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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원실 1000개 대학병원 응급실에 의사 1인이 근무…교수들도 "더는 버티기 어려워"

    수련병원 응급실 진료역량 50% 이상 감소…수련병원 43% 응급실 1명이 근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

    기사입력시간 2024-09-12 13:32
    최종업데이트 2024-09-12 13:3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공의 이탈 이후 심각한 인력공백에 시달리고 있는 수련병원 중 43%가 의사 한 명이 근무할 수밖에 없는 의사 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53개 수련병원 중 10개 병원은 24시간 동안 응급실에 1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 전국 수련병원 53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응급실 현황 긴급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급실이 24시간 운영되기 위해서는 최소 6명의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교수들은 진료 외에 교육과 연구, 봉사 등도 수행해야 하므로 7~8명 1조가 수련병원 응급실 1인 근무의 적당한 숫자이다.

    실제로 2023년 대부분의 수련병원은 교수 7~8명에 전공의를 두어 응급실을 운영했다. 일반적으로 1000병상 병원은 동 시간대에 전문의 1명, 전공의 2~3명, 총 3~4명이 근무해왔다.

    그러나 2월 전공의가 대부분 사직한 이후 대부분의 병원 응급실이 동 시간대 교수 1~2인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전의교협이 발표한 긴급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응급실에 5명 이하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은 53개소 중 7개소로 13%에 달하며, 이 병원들은 24시간 전체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해 부분적 폐쇄를 고려하고 있었다.

    응급실에 6~7명이 근무하는 병원도 10개로 18%에 달했으며, 교수 1명이 24시간을 근무하고 있는 상태로 나타났다.

    즉 32.1%에 달하는 17개 병원은 1명이 근무할 수밖에 없는 의사 수를 가지고 있었다.

    8~9명이 근무하는 병원도 10개로 18%였다. 이에 교수 1명이 16시간 동안 근무하며 피크 시간 8시간을 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10~11명이 근무하는 병원도 10개로 18%였다. 해당 병원은 16시간을 2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야간 8시간은 교수 1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의사가 12~14명인 병원은 9개로 16%였다. 이 병원은 24시간 2명이 근무할 수 있었고, 의사가 16명인 병원은 7개로 13%였는데 부분적으로 3인 이상이 근무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12명 이상으로 항상 2인 이상이 근무할 수 있는 병원은 16개소(30.2%)였다. 7개의 병원을 제외하면 현재 수련병원에서는 같은 시간에 보통 1.5명이 근무하고 있을 것으로 계산된다.

    응급실 근무 의사 수는 922명에서 534명으로 388명(42.1%) 감소했다. 

    전문의의 총 수는 528명에서 501명으로 27명 줄었으나 소아응급실 등 정책적으로 늘어난 병원의 영향이 있었다. 53개 병원 중 전문의의 수마저 감소한 병원은 29개소(54.7%), 변화가 없는 병원은 12개소(22.6%), 늘어난 병원은 12개소(22,6%)로, 절반 이상의 병원에서 전문의 수가 감소했다. 

    전공의(일반의)의 수는 384명에서 33명으로 91.4% 줄었다. 주목할 점은 60% 이상 감소한 병원이 11개소, 50%~60% 미만 감소한 병원이 10개소로 21개(39.6%)의 병원은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가 2023년대비 50%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급실에서 진료 가능한 환자 수는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다르겠으나 일반적으로 응급실 방문환자의 경우 환자 1인당 평균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8시간 근무하면 일반적으로 20명 이내의 환자만 진료할 수 있다. 

    또한 1인 근무의 경우 단순히 시간의 합이 아니라 동시에 환자가 내원하면 1인의 의사로는 대처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응급실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별 응급실 의사 감소를 보면 충청, 부산, 광주전남 지역이 50% 이상, 강원, 전북, 대구경북, 울산경남 지역이 40% 이상 줄었으며, 수도권은 경기북부가 41.4%, 서울 39.2%, 경기남부 35.8%, 인천 8.9%를 보였다. 서울과 경기, 인천은 35.7% 감소해 그 폭이 가장 적었다.

    지역별 전문의 수의 감소를 살펴보면, 충청지역 27.9%, 광주전남 13.6%, 대구경북 
    12.8%, 부산 11.4%로 10% 이상 줄었고, 수도권은 증가한 곳도 있으며, 서울과 경기, 인천은 0.3% 만 감소하여 거의 변화가 없었다. 

    부산지역의 경우, 조사 대상 병원 5개소의 응급의학 의사는 32명으로 병원당 평균 의사 수는 6.4명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근무환경이 열악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응급실 붕괴가 지역부터 진행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의교협은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응급실 전체 근무 의사의 수는 40% 정도 감소했으나, 1인 근무병원의 취약점과 배후진료의 약화 등으로 현재 수련병원 응급실은 50% 이상의 진료역량이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니 국민의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전공의의 사직이 확정된 이후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자부심을 느끼기는커녕, 피로도의 증가, 환자 관리 어려움과 소송부담의 증가, 대학교수로서의 회의감 등으로 사직하려는 응급의학 의사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미 조사병원의 절반에서 교수와 전문의의 수가 줄었다"며 "입원실 1000개의 대학병원 응급실에 의사 1인이 근무하고 있다. 이것을 정부는 문제없는 병원으로 통계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는 버티기 어렵다. 국민 여러분들이 피부에 와닿듯이 응급실은 이미 붕괴하고 있으며, 이제 몰락의 길로 가고 있다. 20년 전보다 못한 의료로 가고 있다"며 "의대 증원이 중단되고 전공의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의교협은 "추석 연휴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정부의 명령이 없더라도 휴가도 없이 국민을 위해 응급실을 지킬 것이고, 능력이 되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은 계속 지속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물리적인 숫자의 한계는 극복할 수 없을 것다"며 추석 이후에는 응급실 전문의 피로도 증가로 응급실 진료가 더욱 축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협회는 "현재 대한민국 의료의 문제는 단순히 진료를 보기 어려운 단계를 넘어서고 
    있으며, 재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의대 증원 중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