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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과의사 개원했지만 수술 연매출 고작 1700만원…의사 업무량 저평가, 수술 저수가가 외과계 몰락 초래

    [칼럼]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기사입력시간 2019-07-08 06:54
    최종업데이트 2019-07-08 07:3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문재인 케어 혹은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으로 인해 의료계는 매우 혼란한 상태에 있다. 특히 중소병원들의 위기가 심각하고, 외과 수술을 하는 병원들은 더욱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단식 투쟁을 펼치면서 ‘외과계 수술수가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단식 투쟁에 대한 비판도 일부 있지만, 적어도 목숨을 건 단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응원하는 것이 의료계의 최소한의 도리이자 여러 문제를 해결해줄 시작점이라고 본다. 

    외과전문의가 부족해지면서 외과 봉직의 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할 상황에 처했다. 그렇다고 외과의사가 급격히 늘어날 일이 없는 것은 현대의학의 꽃, 외과계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는 물론이고 정부, 국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 2017년 10월과 2018년 4월  국회에서 ‘외과계 몰락‘이라는 제목으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에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의 의사들이 참여했다. 

    당시 발표한 내용에 각과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것도 있지만, 발표자들이 주장한 공통적인 내용은 외과 행위료(의사행위료)에 대한 비용 책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의사의 의료행위가 현실과 너무 다르게 낮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해 초 신년 간담회에서 '노동가치'를 중시하는 시대흐름에 발맞춰 의사 노동력에 대한 가치 또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의료서비스의 질도 꼼꼼히 따져야 하지만 의사의 업무량 혹은 노동 가치를 이제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상대가치점수에서 턱 없이 낮은 의사 업무량, 수술 절벽 원인 
     

    필자는 몇 가지 외과적 수술에서 의사의 의료행위가 너무 낮음을 수차례 지적했다. 방아쇠수지 수술(용수지수술)의 경우, 의사의 의료행위료는 9130원에 불과하다. 

    상대가치 점수는 의사의 업무량, 진료비용 위험도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진료비용은 의사가 일하는 것을 도와주는 간호인력 등의 인건비와 시설관리비 등을 의미하고 객관적인 계산이 가능하다. 위험도는 수술의 위험성과 의료사고 시 배상하는 비용(보험료라고 하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을 의미한다. 

    그러나 의사의 업무량이라고 하는 것은 객관적인 수치화가 어려우며 생명의 구하는 값어치로 환산돼야 한다. 현재 건강보험 수가체계에서는 의사업무량 측면에서 매우 형편없는 가격이 책정돼 있다. 지나치게 하향 평가된 의사의 업무량을 다른 것들 속에 넣어 보이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속임수와 다름 없다.

    외과적 수술을 요하는 질환은 감기처럼 다빈도로 발생하지 않는다. 발생 빈도가 낮은 질병을 치료하면서 치료비용마저 지나치게 낮으면 수술을 통해 외과의사가 생존할 방법은 없다. 

    실례로 필자는 지난 1년간 156례의 방아쇠수지 수술을 했고, 이로 인한 연간 매출은 1700여만원이다. 이 정도의 매출로는 도저히 병원을 운영할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수술절벽을 만드는 원인이다. 다시 말해 외과의사가 아무리 많은 수술을 해도 병의원을 경영하기에 적정한 매출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도저히 병원을 경영을 할 수 없는 적자를 만드는 왜곡된 그리고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간단한 수술이라도 적당한 비용 책정하고 충분한 수술시간 보장해야

    모든 외과의사가 대학병원에서 간수술, 위수술, 외상 환자 수술만을 하면서 평생을 살 수 없다. 수술에는 많은 정신적인 집중력이 필요하고 이에 동반되는 육체적인 부하를 견뎌내야 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장시간 집중력이 요구되는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체력이 떨어지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간단한 수술을 통해 생존해야하는 일이 생길 경우에도 정상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따라서 상대가치 점수 안에 묶여서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의사의 업무량’을 분리해서 외부로 노출시켜야 한다. 이것은 의사의 업무량 혹은 의사의 노동가치, 혹은 필수의료행위의 값어치가 제대로 책정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더 알기 쉽게 이야기하면 외래에서 하는 외과적 봉합이나 처치 혹은 지방종 수술, 표피낭(종기) 수술, 결절종 제거술 등 간단한 수술 비용이 쌍꺼풀 수술비만큼 책정돼야 외과를 지원하는 의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 

    의사들도 천원짜리 김밥집에서 김밥을 말 듯이 수술해야 생존할 수 있는 수술방식과 병원 운영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술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적절한 수술비용을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어가자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의사업무량의 분리와 적절한 수술시간 확보. 이것이 잘못된 의료정책, 그 중에서 수술절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