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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의료

    OECD 평균에 근접하게 줄어든 의료수요...적정 자원 배치와 의료인 삶의 질 개선해야

    [칼럼] 정명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20-03-18 07:28
    최종업데이트 2020-03-18 08:54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되며 발원지인 중국을 넘어 유럽과 미국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찾아내고 치료하며 감염을 예방하느라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장려하고 심지어 출입국 봉쇄와 이동 제한을 실시하는 바람에 거리는 한산해지고 주가 폭락과 경기 하강의 위기까지 닥쳐왔다.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들의 수입이 끊기고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급감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게 됐다.  

    확진자가 다녀가면 병·의원도 폐쇄됐고 감염자들과 접촉할까봐 걱정한 사람들이 병· 의원 이용을 줄이게 됐다. 다른 자영업자들과 마찬가지로 병·의원들도 환자들이 급감했다고 한다.

    의료전문지 기사나 의사들이 온라인에서 호소하는 소리를 들으면 많게는 절반 이상 적어도 30% 이상 환자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전반적인 현상이다.

    먼저 이비인후과나 소아청소년과에서 감기환자가 급감했다. 코로나19 공포로 가벼운 감기의 경우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기침 예절 강조와 손 자주 씻기 등의 위생 강화로 감기 환자와 독감 환자도 덩달아서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기 환자로 북적이던 대기실이 텅 빈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두 번째로 정형외과나 통증클리닉의 물리치료 환자나 흔히 말하는 가벼운 교통사고로 입원하는 ’나이롱 환자‘도 대폭 줄어들었다고 한다. 원내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의 신호탄이 된 31번 환자도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으면서 수시로 외출을 하던 사람이었다. 
     
    세 번째로 건강검진을 주로 하던 의료기관들이 타격을 입었다. 비급여 시술을 주로 하는 미용성형 의료기관들의 환자도 줄었다. 당장 급한 치료가 아니면 건강검진이나 성형 미용 등의 시술을 연기한 때문이다. 이런 의료기관들은 고정비용 지출이 큰 경우도 많기 때문에 직원 감축을 고민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네 번째로 내과나 가정의학과처럼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 치료를 주로 하는 의료기관도 한 달마다 오던 환자들이 두 달 이상 처방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다섯 번째로 종합병원들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이 되거나 코로나19 감염 중환자들을 치료하게 되면서 외래 방문을 못하게 된 환자들이 의원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생겼다. 전반적으로 종합병원들의 외래나 입원이나 수술도 감소했다.  

    여섯 번째로 보건소가 일반진료를 중단하고 선별진료소나 방역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우가 늘어났다. 

    코로나19 방역과 선별 검사 그리고 확진자와 격리자에 대한 의료 수요는 늘어난 반면에 일반적인 의료 수요는 전반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꼭 나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는 횟수는 연간 1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4회)보다 2.3배 많다.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치과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는 횟수는 OECD 평균과 비슷했다.

    우리나라의 총 병원 병상 수도 인구 1000명 당 12,0병상으로 OECD 평균(4.7병상)보다 2.6배가 많았다.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다 보니 환자 1인당 평균 입원일수도 18.1일로 OECD 평균(8.3일)보다 2.2배 길다. 역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든 것이 오히려 OECD 평균에 근접한 방향으로 간 것이고 지금까지 우리가 기형적으로 병원 이용 횟수가 많았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병원을 너무 쉽게 이용했고 그러다보니 정작 필요한 경우엔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의료인들을 너무 혹사시켰다.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면 방역이나 감염병 대응 등에 대해 더 많은 개선이 이뤄질 것이다. 그런데 다소 기형적인 모습이었던 우리나라의 의료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불필요한 외래 이용과 입원을 줄이고 중증 환자 진료와 응급 환자 진료에 대한 투자는 더 늘려가는 방향, 의료가 물품을 자유로이 구매하는 서비스처럼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의료인들의 삶의 질도 개선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일반 시민들도 지금처럼 아파도 약 먹고 주사 맞고 억지로 직장이나 학교에 가서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프면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이여,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의료기관 이용을 지금처럼 합시다. 감기 걸렸다고 쪼르르 병원에 가지 말고 며칠 쉽시다. 그리고 아플 때 제대로 진료 받읍시다. 당국이여, 그렇게 의료기관이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수가 조정을 합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