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요양병원 수가 개편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자 '30% 도산설'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26일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춘계 학술세미나에서 요양병원 수가개선 방향을 소개했다.
손 과장은 "요양병원 재원환자 중 입원이 불필요한 정상군이 20~40%에 달하고, 재원일수가 100일 이상인 환자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평균 재원일수가 30일 미만"이라고 환기시켰다.
복지부의 또 다른 고민은 경증환자일수록 재원일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환자분류군 기준 최고 중증도 등급인 의료최고도(ADL(일상수행능력평가) 11점 이상이면서 혼수, 체내 출혈, 중심정맥 영양, 인공호흡기 중 하나 이상에 해당) 환자의 평균 재원일수는 63일이다.
반면 인지장애군(치매간이설문검사(MMSE, 30점 만점) 0~19점)은 106일일 정도로 '아이러니'한 현상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주목하는 점은 또 있다.
손 과장은 "진료 질적 격차가 벌어지면서 질이 나쁜 병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런 고민을 종합해 2007년 설계된 요양병원 일당정액수가를 개편하겠다는 게 복지부의 방침이다.
복지부가 주목하는 핵심적인 문제는 두 가지다.
요양병원이 요양시설화 내지 생활주거적 시설로 가고 있다는 우려, 현재의 수가체계가 의료적인 관심이 낮은 병원(불법 환자 모집, 사무장병원, 인력 등 허위신고) 등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요양병원을 병원답게 △양질의 의료가 강화되도록 △더 나은 기능을 위해 수가개편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의료경도,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된 환자분류군을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의료경도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즉, 입원이 불필요한 환자는 선택입원제(입원보다 외래진료 등이 적합한 경우), 낮병동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과장
또 복지부는 장기입원을 관리하기 위해 입원일수 '121일'부터 장기입원 체감제를 적용, 병원과 환자를 모두 압박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행 입원료 체감제는 입원일수가 181~360일이면 입원료를 5% 차감하고, 361일 이상이면 10%를 인하한다. 환자는 입원일수에 관계 없이 본인부담금이 20%다.
이를 개선해 입원일수 121일부터 입원료 정액제를 5~15% 차감하는 동시에 장기입원환자에 대해서도 본인부담금을 현재 20%에서 최대 50%까지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다 일정기간 이상의 장기입원으로 발생한 요양병원 진료비에 대해서는 진료비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요양병원 인력가산에 대해서도 칼을 댈 예정이다.
요양병원은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8개과 전문의를 채용하거나 필요인력(의무기록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를 갖추면 수가를 가산 받지만 복지부는 수가를 더 주는 만큼 의료 질적 수준이 향상되고 있느냐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복지부는 8개과 전문의 가산을 전문의 가산으로 전환하고, 필요인력가산을 폐지하는 안을 제안한 상태다.
노인요양병원협회 손덕현 부회장
그러자 요양병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손덕현 부회장은 "정부가 생각하는 중기입원 기능은 수가인하를 위한 임시방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손 부회장은 선택입원제도에 대해서도 "입원이 필요하지만 분류군이 없어 신기군으로 빠져 환자 부담이 증가하는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회는 120일 기준 체감제 도입, 환자 부담률 상향 등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손 부회장은 "과소치료를 방지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의료적 필요가 있지만 요양시설에 입소한 20~30%의 환자를 요양병원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모 요양병원 원장은 "정부가 요양병원 환자의 30~40%를 사회적 입원으로 보고, 이들을 퇴원시킨다면 요양병원 30% 이상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복지부 손영래 과장은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역기능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보편적인 인식"이라면서 "요양병원들이 단순히 싫어한다고 해서 (개선을)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상방기 중 개선안을 확정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다만 그는 "수가 개편방향은 우수한 병원에 대해서는 성장 동력을 주고, 열악한 병원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면서 "1년 안에 요양병원 30%를 망하게 하는 극단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