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 팬데믹은 기초의학의 중요성을 재차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특히 세계적인 임상의료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정작 신종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 분야에선 얼마나 무력한지를 절감하게 된 계기였다.
가톨릭중앙의료원(CMC)이 지난 2021년 향후 10년간 기초의학 활성화에 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하고, 해당 사업의 일환으로 3월 기초의학사업추진단(추진단)을 출범하기로 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추진단은 6일 가톨릭대 성의교정 옴니버스파크에서 열린 ‘기초의학사업추진단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첨단세포치료사업단 ▲초정밀의학사업단 ▲합성생물학사업단 ▲인공지능-뇌과학사업단의 4개 사업단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4개 사업단 합심해 신종 감염병 백신 개발 가능...난치질환∙세포치료제∙AI 등 신기술 개발
추진단에 따르면 4개 사업단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번 팬데믹에서 빛을 발한 mRNA 백신 등을 CMC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신종 감염병에 맞는 유전자 서열 분석 및 예방 최적화 유전자 서열 결정(초정밀의학사업단), 선정된 유전자를 탑재한 안정한 나노 입자 형태 백신 제작(합성생물학사업단), 제작한 백신의 세포 결합 및 세포내 이동 시뮬레이션을 통한 백신 구조 최적화(인공지능-뇌과학사업단), 최적화한 백신 독성∙유효성 등 평가(첨단세포치료사업단) 등을 각 사업단이 연이어 맡는 방식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CMC 산하 8개 병원을 통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CMC 자체적으로 감염병 백신 출시가 가능하다는 게 추진단의 설명이다. 추진단은 이 외에도 난치질환 및 암 치료 원천기술, 차세대 세포치료제, 인공지능(AI) 기반 멀티모달 의료데이터 융합기술 등 바이오 신기술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기초의학사업추진단 민창기 단장(CMC 기획조정실장·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은 이날 간담회에서 “추진단의 비전은 바이오 기초융합을 통한 5차 산업혁명 선도”라며 “분야별 경계를 넘는 융합을 통해 CMC의 기초의학 연구가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각 사업단에 우수한 역량을 가진 연구자들이 포진해 있고 산하 8개 병원의 의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의료정보 빅데이터까지 갖춘 CMC는 기초의학사업추진단을 운영할 동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가톨릭의대에서 노벨상 후보가 배출될 수 있도록 기초의학사업 추진단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스타 연구자 모셔올 것"…사업 성과 5년 후 중간 평가
기초의학사업추진단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인재 충원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스타 연구자 영입을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레이더망을 넓힐 예정이다.
가톨릭의대 정연준 학장(초정밀의학사업단장)은 “지금과는 다르게 전 세계에서 인재를 찾아나서겠다는 의지와 계획을 갖고 있다. 당연히 교수로 모실 계획”이라며 “또한 이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인력과 관련해서도, 기존처럼 국가 연구비에서 연구원을 충당하는 시스템을 넘어서 각 사업단 별로 최소 4~5명 정도의 전담연구인력의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게 차별화되는 지점이고 연구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주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도 외국에서 우수한 인재를 모셔왔지만, 실패한 사례들이 있는 건 알고 있다. 그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를 했다”며 “연구만 하도록 하는 게 답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단 의지는 확실하다. 아무리 우수한 연구자도 새로운 환경에서 혼자서 모든 걸 다할 순 없다. 구성원들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0년을 내다보고 추진되는 이번 사업은 초반 5년에 각 사업단 별로 약 50억원씩을 투입하게 된다. 5년 후에는 중간 평가도 이뤄진다.
민 단장은 “어떤 것이든 평가를 하고 거기에 맞게 지원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무한정으로 아무런 성과도 없는데 계속 투자할 순 없다. 단기간에 거창한 성과를 요구한다기 보다는 발전이나 여러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취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