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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웅 원장, 그는 작은 영웅이었다

    자발적으로 병원폐쇄 결단 "내가 죽더라도…"

    "경남 창원 확산 막는 게 의무라고 생각했다"

    기사입력시간 2015-06-18 07:17
    최종업데이트 2017-02-08 16:10


    11일부터 자발적으로 병원 전체를 폐쇄한 창원SK병원 

    창원에 사는 70대 여성은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고 승용차로 귀가해 창원힘찬병원, 가족보건의원 등을 거쳐 6월 5일 창원SK병원에 입원했다.
     
    이 여성은 입원 6일째 되던 날 '115번 메르스 확진자'가 됐다.
     
    경남지역 첫 메르스 환자.
     
    이 지역 주민들은 긴장했고, 당국은 다음날 창원SK병원을 임시 폐쇄했다.
     
    개원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창원SK병원으로서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병원의 5층, 6층, 7층만 코호트 격리하고, 외래진료와 응급실을 정상 운영해도 된다는 지침을 창원SK병원에 전달했다.
     
    코호트 격리란 메르스가 발생한 병동의 의료진, 환자를 전원 ​격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창원SK병원 박웅 원장은 병원을 통째로 폐쇄하기로 결심하고, 이 같은 뜻을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했다.
     

    박웅 원장은 "내가 죽더라도 경남과 창원에서 제2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메디게이트뉴스는 17일 박웅 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박웅 원장은 "지역사회의 메르스 감염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병원을 통째로 폐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외래진료가 감염을 초래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질병관리본부는 숙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면 필수인원을 제외하고 자택격리하면서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해도 무방하다는 뜻을 전해왔다.
     
    박 원장은 이 마저도 포기했다.
     

    "제가 죽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전체가 살아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감염 확산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날부터 환자와 보호자, 창원SK병원 의료진을 포함한 직원 85명은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 차단하고, 병원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반발했다.
     
    가족을 돌봐야 하고, 개인 사정이 있고, 잠자리도 마땅치 않은 것을 감안하면 당연했다.
     
    박 원장은 "우리 스스로를 격리하지 않으면 메르스가 병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미안하지만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설득했고, 직원들은 그 뜻을 받아들였다.
     
    박 원장으로서는 너무나 미안한 부탁이지만 그 길 밖에 없었다.
     
    지난해 12월 개원해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을 폐쇄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는 "솔직히 어떻게 든 일부라도 병원 문을 열어 볼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가지만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과 창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첫 번째 병원인데 제가 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가 살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희생하더라도 이 지역에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제 6개월된 병원…"솔직히 걱정이 많았다"

    결단을 내리려고 하니 일부 직원들이 말렸다.
     
    숙식이며, 월급은 어떻게 해결하겠느냐는 걱정이 터져 나왔다.

    박 원장이라고 걱정이 없었을까?

    박 원장은 "일단 돈 문제는 나중에 걱정하자"며 단호하게 밀어붙였다.
     
    '지금 무조건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한다.
     
    우리가 살 길은 병원 밖에서 두 번째 확진자가 나오지 않도록 막는 것뿐이다.
     
    그러면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우리를 평가해 줄 것이다.
     
    일단 믿고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박웅 원장이 10일 오후 '115번 확진자' 통보를 받고 밤새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이 이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감사할 일도 생겼다.
     
    '115번 메르스 확진' 이후 수술을 전면 중단했지만 환자들은 고맙게도 동요하지 않았다.
     
    어떤 환자는 수술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고 박 원장에게 전화해 "메르스가 진정되면 꼭 수술해 줄거죠!"라며 되레 그를 위로했다. 
     
    눈물 나게 고마웠다.

    115번 환자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해당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이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몇 번을 확인했지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솔직히 그 환자가 원망스럽더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다른 한편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환자와 상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다 지나간 일일 뿐이었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

    115번 환자는 다른 입원환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본관 다인실에 입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당시 사용하지 않던 별관의 다인실 병실에서 혼자 머물렀다.
     
    다리가 불편해 본관과 별관 사이 구름다리를 건너오지도 않았다.
     
    박웅 원장은 불행중 다행스럽게도 창원SK병원에서 메르스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를 여기에서 찾고 있다.
     
    만약 115번 환자가 본관 다인실에서 6일간 입원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
     

    환자들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지만 별다른 동요가 없다고 한다. 

    박 원장은 매일 두차례 모든 입원환자들을 일일이 만나 발열자 발생 여부, 검사 결과 등 메르스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숨김없이 공개하고 있다.
     
    그는 "제 대학 스승께서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말씀하신 게 이런 결정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레지던트 수련 받을 때 사실을 감추려고 계속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스승께서 '너는 결국 거짓말만 하고 아무 것도 감추지 못했지 않느냐. 정직이 최선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말씀하셨다"면서 "병원을 폐쇄하고 문득 그 말씀이 떠올라 환자들에게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판단과 행동은 분명 정부, 삼성서울병원과 전혀 달랐다. 

    19일자 2편("동아줄을 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