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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면증은 증상 아닌 반드시 치료해야 할 '질병'...정확한 원인분석에 따른 약물·인지행동치료 필요"

    [세계 수면의 날 수면건강 캠페인] 박영민 일산백병원 교수 "치료시 잠을 재우지만 말고 왜 못자는지 분석해야"

    기사입력시간 2022-03-18 16:30
    최종업데이트 2022-05-19 02:50

    '세계 수면의 날' 수면건강 캠페인 
    3월 18일은 세계수면학회가 지정하고 기념하는 ‘세계 수면의 날’이다. 낮과 밤이 똑같은 ‘춘분’ 직전 금요일을 기념일로 정하고, 매년 슬로건을 발표하며 수면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올해 세계 수면의 날 슬로건은 ‘Quality Sleep, Sound Mind, Happy World’로, 양질의 수면으로 건강한 마음과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의미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수면건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사회적 관심을 일으키기 위한 캠페인을 마련했다. 
     
    사진 = 인제의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영민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최근 코로나 장기화로 수면장애, 특히 불면증을 겪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복합적인 삶의 질 하락은 물론 우울증, 불안장애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불면증은 반드시 정확한 원인을 분석한 후 치료를 해야 하는 '질병'임에도, 아직까지는 덜 피곤하거나 생활리듬이 바뀐 '증상' 정도로만 간과하는 인식이 만연한 상황이다.

    이에 메디게이트뉴스는 3월 18일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영민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불면증이라는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치료방법, 치료시 고려해야 할 점 등을 알아봤다.


    Q.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과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불면증 환자가 증가하는 것을 체감하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면증클리닉 신규 환자가 최소 30% 증가했다. 불면증은 스트레스, 우울증 등과 관련이 있는데, 코로나19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불면증, 우울증이 모두 증가하고 있다.

    Q. 수면장애 중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 불면증이라고 알려져 있다. 최근 수면장애 경향, 그중에서도 불면증 환자 발생 트렌드는 어떤가.

    최근 불면증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시민활동이 위축되고 자영업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서 불면증이 큰 폭으로 느는 양상을 보였다.

    또다른 트렌드는 기존의 불면증 환자 대부분이 고령층이었는데 최근 젊은 불면증 환자가 많아졌다는 데 있다. 상당히 의외인데 이 역시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 코로나19로 집에서만 보내다보니 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햇빛을 덜 보게 되기 때문이다.

    젊은층은 늦은 밤이나 새벽까지 휴대폰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고 거의 대부분이 잠들기 전까지 휴대폰을 본다. 잠들기 전 강한 빛이 나오는 기기를 보면 뇌가 각성이 되면서 불면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환자들 중에서 보면 잠이 오지 않아서 휴대폰을 본다고 거꾸로 말하고 있는데, 불면증 환자가 자기 전 휴대폰의 밝은 빛을 보는 것은 상극이고 불면증이 더 악화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Q. 최근 불면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대다수는 '질병'이 아닌 덜 피곤하거나 카페인을 과다하게 마신 '증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불면증이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질병인 이유는 무엇인가.

    불면증은 우울증, 불안장애 등 기분장애와 연관이 있다. 또 우울증이 있어서 불면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들 질환은 서로 다른 질병이지만 연관이 있으며, 증상 중 일부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시험을 앞두고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이 발생했는데, 시험을 완료 후 스트레스라는 원인인자, 악화요인이 제거됐음에도 불면증은 계속 될 수 있다. 불면증은 한 번 생기면 대부분 악화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만성화되기 때문에 반드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평소보다 못 잔날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 대신 '일찍 자면 된다'는 생각에 더 일찍 잠자리에 드는데, 불면증 환자들은 취침시간 보다 일찍 눕거나 오랜 시간 누워있으면 안 된다. 이렇게 되면 불면증 환자들은 더 잠이 안오고 불면증으로 인한 공포, 두려움이 생겨 더욱 악화하기 때문이다.

    Q. 불면증 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또 약물적 치료에서 환자의 약제 선택 시 반드시 고려할 사항과 주의 사항은 무엇인가.

    불면증은 다양한 진료과목에서 보게 되는 질환이다. 개원가에서도, 대학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때 많은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할 때 '잠을 재워야 한다'는 생각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치료를 하려면 재우려는 것보다 '환자가 왜 못 자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불면증은 발생 원인에 맞게 치료를 해야 한다. 몇 년전 연세가 많은 여성 불면증 환자가 방문했는데, '왜 못 자는지' 물으니 '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으로 잠에 들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 경우 잠을 못 잔다는 이유로 수면제를 처방해서는 안 되며, 잠에 들지 못하는 원인인 하지불안증후군을 우선 치료해야 한다. 환자의 나이를 고려하면 1차가 아닌 2차성 하지불안증후군일 가능성이 높고, 이때 철분결핍이 가장 주된 원인인 만큼 철분검사를 먼저 해봐야 한다. 실제 이 환자는 철분 검사한 결과 철분결핍성 불면증으로 최종 진단됐으며, 철분 투여만으로도 불면증이 치료됐다.

    또 다른 환자는 우울증으로 잠을 못 이루는데, 이 때는 항우울제 치료를 1차로 해서 원인을 제거하고 이후 경과를 모니터링하면서 추가 증상 발생 여부와 그 원인을 찾으면서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다양한 검사와 상담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벤조디아제핀계나 졸피뎀 등 Z-약물(제트드러그·Z-drug·비벤조디아제핀계), 멜라토닌, 항우울제, 향정신병약물 등을 권하게 된다. 환자의 생활 패턴이나 특성 등을 고려해 최적의 처방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처방시 안전성 데이터가 장기적으로 이뤄진 임상시험이 없기 때문에 국내외 가이드라인에는 장기치료를 추전하지 않는만큼, 약물 처방과 함께 수면위생, 수면교육, 수면제한법, 자극조절법 등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해서 수면의 질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Q. 여러 약물들 중에서도 전문가들이 비벤조디아제핀계열의 Z-약물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한 수면제 종류별로 국내외 지침과 권고사항을 고려해 수면제 종류별 약제의 특성도 설명 부탁드린다.

    대부분 병의원에서는 진료시간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인지행동치료를 선행 또는 병행하기 어려워 불면증 치료를 위해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하는 경향이 높다. 약물치료는 저렴하고 효과가 빠르지만, 장기적인 치료를 하기에는 한계가 뒤따르기 때문에 전문가 처방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근거가 약함에도 환자들은 약물치료에 대해 만족감이 높은 편이며 약을 줄이면 불안하는 등 임상과 실제 현장의 괴리가 발생한다. 약물치료를 수행하기 전 반드시 불면증 환자가 잠들기 어려운 경우인지, 아니면 수면 유지가 어려운 경우인지를 파악한 후 적정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잠들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작용시간이 짧고 효과가 빠른 졸피뎀 등 Z-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유지가 어려운 환자라면 나머지 약제나 졸피뎀서방정이 유리하다. 

    벤조디아제핀계열은 수면구조를 바꾸고 항불안효과가 강력해 불안감이 높은 불면증환자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문제는 해당 약제는 깊은 수면(deep sleep)을 감소시키고 1,2단계의 얕은 수면이 올라간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반면 비벤조디아제핀계열은 수면구조를 바꾸지 않지만, 몽유병, 수면 관련 식이장애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반드시 환자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멜라토닌은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오랜 기간 사용돼 다른 약제에 비해 장기사용 안전성은 입증돼 있으나, 효과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의약품으로 만든 멜라토닌은 식품으로 파는 것보다는 효과가 높지만, 다른 약제에 비해서는 수면효과가 약할 수도 있다.

    항히스타민계열 약제도 불면증 치료 대안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이는 모든 환자에게 쓰기가 어렵고 연구가 많지 않은 편이다. 때문에 국내외 가이드라인(진료지침)에서 약국에서 파는 일반의약품 형태의 항히스타민제는 불면증 치료용으로 추천하지 않고 있다.

    Q. 특히 수면제는 약물 복용 시간이 중요하다고 한다. 수면제별로 약물 복용시간을 어떻게 선택해야 하고, 또 그 이유는 무엇인가.  

    환자마다 유형이 다양해서 약 분해 속도, 잠 패턴 등에 따라 최적의 복용시간을 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기상 7시간 전에 수면제를 먹는 것이 수면대기시간이 가장 적다는 결과가 있었다.  물론 이는 약제마다 조금씩 다르다. 졸피뎀 등 비벤조다이제핀계열은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취침 시간 30분 전에 복용하면 효과가 좋다. 종종 자정에 잠드는 환자가 밤 9시쯤 미리 약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 이때는 밤11시30분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반면 벤조다이제핀계열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느리게 나타나기 때문에 간격을 더 띄워서 먹으면 된다. 멜라토닌은 일찍 복용하는 게 필요하지만 환자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개별적 특성에 따라 약제 복용시간을 정해야 한다.

    또한 약물치료와 함께 수면제한법과 같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환자는 수면제를 좀 더 늦게 먹는 것을 권장한다. 많은 환자들은 어제 못잤으면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일찍부터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오히려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 때문에 잠들기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즉 인지행동치료 중 하나인 수면제한법을 활용해 잠들기 직전, 가장 늦은 시간에 침대에 들어가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의사는 환자가 실제 잠드는 시간과 눕는 시간, 잠드는 시간, 기상시간 등을 확인하고, 누워있는 시간대비 실제 잠을 잔 시간을 90% 정도로 해서 눕는 시간을 정해줘야 한다. 이때 잠드는 시간이 30분 내외로 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환자들이 집에 가서 수면제한법을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상담을 통해 이 같은 이론을 잘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Q. . 약제 중 졸피뎀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 졸피뎀 급여 지침 상 장기간 처방이 제한돼있고 일부 환자들사이에서 치매 등 중증 부작용과 의존·중독·내성, 오남용 등 불분명한 정보로 인해 해당 약제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영향을 미쳐 질환 치료를 저해  수 있다. 여러 인식 중 잘못된 부분이나 부풀려진 부분은 무엇인지, 또 급여 지침은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일부 기사를 보면 졸피뎀이 마치 악마의 약처럼 묘사된다. 범죄 악용 가능성이나 부작용이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게 문제일 뿐 졸피뎀은 효능이 좋은 약물 중 하나다. 특히 졸피뎀 등 Z-약물 계열은 잠에 드는 효과가 가장 높은 약물이다. 내성과 의존도가 적은 편이지만, 이를 복용하면 잠에 잘 들고 기분도 좋아지기 때문에 환자들이 '이 약을 끊게 되면 잠들기 어려울 것이다. 잠을 자려면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이에 따라 해당 약물을 의존하려는 경향이 높아지곤 한다.

    다만 흡수가 매우 빠르다 보니 효과도 좋지만 다른 약제 보다 섬망, 몽유병, 수면 관련 식이장애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소 높아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저용량을 먼저 사용하거나 서방정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이 있다.

    수면구조를 바꾸지 않기 때문에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졸피뎀 처방 선호도가 높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식이장애의 경우 불면증과 함께 하지불안증후군, 수면무호흡증, 몽유병 등의 수면장애가 동반되거나 알코올중독일 때 더 잘 생기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들이 환자의 히스토리를 확인해보고 저용량부터 시작해야 한다.

    치매 발생 가능성은 대만에서 의료보험 데이터 분석 연구가 진행되면서 제기됐다. 그러나 인과관계 설명이 약하기 때문에 아직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마치 예전에 커피를 마시면 폐암에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많았는데,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 중에 흡연자가 더 많다는 사실이 밝혀져 결국 커피가 폐암의 원인이 아니라 담배가 폐암의 원인으로 정정된 바 있다. 이처럼 교란 변수를 제대로 통제 하지 않으면 엉뚱한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졸피뎀 등 수면제가 치매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불면증이나 우울증 환자들이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이 주로 수면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통계적인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교란변수를 통제하지 않은 연구결과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 물질이 축적되면서 생기는 질환인데, 불면증이 지속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 베타아밀로이드가 축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가설이 있다. 환자들 중에서도 '수면제가 치매를 일으킨다'고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현재까지의 연구만으로는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정확한 검증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현재 각종 수면제 급여 제한에 대해서는 환자의 안전성 문제와 의료인의 처방권 문제를 균형 있게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의료진과의 심도 있는 토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

    Q. 마지막으로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수면장애를 직접 치료하는 의사 또는 환자들에게 당부의 한말씀. 

    불면증 환자가 굉장히 많다. 일반인들이 가끔 잠이 안 와도 힘든데 불면증 환자들의 고통은 매우 힘들 것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고 힘내라고 전하고 싶다. 또한 관성의 법칙처럼 원인이 없어지더라도 희한하게 지속되는 질병이지만 그럼에도 불면증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인만큼, 꼭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았으면 한다.

    요즘 의사들은 코로나19 환자는 물론 불면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진료하면서 많은 노고가 뒤따른다. 다만 바쁘고 고된 진료환경 속에서도 불면증 환자를 대할 때 '어떻게 재울까'보다는 '왜 못 잘까'를 먼저 고민하시길 추천드린다.

    수면제는 쉽게 쓸 수 있지만, 한 번 쓰기 시작하면 환자들이 약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 끊기가 어렵다. 의존이라기 보다는 환자들이 수면제 먹고자는 게 생활습관이 돼 버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환자들이 많다. 더욱이 효과가 좋은 약이나 용량이 높은 약을 처음부터 쓰게 되면 환자들이 더욱 끊기가 어려워진다. 비록 효과가 적더라도 약한 약물로, 저용량부터 시작하고, 언젠가는 약을 끊을 수 있게끔 처방해줄 것을 제안한다. 또한 약물처방과 함께 인지행동치료도 함께 하는 것도 반드시 고려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