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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의료기기 산업 '골든타임' 놓칠까...상업화 지원 절실

    뷰노·루닛·휴이노·휴톰 등 의료기기협회 혁신산업위 소속 기업 임원들 "개발∙인증 단계 넘어 시장 안착 위한 폭 넓은 지원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1-10-18 06:39
    최종업데이트 2021-10-18 08:54

    좌측부터 뷰노 김현준 대표, 미래컴퍼니 김준구 대표, 한국존슨앤드존슨 서화석 이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혁신의료기기법이 통과됐지만 관련 기업들의 생존 가능성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다. 국내 혁신의료기기 산업계가 가진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정부의 실질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김현준 혁신산업위원회 위원장, 뷰노 대표)

    15일 의료기기산업 전문기자단 브리핑에 참석한 의료기기협회 혁신산업위 소속 업체 임원들은 상업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개발, 인증 과정에 대한 지원은 어느정도 본 궤도에 올랐지만 마지막 상업화 단계에서 수가 부재 등이 큰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혁신의료기기 생태계의 기술과 인력, 자금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오른 상황이다. 국내 AI의료기기 회사는 100여개를 넘어섰고, 최근 3년간 식품의약품 안전처에서 허가된 AI의료기기 수는 85건에 달하는 등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영국 데이터분석 미디어 토터스 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가 발표한 ‘글로벌 AI 지수’에서도 한국은 개발 역량(2위), 인프라(6위), 정부 전략(7위) 등 여러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종합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와 기술 역량에도 불구하고 사업화 성공은 여전히 난망하다는 것이 업계 임원들의 지적이다. 임상현장에서 혁신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진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확대지속해 나갈 수 있게 하는 지원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병원들 비용 부담 우려 '주저'...기업은 제값도 못 받고 팔아

    길영준 스마트융복합분과장(휴이노 대표)은 “진단, 처방을 제외한 원격 모니터링은 가능해졌지만 적법한 보상체계가 없어 병원에서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며 “규제는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없어 미궁에 빠진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찬익 AI분과장(루닛 이사)도 “혁신의료기기 도입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병원의 부담이 크다“며 “병원 최고 경영진의 굉장한 결단이 있어야만 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업들은 고육지책으로 기기의 판매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지불 구조가 없다보니 제품의 제값을 받을 수가 없고 이는 결국 기업의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혁신의료기기 산업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상업화 단계에서 기존과 다른 전향적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 위원들의 주장이다.

    김준구 부위원장(미래컴퍼니 대표)은 “혁신의료기기 실증사업 지원 분야확대, 혁신의료기기 도입 병원 대상 재정 지원을 통해 병원과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혁신의료기기에 대한 한시적 수가를 적용해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화석 부위원장(한국존슨앤드존슨 이사)은 “연구개발, 임상, 허가, 제조, 판매 단계별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상업화로 이어지는 사례는 적다”며 “기존과 전혀 다른 혁신의료기기 등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과 동일한 보험 기준을 고수해야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좌측부터 루닛 박찬익 이사, 휴이노 길영준 대표, 휴톰 이덕명 부사장

    학회와 협력 모색하지만 조심스러워...혁신의료기기 기금 논의엔 '반색'

    혁신의료기기 업체들은 임상현장에서 사용 확대를 위해 관련 학회들과 협력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여의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박 분과장은 “인공지능 의료기기의 경우 학회 내에서도 의견이 갈려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선제적으로 도입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본인들의 역할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수가, 인센티브 외에 기술적 표준화에 대한 지적도 언급됐다. 이덕명 AI부분과장(휴톰 부사장)은 “기술 표준화는 병원이나 기업들이 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정부가 혁신의료기기분야를 국가 산업으로 키우려한다면 기술적 표준화에 대해서도 마중물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국회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는 희망섞인 반응도 있었다.

    서 부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혁신의료기기에 대한 기금 논의가 나오는 걸 봤다”며 “수가가 어렵다면 영국의 사례처럼 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등 대안이라도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반색했다.

    한편, 총 40여개 기업이 입회에 있는 의료기기협회 혁신산업위원회는 이날 내년에 있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대비한 정책 제안서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육성과 혁신의료기기 상용화를 위한 지원 및 제도 개선 내용을 담은 정책제안서 초안이 마련돼 있다”며 “이 외에도 위원회 각 분과별로 취합한 기업들의 의견들을 기반으로 규제기관 대상 간담회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