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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병원 전공의·의대생 "정부의 정책 실패, 왜 의사들 탓 돌리나"

    17일 서울의대서 열린 집회서 정부 비판…"사직·휴학, 밥그릇 싸움 아닌 의료체계 바로잡기 위한 것"

    기사입력시간 2024-06-17 16:28
    최종업데이트 2024-06-17 16:28

    서울대병원 전공의, 서울의대 의대생들이 17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대병원 전공의·학생들이 정부가 정책 실패로 발생한 의료계의 문제점들을 의사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공공·지방의료에 대한 부실한 투자로 촉발된 문제를 무리한 의대증원과 필수의료정책패키지 강행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박재일 대표는 17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서울의대 교수 휴진 관련 집회에서 전공의들의 대규모 사직이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공의 대표 "대학병원 남아 대한민국 의료 이끄는 게 꿈"
     
    그는 “젊은 의사로서 우리가 원하는 건 의사가 돈을 더 많이 벌고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미래가 아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 상당수의 꿈은 대학병원에 남아 교수가 돼 대한민국 의료 중심에서 의료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건 왜곡되지 않은, 기울어지지 않은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고, 의사로서는 마음 속에 긍지와 자부심을 품고 국민들에게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드리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대한민국 의료의 탑은 점점 기울고 있고 어쩌면 곧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대한민국의 의료의 미래가 장밋빛이라고 들었던 국민들이 있다면 그건 속은 것이다. 지금 당장 인터넷에 건강보험 고갈 연도를 검색해보면 채 2~3년이 남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없다”며 “지금이라도 무너져 가는 탑을 바로 세우기 위해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정부가 정작 공공병원 등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하면서, 의료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을 의사들에게 돌리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대해 대한민국의 낮은 공공의료기관 비중을 근거로 합헌 결정이 나왔던 2000년 경에는 대한민국 정부 예산이 92.7조원이었다. 당시 공공병상 비중은 15.5%였다”며 “2021년경 정부 예산은 558조원으로 6배 이상 증가했지만, 공공병상 비중은 9.6%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어 “영국 100%, 캐나다 99%, 프랑스 61%, 일본 27.6% 미국 21.3% 등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OECD 꼴찌”라며 “정부 예산을 통한 공공병상 지원은 비상식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의료의 공적 문제들은 마치 의사들이 원인 제공을 한 듯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박재일 대표, 서울의대 학생회 김민호 회장.
    의대학생회장 "공공의료 책임 민간에 떠넘긴 정부"
     
    서울의대 학생회 김민호 회장 역시 이같은 전공의 대표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공공의료는 대한민국 법률상 건강보험이 제공하는 의료다. 그 공공의료를 지금까지 정부가 책임지지 못해서 민간 의사들이 공공의료에 많이 기여하고 있었다”며 “정부는 공공의료라는 추상적 개념만을 선동하지 말고, 진짜 공공의료의 정의가 뭔지 국민들에게 설명하라”고 했다.
     
    이어 “의료의 공공성이란 단순히 공립병원들이 많아졌을 때 높아지는 게 아니라, 응급의료체계 구축과 같이 민간이 하기 어려운 부분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했을 때 높아지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정부는 그러지 못하고 민간에 방치했고, 지금 오히려 민간에 책임을 묻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건강보험 의료가 곧 공공의료이기 때문에 이를 운영하는 책임은 정부에 있고, 따라서 오래전부터 제기된 의료계의 문제 상황들은 의료인 개인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실패에 무조건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보 제도 하에 있는 수가체계 문제에 대해 의료계는 정상화를 매번 요구했다”며 “이는 의사 월급을 올려달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 수가체계가 OECD 기준 최저 수준이라 의료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지역의료 문제가 제기된 이유는 의사들이 지역에서 근무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지역의 인프라를 위해 재정 투입을 하지 않았고 수도권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정책 실패로 인해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의대증원 등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문제의 원인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으니 원점에서 논의해봐야 한다는 건 상식적이고 당연한 수순”이라며 “의대정원 배정위원회 회의록과 증원 근거, 현 의료 정책 추진 시 발생할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부작용에 대한 해결방안을 상세히 제시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