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세상이 다시 올 수 있을까.
백신을 맞더라도 코로나19 이전의 사회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 변이가 진행 중인 데다가 백신접종이 강제화가 아니라 집단면역 형성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의학한림원, 과학기술한림원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 백신 업데이트 온라인 공동포럼'을 개최했다.
염기 100만 개당 하나꼴 바이러스 변이 진행…무증상 감염 75% 정도만 방어
이날 포럼의 화제는 단연 바이러스 돌연변이에 따른 백신의 효능이었다. 다수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추후에도 백신을 업데이트해서 주기적으로 맞는 방안 등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서울의대 조남혁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됐는데 보통 숙주가 바뀌게 되면 바이러스가 적응하는데 시간 꽤 걸리는데 코로나19는 예외"라며 "바뀐 숙주에 빠르게 적응하고 전파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증가하게 되면 백신 항체가 무력화되면서 회피 바이러스가 성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바이러스 돌연변이는 필수적인 단계다. 바이러스 유전자 3만 개의 염기 중 무작위로 100만개 당 한개 꼴로 일어난다.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변이 속도도 증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울산의대 김성한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을 통해 무증상 감염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또 다른 논의 주제"라며 "영국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봤을 때 백신을 통해 코로나19 유증상 감염의 90%, 무증상 감염은 75%정도 방어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즉 특히 무증상 감염은 백신을 맞더라도 완벽히 제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백신을 맞더라도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을 하는 사회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어 김 교수는 "바이러스 변이가 최대 변수다. 최근 남아공과 브라질에서 진행되고 있는 바이러스 변이는 꽤 걱정되는 수준"이라며 "변이바이러스가 많아지면 백신의 효능이 떨어지게 되고 인플루엔자 백신 처럼 주기적으로 백신을 업데이트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되더라도 거리두기 등 전략 완화 조심해야
백신 예방접종이 확산되더라도 섣부른 사회적거리두기 조치 완화는 오히려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백신접종은 감염재생산지수를 줄이기 위한 전략 중 한가지로 봐야지 코로나19를 완벽히 종식시킬 수 있는 대안은 아니라는 취지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성일 교수는 "코로나19 방역 대응은 궁극적으로 감염재생산지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백신을 통해 감수성률을 줄이고 사회적거리두기를 통해 접촉률을, 마스크와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통해 전파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백신이 확대되면서 접촉률이나 전파율 제한 조치가 완화된다면 백신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백신 접종 이후 다른 방역 전략이 완화되면 국민의 7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며 “접종이 이뤄져도 감염재생산지수를 낮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거리두기 완화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의무화 논란에 전문가들 “의무화보단 집단면역 위한 설득과정 필요”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가에서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도록 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게 할 수는 없지만 대의적 차원에서 자발적인 백신 접종을 유도할 필요는 있다고 봤다.
최근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모든 국민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무적으로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퇴치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지난 발의해 논란을 빚었다.
해당 법안에 대해 일각은 개인적인 이유로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접종을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과잉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려의대 최원석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인, 중증환라도 국가가 예방접종을 강제할 순 없다. 본인이 거부하면 맞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우선순위에 대한 오해는 없어야 한다. 현재 접종 우선순위는 사회에서 누가 더 중요한지 여부가 아니라 접종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대의적 목표와 효과에 대한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한 교수는 "내가 특이한 체질이라고 생각되면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백신을 더 많은 국민들이 맞아야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며 "정부는 접종을 강제화하기보단 대의적 차원에서 집단면역을 위해 다 같이 접종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현장 논의 과정을 Q&A 형식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Q. 현재 가장 안전한 백신은 무엇인가.
송만기 박사: 국내로 들어오는 백신은 최소한의 안전성이 모두 검증됐다. 지금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어느 백신이 더 안전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만큼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순위를 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맞는 것이 좋다. 모든 백신이 상당히 안전하고 효능이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Q. 백신의 부작용 등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최원석 교수: 어떤 약이든 100% 부작용에 대해 안전한 약은 없다. 대상포진 등 백신도 이상반응이 있긴 하지만 큰 우려 없이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백신접종에 있어 중요한 점은 예방접종에 따른 득과 실을 따졌을 때 득이 더 많은지 판단하는 것과 부작용을 예측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도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임상결과에 따라 접종이 진행되는 것이다.
Q. 백신 접종 관련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개인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김성한 교수: 열이 있거나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백신을 맞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몸의 상태가 백신 때문인지 여부를 분간하기 어렵다. 현재 데이터상으로 화이자 백신이 100만명당 10명 정도의 아나필락시스 부작용, 모더나는 화이자의 10분의 1정도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다만 바로 에피네프린 약물을 사용하면 치료가 가능하고 백신접종 후 30분 이내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접종 이전에 아나필락시스 과거력이나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이들에 대한 의사 상담과 후속 모니터링은 이뤄져야 한다.
Q. 국내 백신 개발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송만기 박사: 국내에서도 7~8개 백신이 임상에 돌입했거나 조만간 들어갈 예정이다. 1~2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연구가 가능하고 현재 전임상 결과도 좋게 나오고 있다. 이런 결과를 봤을 때 국내 개발 백신도 빠르게 지원됐을 때 좋은 백신이 나왔을텐데 임상3상을 국내에서 수행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개발이 늦어지고 있긴 하지만 전망은 밝다. 아마 내년초쯤에는 개발이 이뤄질 듯하다. 우리나라 백신 개발은 바이러스 대비보다는 장기적으로 코로나19 계절화와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에 필요한 상황이라 지속적인 정부 지원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