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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는 지역병원 운영…네덜란드는 치매마을 설립

    코리아헬스케어콩그레스 ‘고령화 시대 병원’...일본은 치매 통합진료

    기사입력시간 2017-11-01 07:00
    최종업데이트 2017-11-03 09:13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전문가들은 '코리아헬스케어콩그레스'에서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병원들의 변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고령화가 진행되면 병원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지금처럼 병원 규모를 확대하고 병상수를 늘리는 것으로 늘어나는 노인 환자에 대응해야 할까.

    대한병원협회가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마련한 ‘코리아헬스케어콩그레스 2017(KHC)’에서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에 병원이 나아가야 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소개했다. 이들은 국가가 장기적인 고령화 전략을 세우고 병원은 환자의 비용을 줄이면서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치매 통합 관리 서비스 운영

    일본은 국가 차원으로 2012년부터 5년간 치매 환자 통합진료를 위한 '오렌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900만명에 이르는 치매 환자를 빨리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지난해 노인 인구가 전체의 26%을 차지할 정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아라이 히데노리(Arai Hidenori) 부원장은 “치매는 완치될 수 없지만 최대한 빨리 진단해야 한다”라며 “평소 노인들의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치매 진단을 빨리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는 치매를 치료하는 의사 외에도 망상증을 다루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간호사, 약사, 간호사 등이 한 팀으로 치매 통합 관리에 나선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이런 치매 통합진료에 대한 보험적용을 시작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일본의 치매 진료 예산은 연간 10조엔이며 노인 환자 진료 예산은 52조엔이다. 노인 환자 진료비의 50%는 40세 이상이 낸 보험료로 부담한다. 나머지는 중앙정부 25%, 지방 정부 25%, 본인부담금 10% 등으로 마련한다.

    히데노리 부원장은 “치매 외에도 근감소증, 노인성 질환 등 노인 환자에게 흔한 치료에 주력하고 있다”라며 “점점 늘어나는 노인 환자를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이 병원의 과제”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급성기 병원 지역병원 공동 운영 
    ▲싱가포르 주롱 지역병원(Step-down Hospital). 사진=주롱병원 홈페이지
    싱가포르는 2020년 마스터 플랜을 세워 고령화에 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올해 전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 노인이며 2024년에는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싱가포르는 급성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다음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입원하는 '지역 병원'을 활성화하고 있다.

    싱가포르 주롱지역병원 촤치숑(Chua Chi Siong) 메디컬 디렉터에 따르면 이 병원은 급성기 병원과 지역 병원(step-down)을 동시에 운영한다. 지역병원은 급성기 치료가 끝난 다음에 치료를 받거나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 환자와 병원 모두 저비용으로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가령 급성기 병원의 입원료가 하루에 200만원이라면 지역병원은 50만원에 그친다. 필요한 인력도 3분의 1배로 적다.

    촤치숑 메디컬디렉터는 “지역병원은 급성기병원과 인적자원을 공유하고 전문성을 공유한다“라며 ”지역병원을 자체적으로 운영한지 2년이 지난 결과를 보면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환자의 지역병원 전원율은 지역병원 운영 전 3.4%에서 운영 후에 5%로 올랐다. 환자 대기 기간은 4.7일에서 2.5일로 줄었다. 환자의 평균 입원기간은 31.4일에서 24.5일로 줄었다.

    그는 "급성기 병원에서 지역 병원으로 들어오면 건강보험에서 묶음으로 보상(bundle payment)이 이뤄진다"라며 "급성기와 지역병원을 동시에 운영하고, 환자를 가능한 지역병원으로 보내 재정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집처럼 편하게 치료하는 치매마을 설립
    ▲네덜란드 호그백(Hogeweyk) 치매미을. 사진=홈페이지  
    네덜란드는 치매 환자가 내 집에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기 위한 호그백(Hogeweyk) 치매 마을을 만들었다. 환자가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만 머무르면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삶을 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네덜란드 호그백 치매마을 이본느 반 아메롱엔(Yvonne Van Amerongen) 설립자는 “요양시설에서 중증 치매환자를 관리해왔지만 환자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다”라며 “치매 환자도 일반인처럼 의미있는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호그백 치매마을은 요양시설에서 의학적인 치료에 집중하기 보단 환자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는 "요양시설에서 거주하는 것은 인위적인 환경일 따름"이라며 "환자들에게 집처럼 친숙한 환경을 제공해야 치료 효과가 좋다"고 했다. 이어 “많은 국가에서 치매 환자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환자를 정신병원으로 보내고 있다”라며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치매를 잘 이해하고, 치매 환자가 오래 산다고 가정하면서 그들에게 가치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세금으로 치매 환자 관리 비용을 모두 해결한다. 네덜란드 국민은 소득의 60%까지 세금으로 부담하는 대신 많이 돌려받는 셈이다.

    아메롱엔 설립자는 “요양시설이나 병원을 많이 짓는다고 환자를 잘 돌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대한 자기 집처럼 편하게 살면서 주변 사람들이 치매 환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