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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목동병원, 주말에 무균조제실 운영 안하고 간호사가 조제…투약 준비 때 글러브 착용 지침 없었다"

    간호사연대 "이대목동 신생아사망 원인은 주사제 '분주'가 아닌 관행 방치한 복지부"

    기사입력시간 2018-05-09 06:10
    최종업데이트 2018-05-09 06:53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간호사연대가 8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사건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의 책임을 재차 강조하며, 제대로 된 역학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책을 요구했다.

    간호사연대는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간호사들은 지질영양주사제 '분주'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 아니라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양산하고 방치한 복지부에게 책임이 있다"고 질책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에 대한 역학조사결과를 공개했다. 결과보고서에는 분주된 지질영양주사제(스모프리피드, Smof lipid) 오염이 신생아 사망과 역학적인 개연성과 인과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질병관리본부는 의료진(간호사)이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사연대는 "의료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는 미흡한 수사방식과 개인책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번 역학조사는 의문점이 많다"며 "그럼에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망사건과 관련해 의료진 7명 전원이 기소된 바 있으며, 박 모 교수와 수간호사는 구속상태까지 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나머지 조 모 교수와 다른 교수 1명, 전공의 1명, 간호사 2명 등 5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된다"며 "그러나 여전히 병원 경영진을 비롯해 이 사태를 방치해온 가장 상위의 관리자들과 정부는 책임을 지기 위한 그 무엇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사연대는 "우리나라 빅5병원 중 일부 상급종합병원만 특수조제실이라는 TPN 무균조제실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병원들이 더 많다"며 "이대목동병원 역시 병원 내에 무균조제실이 있었으나 주말에는 조제실 운영을 하지 않았고, 주말분을 미리 만들어 보관 후 사용했다. 일부 약제에 대해서는 늘 병동에서 간호사가 투약준비실 내 싱크대 옆 처치대에서 분주와 조제를 해야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신생아중환자실 출신 간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금까지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분주와 더불어 수시로 추가 처방되는 전해질이나 약제들을 간호사들이 조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연대는 "의료현장에 있는 간호사들은 분주가 이 사태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다른 병원현장에서 분주는 다 해오던 일이기 때문"이라며 "투약 준비 시 글러브 착용이 원칙도 아니고 지침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질병관리본부는 사고가 발생하자 뒤늦게 신생아중환자실 감염관리 지침을 마련하겠다며 연구용역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며 "그동안 병원 자율에만 맡겨온 결과 상급종합병원 내에서도 시설과 의료시스템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표준화되고 의무화된 지침이 없었던 상황이 이번 사건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간호사연대는 "지침만 부재했던 것이 아니라 감염예방을 위해 필요한 신생아중환자실의 침상 간 최고 간격에 대한 규제도 없었다"며 "약제에 대한 교육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임상의 현실이다. 투약준비실, 신생아중환자실 감염관리를 전담할 의료 인력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주말에는 조제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약사를 두지 않았고, 주말에는 의사와 간호사 근무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전언이다. 전문의도 아닌 전공의 한 명이 중환자실의 모든 환아를 책임지고 처치하는 상황에서 모든 관리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결국 오히려 환자에게 집중하지 못하도록 몰아붙이는 상황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간호사연대는 의료진 처벌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병원과 복지부 행태에 대해 크게 비난했다. 이대목동병원은 복지부 병원인증평가를 매번 통과했음에도 복지부가 이러한 시스템을 몰랐다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설명이다.
     
    간호사연대는 "우리나라 병원 감염관리체계가 완벽하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는 병원은 없다. 더불어 감염관리뿐 아니라 환자안전체계를 잘 정비하고,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병원도 없다"고 강조했다.
     
    간호사연대는 "이 죽음의 책임은 그동안 병원들의 이런 부실한 체계를 방조하고 오히려 부추겨 온 복지부에게 있다"며 "신생아중환자실의 관리 책임은 의료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대목동병원 당국에 있고, 그 위에는 보여주기 식의 의료기관평가를 매번 통과시켰던 복지부가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함이 아닌, 형식적인 의료기관 인증평가만으로 잘못된 관행들을 양산해온 보건복지부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설명이다.
     
    간호사연대는 "이번 비극은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시스템의 비극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의료진 꼬리자르기식 수사과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일하는 수많은 간호사들에게 허탈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며 "또한 의료기관평가와 실제 현장과의 괴리로 인해 비슷한 사건이 자신에게도 벌어질까 간호사들은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잘못된 관행을 바꿀 책임은 감염관리지침이나 규정을 만드는 데 아무런 권한도 없는 일개 간호사, 의사가 아닌 이대목동병원과 복지부에 있다"며 "정부는 이대목동병원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