄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이란은 이미 2차 유행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기에 따라 다르지만 이미 2차유행이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다"며 "이란의 사례를 참고해 방역지침을 가다듬어 2차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2차 유행을 넘어 코로나19 유행이 4~5개월 주기로 앞으로 2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동운 교수는 "미국 감염병 예측 전문가들에 따르면 4개월에서 5개월 주기로 감염병이 절정에 이르고 수그러드는 것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정부도 코로나19 여름철 감소 예측이 맞지 않았다고 인정하며 장기전에 대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6월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여름철에 유행이 줄 것으로 예측했던 것들이 맞지 않았다"며 "냉방으로 실내 온도가 적정하게 유지되고 사람 간 밀접 접촉을 통해 전파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대면 접촉을 완전히 끊지 않는 이상 바이러스 전파는 끊을 수 없다. 5월 연휴 이후 2차 유행이 촉발돼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이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정부는 의료시스템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생 속도를 통제하고 개인들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