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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는 영상의학을 만만하게 보나?

    "한의대에서 몇시간 배워서 될 게 아니다"

    기사입력시간 2015-02-16 07:13
    최종업데이트 2016-04-21 18:12

     


    건강 검진이라면 빠지지 않는 흉부 엑스레이다. 

    많은 사람은 검사를 받고 의사들은 판독을 한다.

    그리고 얼마 후 결과가 나온다. 

    '정상' 혹은 '특이소견 없음'.


    단 한 장의 사진이 짧은 몇 단어로 기술되지만,

    '판독'이라는 과정은 결과지의 짧은 단어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다.


    '판독'을 하기 위해 의대생들이 준비하는 과정

    영상의학 교과서는 만능 매뉴얼이 아니다. 

    물론 의과 대학 과정 중 영상의학이라는 과목이 있고, 몇몇 질병은 실제 그 과목을 통해 배우기도 한다.

    영상 장비는 진단에 도움을 주는 툴이다.

    영상 소견은 모든 질병에서 언급될 만큼 양이 많고, 이것을 한 권의 책과 한 학기의 수업으로 배우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영상 의학 교과서는 만능키가 아니다.


    영상 소견은 모든 수업에 포함되며, 질병을 공부하면서 같이 배운다.

    급성 췌장염의 삼출물 CT 소견은 소화기 내과에서 배우고, 교통사고가 난 환자의 뇌출혈 영상 소견은 신경외과 수업을 통해 배운다.

    골절의 X-ray 소견은 정형외과 교수가 진단의 일부로 가르치며, 흉부외과 교수는 기흉 시 폐가 줄어든 영상을 보여준다.
     


    급성 췌장염의 CT 소견은 내과 수업 시간에 진단 방법의 하나로써 배운다. <출처 : 해리슨 15판>


    이런 내용을 포함한 '블록강의(통합강의)'를 듣고 테스트를 통과해 유급이 없으면 병원 실습(PK)을 할 수 있다.

    병원 실습을 하면서 많은 영상 소견을 다시 접한다.

    실습이 끝나면 국가 고시를 준비하는 동안 다시 한번 케이스 위주의 영상 소견 공부를 하게 된다.

    의학에서 영상 소견은 Lab 검사와 더불어 항상 세트로 따라다니는 진단 방법이고,  의학의 모든 과목을 통해 배운다.


    준비하고 또 준비하는 과정

    많이 공부하고 의사 국가 고시까지 통과해도, 이제 겨우 임상을 배울 준비가 되었을 뿐이다

    환자의 X-ray와 CT 소견이 내가 배운 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환자를 집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

    전형적인 교과서 환자가 아닌, 다양하게 변형된 영상 소견들을 윗년차 전공의한테 욕먹으며 배우고, 교수한테 회진 중 깨지며 배운다.
     


    영상의학과 의사의 책상 : 이런 영상을 낮에도 보고 밤에도 보며 주말에도 본다. <출처 : 한양대학교 서울병원>

     

    그런 4년의 세월을 거쳐 전문의 시험을 통과하지만, 세상엔 여전히 접해보지 않은 무수히 많은 케이스가 있고 공부는 끝나지 않는다. 

    예컨대 수련을 거치고 시험을 통과해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증을 따도 단지 뼈와 관절에 관한 영상을 다른 전문의보다 조금 더 아는 의사가 되었을 뿐이다.


    많은 케이스를 접하면 접할수록, '나는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의사'라는 겸손함을 갖게 한다.

    내가 본 사진이 정확한지, 혹시 놓친 것은 없는지...

    조금 변형된 영상의 모습이 정상 범위에서의 차이(Normal Variant)인지, 혹은 이상이 있는 것(Abnormal Finding)인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겸손함'을 갖게 하는 것은 혹독한 수련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나는 그것이  진정한 의학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판독'은 의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흉부 엑스레이 사진이다. 

    이 한 장의 필름에 무수히 많은 정보가 있다.


    이 사진이 '정상'이라는 판독이 나오기까지,

    의사가 '정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까지,

    모든 질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는 '겸손함'은 매우 중요하고, 이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교육과 수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아무리 많은 사진을 접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판독자 '아무개'라는 이름이 찍히는 무게감과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 '스트레스'를 인정하고 이겨내도록 만드는 것이 현재 의대의 교육과 수련이다.

     


    모 한의대의 커리큘럼


    정상인 사진을 '정상'이라고 판독하기까지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앞에서 말한 '겸손함'이 몸에 밴 경지여야 가능하고, 그 겸손함이란 몇 번의 교육 정도로 가능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영상의학이라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한의대에서 짧은 시간에, 그런 커리큘럼으로, 그것도 영상의학과 전문가가 아닌 한의사에게 배운다는 게 말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