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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10대 추락사, 병원 책임 인정 '후폭풍'…대구 응급의료 마비 가능성까지

    계명대동산병원 항소심서 1심 뒤집혀…이형민 “지원 끊기면 상급병원 역할 축소, 누굴 위한 행정처분인가”

    기사입력시간 2026-05-07 09:24
    최종업데이트 2026-05-07 09:24

    사진=계명대 동산병원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구 10대 추락사 사건과 관련해 항소심 법원이 1심 판단을 뒤집고 병원 측 책임을 인정하면서, 관련 병원들에 대한 행정처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이 개별 병원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대구 지역 응급의료 핵심 병원들의 기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응급의료 지원금 중단 등 재정 제재가 잇따를 경우, 응급환자 수용 능력이 떨어져 지역 응급의료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계명대동산병원 항소심 패소…복지부 행정처분 정당성 인정

    7일 의료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부는 학교법인 계명대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보조금 중단 및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계명대 측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가 계명대동산병원에 내린 시정명령과 6개월간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은 항소심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

    대구 10대 추락사 사건은 2023년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숨진 사건이다. 당시 응급환자 전원 과정에서 여러 병원이 수용 곤란 의사를 밝히면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논란이 불거졌다.

    계명대동산병원은 당시 119 구급대와 대구 119구급상황관리센터로부터 두 차례 환자 수용 요청을 받았지만, 외상환자 수술 등 병원 상황을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이를 응급의료법상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로 판단해 시정명령과 6개월간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항소심이 응급환자 전원 과정에서 병원의 수용 곤란 판단과 대응을 보다 엄격하게 봤다는 점이다. 1심은 병원 측 사정과 처분의 타당성을 병원에 유리하게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초기 평가와 치료 기회가 제공됐는지를 더 무겁게 본 것으로 해석된다.

    관련 병원 행정처분 도미노 우려…대구 핵심 응급의료기관 타격 가능성

    계명대동산병원 항소심 패소로 대구 10대 추락사 사건과 관련된 다른 병원들의 행정처분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당초 대구 지역 5개 병원이 문제 대상에 올랐고, 일부 병원은 이미 행정처분을 받았거나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가톨릭대병원은 항소심 패소 후 상고를 포기했고, 계명대동산병원은 항소심 패소에 따라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관련 병원들의 행정처분이 순차적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행정처분이 단순한 경고에 그치지 않고 응급의료 관련 보조금 중단 또는 삭감 등 재정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구 지역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핵심 병원들이 동시에 행정처분의 영향을 받으면, 특정 병원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 응급환자 수용체계의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 끊기면 상급병원 역할 축소…처벌하면 누가 이득 보나”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응급실 수용 곤란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상급병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환자를 받아줘야 한다”며 “그런데 상급병원의 지원금을 끊겠다는 것은 상급병원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처분의 본질이 재정 제재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공보이사는 “행정처분이라는 것은 결국 돈을 안 주겠다는 의미”라며 “응급실은 인력과 비용으로 운영되는데 지원이 줄어들면 기능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처벌을 하면 대체 누가 이득을 보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상급병원이 더 많은 환자를 받아야 문제가 풀리는데, 오히려 지원을 줄이면 환자를 받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행정처분의 중장기적 영향이다. 응급의료는 전문의, 전공의, 간호인력, 배후진료과, 중환자실, 수술실이 함께 작동해야 유지된다. 재정 지원이 줄어들면 당장 응급실 문을 닫지 않더라도 인력 충원과 기능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 회장은 “당장 행정처분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지원금이 줄어들면 사람을 못 뽑는다”며 “추가 인력을 채용하려면 월급을 줘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을 기대하고 남아 있던 인력들도 충원이 없다고 판단하면 계속 남아 있겠느냐”며 “이런 부분은 당장 숫자로 보이지 않는 손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응급의료 기능 약화로 나타날 수 있다. 사실 현재 대구는 내부적으로 이미 상당히 심각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대구 이미 심각”…책임 강화가 수용 위축 부를 수도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다른 지역 응급의료기관에도 경고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응급환자 수용 과정에서 결과가 나쁠 경우 법적 책임과 행정처분이 동시에 따라올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 병원들이 고위험 환자 수용에 더 방어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응급실 현장에서는 병상 부족, 전문의 부재, 수술실 가용 여부, 중환자실 상황, 배후진료과 당직 여부 등을 종합해 환자 수용 가능성을 판단한다. 그러나 사후적으로 수용 거부나 전원 지연 책임이 폭넓게 인정되고 행정처분까지 이어질 경우, 현장 판단은 더욱 위축될 수 있으며 인력 유출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사고 이후 핵심 병원들에 대한 지원이 끊기면, 오히려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줄어드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려면 상급병원이 더 많은 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처벌과 지원 중단으로 기능을 축소시키면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관계자도 “전원 지연을 문제 삼고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응급실 뺑뺑이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대구의 핵심 응급의료기관들이 동시에 행정처분을 받게 되면 지역 응급의료체계가 실제로 마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