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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터버블과 의사들의 소셜네트워크

    사용자를 우물 안에 가두는 소셜의 개인화

    기사입력시간 2017-06-15 11:46
    최종업데이트 2020-06-22 10:46

    페이스북은 기자가 가장 즐기는 소셜네트워크다.

    이 온라인 공간엔 2,000명 가까운 친구가 있는데, 약 80%는 의사인 것 같다.
     
    직접 쓰거나 공유한 의료 관련 글을 한 사람이라도 더 읽게 하고 싶어, 특정 직업군 위주로 선별해 친구를 맺어온 결과다.
     
    그 덕에 기자의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많은 피드(페이스북에서 올라오는 콘텐츠 단위)는 의료와 관련한다.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이 맞춤형 서비스, '개인화(Personalization)'다.
     
    완벽한 개인화를 위해 페이스북은 친구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개인 프로필, 그리고 피드에 대한 사용자의 모든 반응을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20% 이상을 점유한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피드를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후 일렬로 세워 차례대로 보여준다.




    개인화는 이미 여러 서비스에 쓰인다.

    똑똑하신 구글은 같은 단어를 검색해도 사용자마다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이런 개인화 서비스의 강력함을 절실히 체감했던 건, 얼마 전 끝난 대선 캠페인이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는 필자의 정치적 성향을 완벽히 분석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에 관한 뉴스로만 타임라인을 가득 채웠다.
     
    이 정도 분석만 보장하면, 소셜네트워크는 정치 컨설팅만으로 굶어 죽진 않을 것이다.
      
    개인화: 서비스 제공자의 콘텐츠 지배력
     
    개인화의 원래 목적인지 혹은 우연한 결과의 산물인지 모르겠지만, 소셜네트워크는 강력한 '콘텐츠 지배력'을 갖는다.
     
    콘텐츠 지배력은 단지 특정한 온라인 채널의 지정 위치에 원하는 성격의 콘텐츠나 광고를 때려 박는 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의 존재 목적이 메시지 전달이란 걸 고려하면, 콘텐츠 지배력이란 그것을 입맛에 맞게 단순히 '디스플레이'하는 게 아닌, 실제 그것이 필요한 사람을 정확히 타겟팅해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에서 강력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웹사이트처럼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메뉴까지 구성해 사용자가 찾기(메뉴 클릭)만을 기다리던, 요즘 기준에선 나이브하게 보이기까지 한 서비스가 역설적으로 얼마나 사용자의 서비스 선택권을 존중한 건지 생각해 볼 일이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자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희생하면서까지, 회사 수익을 위해 알고리즘을 변경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 사용자는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지만…
     
    어쨌든 개인화가 발전하면서 콘텐츠 선택권은 사용자에서 서비스 제공자로 이동한 셈이다.


    콘텐츠 선택권 상실이 만든 자기장 : 필터 버블(Filter Bubble)
     
    이런 콘텐츠 지배력을 다른 측면에서 염려한 자가 있었으니, 바로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다.  
     
    그는 편향된 개인화 검색의 결과물로 '필터버블'이란 단어를 그의 저서에서 처음 언급한다.
     
    엘리 프레이저는 'The Filter Bubble(생각 조종자들)'에서 "정보를 필터링하는 알고리즘에 정치적이거나 상업적인 논리가 개입하면, 필터링된 정보만을 받던 이용자는 편식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가치관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편향된 개인화의 산물인 필터버블이 한정된 정보만 제공해, 반대 성향 사람들의 글이나 정보, 혹은 평소 보지 않던 뉴스 등을 접할 기회 자체를 박탈하면서 이용자의 지식과 가치관 확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는 필터버블처럼 개인의 입맛에만 맞게 조합된 정보를 '정크푸드'에 비유하기도 했다. (물론 기자는 '맛있다'는 이유로 정크푸드를 버리지 못한다)




     
    부정적인 지적이 있지만, 개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장점은 너무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필터버블'이란 개인화의 문제점을 굳이 의사 사회에 붙여 강조한 이유는 집단의 특수성 때문이다.
     
    의사는 이미 폐쇄된 커뮤니티를 경험하고 사회에 나온다.
     
    보통 20대 시절은 나와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는 때이지만, 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은 10여년에 걸친 교육기간과 수련기간으로 이 시기를 담아낸다.
     
    같은 필드의 사람끼리 학교와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공유해, 개원가에 나와 진료하기 전 이미 환경적인 '필터버블'을 만들기 십상이다.
     
    사람간 교류가 점점 온라인에서 늘어나는 요즘, 소셜네트워크는 의사에게 오프라인에선 만나기 힘든 집단과 교류해 편향성을 희석할 기회를 제공한다.
     
    단, 개인화가 만들어낸 필터버블의 '교류의 역설'을 전제하고, 소셜네트워크에서 얻는 정보와 여론이 진짜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진 못한다는 사실을 숙지할 필요는 있다.
     
    이런 젼차로(이유로) 기자의 올해 목표는 페이스북 의사 친구 비중을 50% 이하로 떨어트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