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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도는 외상센터…살릴수 있는 환자 1만명이 죽어간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응급실·외상센터에서 여전히 다른 병원으로 환자 보내

    기사입력시간 2017-12-17 02:19
    최종업데이트 2017-12-19 02:30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 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외상(교통사고, 추락사고, 다수의 골절 등) 환자가 병원의 응급실을 거쳐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했지만 해당 병원은 다른 수술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권역외상센터 지원을 받은 병원조차 제대로 수술이 이뤄지지 않고, 살릴 수 있는 외상 환자들은 여전히 죽어간다.”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현실을 조명했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석해균 선장의 생명을 구해 국민 영웅이 된데 이어 지난달 북한군 병사를 살려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동시에 6년만에 권역외상센터에 또 한번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 27만명은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청원을 냈고, 국회는 내년 권역외상센터 예산을 212억원 증액했다.
     
    하지만 매년 살릴 수 있는 외상 환자 1만여명이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은 40세 미만 사망률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외상 사고가 나면 1시간 안에 치료를 시작해야 사망률을 낮출 수 있지만 한국에선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환자들이 응급실을 돌다가 겨우 권역외상센터로 옮겨지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방송에서 “다른 병원 응급실은 아침까지 (외상)환자가 깔려 있으면(병실로 옮기지 못하고 대기하면) 골치 아파한다”라며 “주로 밤 12시, 1시 이후에 환자를 (아주대병원으로)보내는 일(뒤늦게 치료가 시작되는)이 많다”고 했다.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지역에서도 환자를 다른 곳으로 보낸 사례도 있었다. 대전 을지대병원, 전남 목포한국병원 등은 보건복지부로부터 권역외상센터로 지정을 받아놓고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장면이 보도됐다.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되면 복지부로부터 연간 80억원의 운영비와 7~27억원의 인건비를 지원받는다. 
     
    이에 대해 복지부 권준욱 공공의료정책관은 “(외상환자를 다른 병원에 보내는 것은)엄연히 법규를 위반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처벌 규정으로 (해당 병원에 대해)권역외상센터 지정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 (외상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 자체가 없어서)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권 정책관은 “향후 전체적인 (권역외상센터)제도 발전을 위해서는 신상필벌(信賞必罰) 정도로 엄중하고 중립적이고 단호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 138명의 실태 조사를 발표했다. 지난 한달 동안 권역외상센터에서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근무했다는 의료진들이 60.9%에 달했고 야간 근무를 한 횟수는 ‘7일~10일’이 42%로 가장 많았다. 권역외상센터는 노동 강도가 세고 야간근무가 많아 지원하려는 의료진이 적었다. 권역외상센터는 최소 20명의 전담의사를 두도록 하고 있으나 올해 6월 이 기준을 충족하는 권역외상센터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아주대병원은 간호사 연간 사직률이 30%가 넘었다. 
      
    전문가들은 인력난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명의 영웅'을 만드는 것보다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외상환자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수술팀 인력이 365일, 24시간 대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대병원은 인력 운영 때문에 연간 80억원의 적자가 났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삭감도 문제로 지적됐다. 진료비 삭감이란 환자가 진료를 받은 다음 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지급할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 교수는 “환자가 실려왔을 때 전산화단층촬영(CT)을 찍어서 문제가 있으면 (진료비를) 인정하고 문제가 없으면 이를 삭감한다”라며 “여기서 (환자 치료에)괴리감이 있고 괴롭다. 원장이 (외상센터를)싫어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되면 외상센터는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몇년 뒤에 지나서 보면 예산을 몇백 억원 들여 (외상센터를)만들었는데 달라진 게 없을 것”이라며 “관심에서 멀어졌던 보건의료정책은 여태껏 헛돌았고 앞으로 헛돌 가능성이 높다”고 자조섞인 발언으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