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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렴하고 품질 좋은 건 있다?없다?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

    [칼럼] 김효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17-09-07 05:00
    최종업데이트 2017-09-07 05:0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은 것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품질이 좋은 물건을 만들려면 당연히 그에 따른 좋은 원자재와 판매자의 수고와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바로 우리 의료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박리다매 식으로 많은 환자를 보면서 낮은 의료수가 부족분을 상쇄시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만 환자들은 누구나 의사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왜 이런 구조가 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보다는 짧은 진료나 치료시간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럼 적절한 의료 수가를 정하고 적절한 치료 시간을 할애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이 부담해야하는 의료보험료는 선진국의 예를 보면 지금보다는 큰 폭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누구도 총대를 메고 추진하려고 하지 않는다.
     
    애완동물 진료비나 치료비보다 현저히 낮은 우리나라의 의료 수가는 본인의 몸을 맡기고 치료받는 비용 지불에 매우 인색한 현실을 알게 해준다.

    귀한 보석은 좋은 보석함에 담고 애지중지 하는 것처럼 내 몸을 귀히 여기고 좋은 치료를 받으려면 좋은 재료와 적절한 시간을 들여서 집중되는 의료진의 노력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몸을 보해준다는 영약과 비타민, 스포츠 센터 비용 등은 흔쾌히 지불하는 반면 자신의 몸을 치료하는 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한다.
     
    과일가게에 가서 과일을 공짜로 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어도 의원에 가서 의사의 진료를 보고 나서 맘에 안 든다고 진료비를 안 내고 나가버리는 경우는 있다고 한다.
     
    왜 이처럼 의료 행위가 저렴한 것으로 인식된 지경에 이른 것일까? 누구의 책임일까...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질병에 대해서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적절한 의료시스템을 만들어서 운영해야 한다.
     
    전 국민 의료보험과 낮은 의료수가 덕분에 아프면 신속하고 적은 비용 부담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정책은 일견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도 병의원이 없는 곳이 없고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료 접근성이 높고 비용이 낮기 때문에 의료 이용률은 매우 상승하고 불필요한 의료쇼핑이 늘어나고, 노인 인구비와 의료비 증가로 국가 재정 부담은 계속 증가한다.
     
    현 의료수준을 유지한 채 의료비 상승으로 인한 국가 재정부담의 급격한 증가를 억제하려면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는 수밖에 없다.
     
    첫째는 저렴하면서 질 좋은 상품이 나오기 어려운 것처럼 국가에서 국민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의료보험료를 현실적으로 인상하고 의료쇼핑을 막기 위한 병의원 이용을 제한하며 이러한 조치에 대해 적절한 설명과 함께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만 의료보험료를 많이 올리면 국민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고, 이미 저렴하고 접근성 좋은 의료에 익숙해진 시점에 의료이용 제한을 하여 생기는 원망이나 불평을 국가에서 감당하려고 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둘째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의사들과 국민들 사이에서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삭감과 통제 등의 여러 제도 그리고 회유책 등을 활용하여 의사들을 더욱 압박하는 것이다.
     
    과연 국가가 어느 방법을 택할 것인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