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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세포를 쌩쌩하게 하는 춤과 운동의 생화학적 바탕은 무엇일까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기사입력시간 2019-03-29 06:26
    최종업데이트 2019-03-29 06:2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춤의 건강학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그동안 춤은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또 젊은 사람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과 때로는 퇴폐적인 춤바람으로 비하되기도 했다.  이랬던 춤이 건강 장수를 위협하는 치매와 파킨슨병 치료를 도울 뿐만 아니라, 질병•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신체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2017년3월16일 ‘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에 발표된 논문(https://doi.org/10.3389/fnagi.2017.00059)에 따르면, 노년기 뇌 기능 저하 개선에 걷기나 스트레칭 등 여러 운동이 다 좋지만, 특히 춤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지 기능에 문제가 없는 60~70대 건강한 노인 174명을 대상으로 6개월 간 운동을 하게 한 뒤 뇌변화를 MRI 영상으로 찍어 살펴봤다(NCT01472744 on ClinicalTrials.gov).

    참가자들은 빨리 걷기 운동, 스트레칭•균형운동,댄스 강습 등 3개 운동 그룹으로 나누고 일주일에 3번, 1시간씩 해당운동을 했다. 걷기, 스트레칭, 춤추기 등 종류에 관계 없이 6개월 뒤 운동을 한 사람들 대부분은 뇌의 정보처리 속도를 포함한 사고력 시험 성적이 처음보다 더 좋아졌다. 그런데 춤을 춘 사람들은 다른 운동 그룹과는 달리 특히 뇌궁부위백질(cerebral white matter)이 두터워졌다. 뇌궁은 정보처리속도 및 기억과 관련된 부위다. 운동을 하면 노화로 인한 뇌의 기능 저하를 막고 개선시킬 수 있지만, 함께 어울려서 하는 춤을 추면 뇌기능 개선 효과가 더 큰 것은 물론, 정보처리속도, 기억력과 관련된 뇌 부위가 실제로 튼튼해진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의대에서 발표한 2015년 논문은 탱고 동작을 응용한 치료프로그램을 파킨슨병 환자에게 적용했다(Front. Aging Neurosci., 21 December, https://doi.org/10.3389/fnagi.2015.0023). 

    그 결과 환자그룹이 일반 운동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운동을 인지하고, 동작을 수행하는 속도가 의미있게 단축됐다. 균형 감각도 높아진 것은 탱고의 터닝과 뒤로 걷기 같은 동작이 운동기능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춤의 효과는 빠른 발 동작과 리듬에서 나오기에 특히 춤은 나이 들면서 부족해지는 신체활동을 보완해 준다. 춤은 스텝의 빠른 걸음으로 끊임없이 발을 움직이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많아져 뇌 세포를 활성화한다고 설명한다.

    뇌세포를 쌩쌩하게 하는 춤과 걷기 운동 가치의 바탕은 무엇일까? 이런 운동을 하거나 춤을 추면 우리 몸 안에서 특히 뇌 안에서 어떤 생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나는가? 지난 1월 8일 출간된 Nature Medicine에 'Exercise-linked FNDC5/irisin rescues synaptic plasticity and memory defects in Alzheimer's models'이란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운동이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분자적 수준에서 운동이 인체에 특히 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연구자들은 아이리신(irisin)이라 불리는 펩타이드의 양이 뇌에서 올라가면 마우스의 알츠하이머 모델에서 신경연접의 파괴(synaptic deficits)나 기억손실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고 보고하했다. 

    하버드의대 브루스스피글먼(Spiegelman) 박사 연구진은 운동 중에 근육이 생성하는 핵심 단백질을 찾던 중, fibronectin type III domain-containing protein 5(FNDC5) 단백질의 단편(fragment)이 활발히 활동하는 마우스의 혈액 속에서 운동 유도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을 2012년 보고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신저 여신 아이리스(Iris)에서 유래한 아이리신으로이 호르몬을 명명했다. 그러나 이 논문에 대한 재현성과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다른 연구진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운동 후 아이리신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는데 실패했다고 줄줄이 보고했다.

    그래도 올 초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아이리신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조절하는 작용이 있는 것은 아닌지 가정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마우스 모델과 인간의 뇌조직(brain tissue)에서 스피글먼 그룹이 사용한 항체가 아닌 새로운항체(polyclonal)를 가지고FNDC5/irisin양을 측정했다. 29kDa 크기의 단백질이 검색됐는데 스피글먼 그룹이 보고한 아이리신보다 7kDa 조금 더 큰 단백질이 검출됐다.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에서도 ELISA를 통해 FNDC5/irisin 양을 측정했다. 마우스의 해마와 피질에서도 근육보다 양은 적지만 FNDC5 mRNA를 검출할 수 있었다. 스피글먼 그룹이 먼저 보고한 것과 같은 맥락의 결과들이다.

    연구자들은 사후 뇌조직을 가지고 29 kDa FNDC5/irisin을 판별했다. 치매 검진에는 인지선별검사(cognitive screening test)의 하나로 전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Mini-Mental State Examination(MMSE)가 있다. MMSE스코어가 13~17로 판명됐던 7명의 말기 치매 환자의 뇌 조직에서 11명의 콘트롤과 비교하했 때 FNDC5/irisin양이 환자에서 일반인보다 더 적었다.

    APP/PS1 마우스 모델에서는 Aβ를 주사한지 5일이 지나면 동물이 사육장 안의 목표물을 제대로 감별하지 못하게 된다. 연구자들은 이런 마우스에 유전자 재조합 방법으로 만든 아이리신이나 FNDC5 유전자를 주입한 바이러스를 주사하면 뇌에FNDC5/irisin양이 증가하고 신경 연접의 파괴나 기억 손실을 보호해 목표물을 다시 감지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이리신의 이런 뇌신경 보호의 역할이 운동과 연관성이 있는 것인가? 연구자들은 마우스에 하루에 1시간씩 5주간 수영을 시키고 기억력과 신경 연접에 대해 조사했다. 이런 정기적인 운동이 목표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기억 손실을 막아줬다. 그러나 FNDC5 유전자 발현을못하게 하면 정기적인 운동이 아무 효과가 없었다. 연구자들은 뇌에서의 FNDC5 유전자발현이 운동으로 인한 보호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아이리신은 운동 호르몬으로 근육에서 나오는 조절 인자 마이오카인(myokine)으로 불린다. 운동이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운동으로 근육에서 생성된 펩타이드가 혈액을 통해 어떻게 뇌신경 보호 효과가 있을까? 아이리신이 뇌에서 작용하려면 뇌 안에 수용체는 존재하는 것일까? 아직 여러 가지 의문이 계속 되지만 아이리신의 뇌에 미치는 긍정적인효과는 이미 마우스 모델에서 뿐만 아니라 사람의 운동과 춤에 의해 제시되고 있다. 그러기에운신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나이든 치매 환자에게 FNDC5/irisin양이 증가하게 주사를 하는 방법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재활의학에서 춤을 주목하는 이유는 재활치료는 보통 긴 시간이 필요하고 지루해서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다른 운동은 재미를 못느껴도 춤의 장점은 즐겁기에 재활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허리가 굽고 어깨가 처지기에 신체의 중심인 척추 주변을 단단히 잡아주는 코어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춤은 몸 전체의 근육을 고루 발달시키는 데도 좋다. 리듬에 맞춰 스텝을 익히면서 춤을 따라하면 나이든 사람의 인지 기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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