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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게이트 뉴스

    처벌만능주의에 빠진 복지부

    비도덕적 진료행위 면허정지 강화 논란

    기사입력시간 2016-10-20 08:07
    최종업데이트 2016-10-20 09:54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최근 추계학술대회에서 초음파 급여화, 낙태수술 행정처분 강화안에 반발해 궐기대회를 열었다.ⓒ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가 불법 임신중절수술을 한 의사에 대한 면허정지처분을 현행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강화할 예정이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빼든 칼을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졌다.
     
    보건복지부 방문규 차관은 19일 의사협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산부인과학회, 대한의학회 관계자들과 만나 불법 임신중절수술을 한 의사의 면허정지처분을 강화한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8가지 종류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의사의 면허정지 기간을 최대 12개월로 강화한 의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8개 범주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진료중 성범죄, 대리수술, 진료 목적 외에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처방 등이며 불법 임신중절수술도 여기에 포함시켰다. 
     
    복지부의 공식 입장은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해 불법 낙태수술을 한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산부인과의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김동석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인 행위로 규정한다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복지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동석 회장은 "만약 복지부가 낙태수술을 한 의사의 처분 수위를 높인다면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이를 알리고, 비도덕적인 의사가 되지 않도록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불법 낙태수술을 중단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여성들이 낙태수술을 받기 위해 해외로 나가야 하는 등 상당한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하고, 낙태죄 폐지 여론이 비등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가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낙태수술 전면 중단 선언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당장 여성계를 중심으로 의료법 하위법령 입법예고안 철회, 형법상 낙태죄 폐지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은 현행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의사를 1개월 면허정지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12개월로 대폭 상황조정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는 "일부 주사기 재사용, 대리수술 등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복지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외면한 채 의사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데만 급급한 행태를 보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근 교통사고로 전북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한 두 살의 소아환자를 13개 대학병원이 수술을 거부해 숨져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지자 복지부가 내놓은 첫 번째 대책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SNS를 중심으로 복지부가 사고 원인도 파악하지 않은 채 희생양부터 찾는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또 하나 복지부는 의료계와 비도덕적 진료행위 범주를 사전 협의할 당시 불법 임신중절수술을 거론하지 않다가 느닷없이 입법예고안에 포함시키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의정 협의 과정에서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불법 낙태수술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낙태 불법수술 문제, 낙태죄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면허정지처분만 강화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처분만능주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복지부가 내달 초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불법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행정처분 수위를 어떻게 확정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