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모처럼 의사협회 3층 대회의실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3일 대한의사협회는 대한민국 축구팀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지난해 서울제이에스병원에서 국가대표팀 팀닥터 송준섭 박사로부터 무릎 관절염 수술을 받고, 결과에 상당히 만족해 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송준섭 박사가 의사협회 명예홍보대사 다리를 놓아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인지 그는 "명예홍보대사는 보통 형식적 타이틀에 불과한 경우가 많지만, 이번은 예외"라면서 "의사협회가 나에게 어떤 활동과 기여를 원하는지 주의 깊게 듣고, 실질적인 활동을 해나갈 생각이다. 의협에서 아이디어를 주면 그것을 성사시키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히딩크 전 감독은 2005년 히딩크재단을 설립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축구장 '드림필드' 건설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왔고, 현재 국내에 13개의 구장을 건립했다.
그는 앞으로 북한에도 드림필드를 건설하기 위해 대북사업전개에 주력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의협은 히딩크 명예홍보대사를 통해 한국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고,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히딩크 전 감독의 의사협회 방문은 여론의 주목을 받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상당수 일간지뿐만 아니라 방송국에서도 취재를 나왔고, 기자들이 속보경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계 대표자 300여명이 의사협회에 모인 지난 24일 궐기대회 때는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됐다.
그날 의사들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일간지, 방송에는 한 줄도 기사화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의사들만의 리그가 된 것이다.
이게 의사협회의 서글픈 현실이다.
지난 메르스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의사협회는 존재감을 알리기에 더 없이 좋은 하늘이 주신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기자회견을 취재하는 기자들과 의협발 기사수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의사들은 히딩크 감독의 의사협회 명예홍보대사 위촉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사를 드러내고 있다.
모 의사는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는데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거라고 이러냐"면서 "정말 임기 못채우고 내려오고 싶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의사는 "그들만의 잔치"라고 평가절하하면서 "회원들의 암담한 현실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나보다"고 꼬집었다.
취임 6개월을 맞는 추무진 회장. 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