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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AI의사가 입원하래서 왔어요!"

    서울아산병원 헬스 빅데이터센터 김영학 소장

    "왓슨은 좋은 벽돌을 하나 만든 것에 불과하다"

    기사입력시간 2017-07-21 14:17
    최종업데이트 2017-07-24 11:05

    [기획] ICT 융합 의료를 대비하다

    메디게이트뉴스는 'ICT 융합 의료를 대비하다'를 주제로 바이오 업계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맞춤형 의료를 위한 유전체 분석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기업,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투자기업(VC), 정부 출연기관, ICT 융합의료에 활발한 연구중심병원 등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1편) 바이오산업의 핵심은 '협업' - 신테카바이오 경영총괄대표 김태순 사장
    (2편) 바이오 투자 더 늘릴 계획 - 한국투자파트너스 황만순 상무
    (3편) 유전자 기반으로 패러다임 바뀐다 - EDGC 이민섭 CTO및 신상철 CEO
    (4편) 초기 기업 투자에 집중 – 인터베스트 문여정 이사
    (5편) 혼밥, 혼숙에 이어 “혼톡” – 헬스케어 챗봇 김민열 대표
    (6편) 20년 뒤 토종 글로벌제약사 기대 -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NOV) 박영환 단장
    (7편) 설명의무법 고민을 덜다 - 헬스브리즈 정희두 대표
    (8편) 의료기관, 기업과 협력으로 R&D 사업화 촉진해 – 한국전자정보통신연구원(ETRI) 바이오의료IT연구본부 김승환 본부장
    (9편) "AI의사가 입원하래서 왔어요!"-서울아산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김영학 소장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김영학 소장.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안창욱 기자] 앞으로 개인이 지금보다 훨씬 방대한 개인건강정보(PHR, Personal Health Record)를 갖고, 이것과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김영학(심장내과)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병원에 오기 전에 자가진단을 하고 '협심증 같은데 오늘 입원시켜 주세요!'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영학 소장은 PHR이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상상해 보자고 했다.
     
    그는 "의사들은 환자들이 알아먹지도 못할 단어를 차트에 쓰면 그만이었는데 개인이 자신의 의료정보를 열람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일종의 의사의 권위가 가미된 폐쇄성이 깨진다는 의미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여기에다 사물인터넷(IoT)이 발달해 혈당, 혈압 등 기초적인 것 외에 엄청나게 많은 개인의 건강정보가 PHR에 축적되면 현재와 다른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김 소장은 예측했다.
     
    그는 "개인의 진료기록과 함께 병원 밖의 사물인터넷 센스에서 획득한 건강정보, 유전자정보까지 PHR에 쌓이면 양적으로, 질적으로 중요한 정보가 체계화하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환자는 보다 적극적으로 진료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PHR과 함께 인공지능의 발전은 지금과 차원이 다른 의료를 예고한다.
     
    김 소장은 "개인이 관리하는 의료건강정보에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하면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기 전에 스스로 진단하고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어쩌면 외래 진료실에서 의사가 어떤 질병이라고 진단하면 환자가 "제 휴대폰도 선생님과 같은 생각이네요"라고 말할 수도 있다.

    김 소장은 디지털화한 의료정보를 집적한 빅데이터는 질병의 개념을 바꾸고, 미래 병원의 역할도 통째로 재편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길병원이 도입한 왓슨

    IBM의 '왓슨'은 전주곡에 불과하다.
     
    김 소장은 "빅데이터를 개인별 환자에게 적용하는 시대가 오면 환자가 3기 암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인이냐, 한국인이냐, 도시에 사느냐, 농촌에 사느냐, 심지어 키가 몇 cm이냐에 따라 치료방향이 달라진다"면서 "이렇게 되면 3기는 3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발 더 나아가 개인 맞춤화한 빅데이터는 자가진단, 자기치료 시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김 소장의 판단이다.
     
    그는 "천식환자는 바람이 불 때, 에어컨을 얼마나 켜놓느냐에 따라 상태가 달라지는데 의사가 따라다니면서 조절할 수 없지만 미래에는 자기 PHR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진단해 환경을 바꾸고, 치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정도의 외래 및 입원 기능, 진료 기능의 변화를 예고한다.
     
    김영학 소장은 "의사들의 업무가 상당부분 바뀌겠지만 병원 외래가 줄면 하루에 80명을 안봐도 되고, 잡다한 지식을 찾지 않아도 되니까 삶의 질은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말했다. 
     
    반면 병원의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모델을 찾게 될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이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를 설립한 이유도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김영학 소장 자신도 미래의 의료와 병원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미래를 안다는 사람은 다 뻥이다. 단지 확실한 것은 많이 바뀔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IBM 왓슨은 좋은 벽돌을 하나 만든 것에 불과하고, 우리는 우리 기후와 환경에 맞는 집을 지으면 된다"면서 "벽돌 만드는 기술이 뒤졌다고 해서 훌륭한 빌딩을 짓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더 늦으면 외국 건축업자가 들어와 이 시장을 다 잡아먹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이나 기업은 자기들이 제일 잘하는 분야에서 미래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면서 "서울아산병원은 수술을 제일 잘하고, 그런 노하우가 있으니까 거기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학 소장은 "이런 장점을 네트워크, 인공지능과 접목하면 그게 답일 것 같다"면서 "왜냐하면 미래는 모르니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