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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사고로 금고 이상의 형만 선고받아도 의사면허 취소? 국회의원부터 시행하라

    헌법상 평등원칙 침해하고 형평성에 반하는 과잉규제...의사 파업 부추기고 예방접종 협조 전면 철회할 것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전라북도의사회 정책이사

    기사입력시간 2021-02-21 06:33
    최종업데이트 2021-02-21 07:1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선고유예 포함)을 선고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면허강탈 법안)을 절대 반대한다. 그 다음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되면 사실상 통과되는 것이라 법사위 국회의원들이 어떻게든 이 개정안의 문제점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살인·강도·성폭행 등으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는 무조건 취소된다. 실형을 받을 때 형 집행 종료 후 5년까지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고 집행유예는 기간 만료 이후 2년까지 면허를 재교부할 수 없다. 

    현행법상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면허를 박탈하지만, 앞으로는 면허 관리가 더 강화되는 것이다.

    현행법에선 의료인이 안정적인 직업수행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의료관계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등에 한해서만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교부할 수 있도록 하는 면허관리 제도를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돼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의료인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지위의 특성상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행법은 의료관계법령 위반 범죄행위만을 의료인 결격 및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는 취소되지 않아 환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코로나19 방역 위기 극복에 중요한 시기에 의사면허 강탈 법안을 강행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아마 정부의 정치방역 실패와 뒤처진 백신 접종조차 연말까지 제대로 접종할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자 그 책임을 의사들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4월 7일 재보궐선거 전에 정부의 무능을 전가시킬 호재로 의사면허 강탈 법안을 강행한 것이다.

    이번 의사면허 강탈법안을 강행하면 당연히 의사들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원래 전국 1만여개의 민간의료기관이 백신 위탁센터를 운영하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의사들 때문에 접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선동할 수 있다. 지난해 공공의대 사태 때처럼 국민과 의사의 대립구도를 만들어 선거까지 늦은 백신접종과 다가올 4차 대유행의 화살을 손쉽게 피할수 있는 묘수인 것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조차 해당 의결사항에 대해 "의료인 결격 사유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의료법 개정안으로 환자 안전을 강화하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높일수 있게 됐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의사들이 나서서 반대하는 만큼 장관의 말씀은 곧 후회할 것이다. 의사들은 총파업을 경고하고 나섰고 여당의원들이 집단이기주의라고 비난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법조인인 변호사들의 결격사유로 모든 범죄 행위자로 하는 것은 업무상 정당성에 근거하는 직업윤리로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행위와 무관한 범죄행위에 따른 처벌을 받았다면 충분한데 직업수행의 자유까지 박탈하는것은 환자의 안전을 강화하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본다.

    법사위에서 의원들이 고민해야  하는 쟁점 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이 헌법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둘째,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고 5년동안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침해한다. 헌법 제11조 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에서 의사라는 사회적 신분으로 인해 차별을 요구하는 위헌적인 법안이다.

    셋째,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의사면허 박탈법은 특정 직업군을 타 직종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등 형평성에 반하는 과잉규제다.  헌법 제13조 1항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 금고이상의 형에의해 처벌받는 경우 외에  추가적으로 5년간 직업수행 자유까지 박탈하여 거듭처벌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인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법안이다.

    만약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선고유예 포함)을 선고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사면허 강탈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면 의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치방역으로도 부족해서 실패한 백신 정치로 가장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의료진들을 의사면허 강탈 법안으로 더 이상 시험하려고 하지 말기를 바란다. 무엇이 급해서 백신 접종을 눈앞에 둔 지금, 의사면허 강탈 법안으로 의사파업을 부추기고 예방접종에 지원하는 의료인력을 철수시키려고 하는가?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