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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장애 연구에 푹 빠진 이비인후과 전문의...수면시간도 3~4시간에서 6시간 이상으로

    최지호 순천향대 부천병원 수면의학센터장, 수면무호흡증·인공지능 수면다원검사 등 연구 중

    기사입력시간 2020-03-13 10:58
    최종업데이트 2020-05-22 17:34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수면보다 우리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가 또 있을까.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한국인들처럼 잠을 적게 자는 나라도 드물다. 최근 많이 진전되긴 했으나 유난히 긴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야근하고 늦게 들어간다"는 말이 통용되는 사회다.
     
    사회문화적으로도 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 존재하는 듯하다. 잠이 많다거나 잠을 많이 자는 행위 자체를 게으르고 성실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해버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처럼 밤 문화가 활성화돼 있는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6~7시만 넘으면 많은 가게가 문을 닫는 유럽 등 다른 국가와 비견되는 독특한 문화다.
     
    실제로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9분으로 OECD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적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조사 대상국인 18개 국 중 한국이 최하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최지호 순천향대 부천병원 수면의학센터장

    "수면무호흡증 연구하다 수면의학 매력 끌려…수면다원검사도 증가 추세"

    3월 13일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최지호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 수면의학센터장(이비인후과 교수)은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면 부족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충분하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야 말로 삶의 질, 더 나아가 개인의 건강과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도 예전에 연구하다보면 3~4시간만 자고 하루에 몰아서 자던 때도 있었죠. 그러나 수면의 중요성을 알아가다 보니 요즘엔 최소한 6시간 이상은 잡니다."
     
    최 센터장은 아시아 의사로는 최초로 세계 3대 수면학회가 인증하는 '수면의학 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국내 최고 권위가다. 국내에서도 대한수면학회 법제이사, 수면의학회 학술이사, 수면산업협회 이사 등 굵직한 직책을 맞고 있다.
     
    그랬던 그도 학업에, 연구에 치여 잠을 등한시하던 시절이 있었다. 수면 예찬가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수면장애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다. 이비인후과 전공으로 수면무호흡증 등 질환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면의학에 대한 매력에 이끌리게 됐다.

    최근 최 센터장 가장 큰 관심을 갖는 연구 분야는 수면무호흡증이다. 우리가 잘 때 수면의 절대적인 양도 좋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수면의 질이다. 그러나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하게 되면 수면의 질에 상당한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하면 산소농도가 떨어져 심혈관계 질환과 더불어 뇌 질환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지호 센터장은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 심근경색, 협진증, 뇌졸증 등 유병율이 높은 수면장애로 최근에는 유방암, 치매와도 연관이 높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며 "소아보다는 성인에서 더 흔하게 나타나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수면의학센터에서 수면장애 환자에게 수면다원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수면의학센터 제공>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될 때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병을 진단하고 양압기로 치료하게 된다. 최근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해당 검사와 치료에 대한 급여화도 진행됐다. 최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수면무호흡증은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2018년 7월부터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가 급여화됐다"며 "경제적으로 부담이 감소한 만큼 수면무호흡증 의심 환자들이 많이 검사를 받고 양압기 치료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때문에 수면다원검사의 시행과 판독에 관한 교육이 다양한 교육강좌와 핸즈온코스 등을 통해 활성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눈에 띄는 수면산업 기술은 '인공지능' 딥러닝"

    최지호 센터장은 수면무호흡증과 더불어 수면관련 인공지능 기술에도 관심이 많다. 4차산업혁명에 따라 슬립테크(Sleep tech)에 자본이 몰리며 관련 기술들이 미래 새로운 먹거리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모든 4차산업 혁명 분야에서 수면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 중 이목이 쏠리는 분야는 인공지능"이라며 "현재 개인적으로도 수면다원검사 데이터를 인공지능 딥러닝을 이용해 자동으로 판독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기존에 숙련된 사람이 한 환자의 수면다원검사 데이터를 보통 6시간 이상 판독해야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판독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판독 시간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해당 기술의 정확도를 높여 산업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수면산업과 의학계가 함께 교류하며 수면시장에 대한 규모를 늘려야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 센터장은 "현재 수면산업협회, 수면학회, 수면의학회 등에서 모두 일하고 있지만 의학계와 산업계의 교류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산업이 성장하려면 의학적 지식과 상업적인 경제논리가 접목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부담이 감소한 만큼 수면무호흡증 의심 환자들이 많이 검사를 받고 양압기 치료도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수면의학센터 제공>

    "수면장애 미리 막을 직업관리 정책 필요해"

    수면장애와 관련한 정책적 제언도 이어졌다. 최 센터장은 아직 우리나라가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여타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수면장애 환자에 대한 관심이 적다보니 관련 정책도 제대로 나오고 있지 않은 것이다.
     
    특히 수면장애를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직업 관리정책이 필수적이라고 그는 조언한다. 항공조종사나 항해사, 정밀작업자 등 수면장애가 발상했을 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특정 직업군에 대해 국가적으로 수면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최 센터장은 "파일럿, 화물트럭운전사, 정밀작업자나 실시간 모니터링을 요하는 직업군 등은 기면증, 렘수면행동장애, 수면마비, 수면보행, 야경증 등 수면장애가 발생했을 때 다른 직업군에 비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해 국가가 나서 수면장애 관련 예방 치료, 주기적인 검사 등 관리를 위한 정책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어릴 때부터 수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중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는 교육 체계와 캠페인도 필요하다"며 "수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인식이 변화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