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에 적정수가를 제공하는 방식을 문재인 케어의 '비급여의 급여화'와 함께 연계해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의료계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를 실시하기 이전에 수가 정상화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하는 것으로, 적정수가 책정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대한병원협회가 12일 개최한 'Korea Healthcare Congress 2018' 학술대회 중 '보장성 강화와 병원의 미래' 세션에서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 고형우 과장은 문재인 케어의 현황과 앞으로의 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고 과장은 "10년간 제자리 수준에 있었던 건강보험 보장률 향상을 위해 정부가 30조6000억원을 들일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수가 적정화를 실시해 의료기관에서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더불어 수술이나 중환자실 등 인적자원의 투자와 사람중심의 수가로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고 과장은 "낮게 평가했던 수가를 정상화하는 과정은 비급여의 급여화와 함께 연계해야한다"며 "비급여가 남아있는 과정에서 수가를 한꺼번에 올리면 국민부담은 높아지고, (제도가)비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급여 제도가 국민부담 완화의 효과 없이 의료기관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예비급여 3800개에 대해서는 심사가 아니라 착오청구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고 과장은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 복지부는 의료계와 성실하게 협의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의료계와 합리적으로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션에서는 정부가 의료 관련 정책을 실현할 때, 보장성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모든 비급여의 급여화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비용효과성을 따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는 '보장성 강화 정책의 주요 과제'에 대해 발표하며, "중요한 것은 기술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비용효과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보장성 강화 정책은 모든 것을 끌어들이기보다 비용효과성을 잘 판단하고, 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권 교수는 "환자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비급여를 줄이는 것도 목표로 잡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급여확대가 비급여의 양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진료비지불제도를 포괄화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기준실 지영건 실장은 "환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보장성 확대가 아니라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라며 "만약 면역항암제를 써야 하는 환자의 경우 1%의 가능성만 있더라도 약을 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에서는 1%의 확률을 가지고는 급여로 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즉 정부가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과 실제로 환자가 원하는 급여화 정책은 다를 수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 실장은 "더불어 의료계에서는 비급여에 대해 스스로 경영목적이 아닌, 그야 말로 환자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도록 자정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국가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관리하기 위해 비급여를 검증하고 표준화하는 등의 작업을 거치고, 정부와 협조해 비급여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