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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노예로 산다는 것

    "그냥 막 부려먹어도 되는 인력이 아니다"

    기사입력시간 2016-11-02 07:12
    최종업데이트 2016-11-02 08:59

    사진: 게티이미지 뱅크

     
    펠로우(전임의)들의 근무 환경이 심각하다. 

    '펠노예'라고 자조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올해 말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전공의는 그나마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게 된다. 

    그러나 펠로우들은 실제로 전공의만큼, 어쩌면 더 많이 일을 하면서도 그들을 보호해줄 법은 없다. 

    여기에다 전공의특별법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펠로우들이 메워야 하는 상황이어서 몸도, 마음도 더 고달플 수밖에 없다. 


    전문의 A씨의 이야기
     
    펠로우 2년 차.
     
    새벽이든, 쉬는 날이든 응급 콜은 언제나 펠로우 A씨의 몫이다. 
     
    언제 콜이 올까 불안해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잘 수 있고, 부르면 당장 달려가야 했기 때문에 쉬는 날에도 병원을 크게 벗어날 수 없다.
     
    금요일 당직은 거의 A씨가 도맡아 한다. 

    명절 때에는 당직을 서야할 교수 대신 A씨의 이름으로 갑자기 스케줄이 변경되는 일도 있었다.

    이를 당연시하는 병원 문화가 더 짜증이 나지만 어쩔 방법은 없다.  
      
    게다가 A씨는 펠로우 2년차 된 직후 그의 지도교수가 해외연수를 떠나는 바람에 비빌 언덕조차 없다. 
     
    A씨는 대형병원 전공의 때 술기 경험을 제대로 쌓을 수 없어 펠로우를 결심했지만 1년이 지나자 지도교수의 공백으로 교육 기회마저 사라진 것이다. 
     
    그는 "다양한 임상경험을 쌓기 위해 1년 동안 '펠노예'를 감수했지만 지금은 혼자 책을 보며 기술을 익히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A씨는 "전공의를 했던 대학병원에서는 펠로우를 해도 만족할 만큼 배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비교적 술기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 대학병원으로 왔는데, 결국 혼자 공부하고 신세"라고 전했다. 
     
    병원은 A씨에게 지도교수가 없어도 계속 일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미래를 위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펠로우'는 전공의 5년차
     
    A씨는 펠로우가 마치 전공의 5년차 같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업무시간이나 업무강도는 전공의와 비슷한데 계약직이다보니 법으로 보호받을 수도 없다"면서 "주변 펠로우들을 보면 매일 같이 지도교수 논문을 대신 쓰느라 스트레스를 엄청 받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에 따르면 보통 펠로우는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하고, 14시간 넘게 근무하는 날도 부지기수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노동강도다. 
     
    A씨는 "일이 많고, 인력이 부족하면 봉직의를 더 채용해야 하는데 병원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펠로우에게 모든 짐을 떠넘기고 있다"면서 "펠로우를 값싸고 말 못하는 노예로 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A씨의 급여도 전공의 시절과 비슷한 수준.
     
    정해진 근무시간이나 제대로 된 펠로우 교육프로그램도 없다보니 전공의도, 봉직의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다는 게 A씨의 설명.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보호가 필요하다"
     
    분명 '펠로우'는 본인이 선택한 길이지만 그렇다고 보호하지 않아도 될 이유는 결코 없다. 
     
    교수가 되기 위해, 또는 교육을 더 받고 경험을 쌓기 위해 선택했지만 결국 펠로우도 인간이며,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A씨는 "펠로우는 교수가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냥 참고 견뎌야 하는 사람도, 배우는 기회를 준다는 명목 아래 아무렇게나 부릴 수 있는 인력이 아니다"면서 "정확한 근무 시간을 정하고, 커리큘럼을 정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