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와 백신 등을 둘러싼 인포데믹(가짜뉴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상에서 가짜뉴스를 퍼트리기 위한 '소셜 봇'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 대처의 중요성과 함께 정부가 정확한 정보 제공과 전향적인 소통,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포데믹 현상, 지난해 상반기만 87개국 2311건 확인
최근 남앙주에 거주하는 40대 김 씨는 메탄올이 코로나19를 소독한다는 인터넷 정보를 믿고 집안에 메탄올을 살포한 뒤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병원에 실려갔다. 가짜뉴스로 인해 오히려 또 다른 피해를 본 사례다.
그러나 세계적인 감염병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잘못된 정보나 악성루머가 미디어와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인포데믹'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말 미국 열대의학 및 보건위생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tropical medicine and hygiene)에 소개된 '코로나19 인포데믹의 글로볼 소셜 미디어 분석'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를 기준으로 전 세계 87개국 25개 언어로 표현된 2311건의 인포데믹 자료가 확인됐다.
이 중 2049건(89%)가 단순 루머였고 182건(7.8%)이 음모론, 82건(3.5%)가 오명과 관련된 인포데믹이었다.
국가별로는 인도와 미국, 중국 순으로 가짜뉴스가 발생된 것으로 나타났고 스페인과 영국, 인도네시아, 브라질이 그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루머는 마늘 섭취와 비타민 C와 D를 섭취해야 한다는 내용, 염소를 뿌리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염소산 나트륨 용액과 구연산을 혼합하거나 면역 치료를 위해 표백제 혹은 알코올을 마시는 치료법도 떠돌아다녔다.
연구에 따르면 잘못된 정보로 인해 2020년 상반기에만 약 6000여명이 병원에 입원했고 8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치료 목적으로 메탄올을 마시고 실명이 된 사건이 있으며 비슷한 사례로 터키에선 30명이 집단 사망하기도 했다.
카타르에서도 남성 2명이 알코올 기반 손 소독제를 섭취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미국에선 질병 예방을 위해 말라리아 예방제를 복용한 한 부부가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다.
백신 관련 허위사실 유포 위한 ‘소셜 봇’까지 등장
특히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부턴 백신과 관련된 가짜뉴스로 전세계 방역당국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것을 전염병 확산에 있어 전 세계 건강을 해치는 10대 위협 중 하나로 선언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인포데믹 확산을 부추기기 위한 새로운 기술도 등장했다.
파키스탄 시예드 의과대학 파리하 파루크(Fareeha Farooq) 교수가 JKM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소셜 봇'이 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러 백신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대중에게 퍼트리고자 인포데믹을 더 효과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소셜 봇을 만들어 낸 것이다.
미국 카네기 멜론대학 연구팀이 코로나19가 출현한 2020년 1월 이후 코로나19 관련 2억개의 트위터 트윗을 수집해 조사한 결과, 영향력 있는 상위 50개 리트윗 중 82%가 봇인 것으로 밝혀졌다.
상위 1000개 리트윗 중에선 62%가 봇이었고 봇을 사용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는 계정은 전체 트윗의 66%, 확실히 봇으로 확정할 수 있는 계정은 34%에 육박했다.
소셜 봇은 일반적으로 트위터 계정을 제어하고 트윗이나 리트윗 등의 작업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간주된다. 이론상으론 한 사람이 수천 개의 SNS 계정을 제어해 정보를 퍼트리고 여론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캐서린 카일 교수는 CNN을 통해 "이번 코로나19를 둘러싼 소셜 봇 활동은 이전 자연 재해나 위기, 선거 등에 비교했을 때 최대 2배 많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백신 가짜뉴스에 라벨 붙인다…경찰도 백신 허위사실 유포자 2명 입건
상황이 심각해지자 백신 관련 가짜뉴스를 막기위한 조치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은 코로나19 백신 관련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 게시물에 '알림 라벨'을 붙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백신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은 라벨이 붙고 거짓 정보 여부를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가짜뉴스를 조기에 발견하고 차단하기 위해 잘못된 정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제보를 받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예방접종에 대한 잘못된 뉴스는 강력히 법적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은 최근 백신 관련 가짜뉴스 유포자 2명을 입건하는 등 강력한 수사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 유포로 검거된 이들은 279명으로 이중 205명은 허위사실유포, 74명은 개인정보유출 혐의로 입건됐다.
각 지자체도 백신 가짜뉴스 방지를 위해 전담 요원을 두고 허위 정보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법적 대응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가천대 길병원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백신은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수단이다. 이 때문에 백신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며 "필요 이상의 추측이나 오보, 가짜뉴스는 집단면역 형성에 해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짓정보 홍수 시대에 위기소통 어떻게 해야 하나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짜뉴스 홍수 시대에 정부가 보다 전향적으로 소통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백신 안전성 문제에 있어 무조건 괜찮다는 식의 태도는 가짜뉴스와 별개로 또 다른 거짓정보가 될 수도 있다는 조언한다.
단국의대 박형욱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발 기사를 보면 발이나 근육통 등 경미한 증상은 단순 면역 반응으로 소개하면서 백신 부작용이 아닌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며 "그러나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발열 등 증상도 모두 백신 부작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한 영국은 발열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 아세트아미노펜 등 해열제 성분의 약을 복용할 수 있다는 정보와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공하고 있다"며 "이와 달리 우리나라 정부는 부작용을 정상적인 면역 반응인 것처럼 전달하고 오히려 부작용 신고를 억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과학회 관계자도 "현재처럼 획일적인 접종 지침을 유지한다면 백신 접종 사고가 계속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만 듣고 정책이 시행되선 안 된다"며 "한국인과 유럽인은 체격 등 여러 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나이, 체격, 성별에 따라 백신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가적 위기상황일 수록 가짜뉴스를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거나 전문가들의 의견이 전달되지 않는 현상도 지양해야 한다"며 "정부가 전문가 및 국민들과 좀 더 전향적으로 소통하고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지적은 국회에서도 나왔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백신 접종 후 고열 등에 시달려 응급실을 찾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이 대처방법을 몰라 1339 등에 연락해도 1339는 전문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1339 상담에 전문인력을 배치해 개개인 맞춤 이상반응 상담이 필요하다"며 "의료인이 접종중단 결정을 할 수 없는 경우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해 보인다. 의료계 내에서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해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파리하 파루크 교수도 자신의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해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며 "정보 콘텐츠는 의료 전문가와 공중 보건 전문가 등을 포함한 전문가 집단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