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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임상시험 허브 도약을 꿈꾼다

    [딴짓 19]KoNECT 지동현 이사장

    1세대 제약 MD로서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이끌어

    기사입력시간 2017-08-16 06:09
    최종업데이트 2017-08-16 10:18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제약산업에서 비켜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임상시험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환자 사이에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이 충분히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지만, 한국의 임상시험 시장규모는 세계 임상시험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에 이미 7위, 도시로 따지면 서울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훌쩍 성장했다.
     
    선진국이 50년 넘게 쌓아 올린 인프라를 한국이 단기간에 이렇게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2004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임상시험기반구축사업 덕분이다.
     
    복지부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된 '국가임상시험사업단'의 성공적인 수행을 바탕으로 2014년 임상시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임상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를 출범했다.
     
    사진: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지동현 이사장 ©메디게이트뉴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는 지금 한국이 임상시험의 리더십을 갖기 위해 초기임상시험기술 지원과 규제의 선진화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를 이끄는 이는 다름 아닌 의사 지동현 이사장이다.
     
    지동현 이사장은 제약사 의학자문이사(MD: Medical Director) 1세대로서 그 터전을 닦고 역할을 넓히는데 기여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안이하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스타일인 그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임에도 카이스트 경영전문대학원(MBA)으로도 모자라 방통대에서 법학까지 전공했다.
     
    메디게이트뉴스에서는 '딴짓하는 의사' 1세대이기도 한 그를 만나 그 동안 제약 MD로서 겪은 경험들과 함께 앞으로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1세대 제약 MD로서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KoNECT 이끌어

    우리나라는 현재 임상시험 숫자는 늘었지만 신약 개발 역량은 부족한 상황인데, 그동안의 글로벌 임상시험이라는 간접 경험을 활용해 임상 개발 역량을 높여 기술 가치를 높이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KoNECT는 임상시험 유치 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 사업을 중점적을 추진하고 있는데, 다수의 다국적 제약사에서 쌓을 수 있었던 신약 관련 임상시험은 물론 제약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덕분에 이곳에서 근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KoNECT는 임상시험을 위한 보다 고도화된 인프라를 구축해  신약 개발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 위한 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2020년 임상시험 세계 5위'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초기 임상시험 기술 지원과 규제의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시장은 후기 임상시험의 숫자는 줄고 단일 임상시험의 사이트 수가 증가하는 추세로, 임상시험의 규제 인프라를 비롯해  의약품의 임상시험 실시에 관한 기준 준수 등에 있어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KoNECT는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을 포함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임상시험 모집 및 성공 예측성 향상, 정보통신융합기술(ICT)과 사물인터넷기술(IoT)을 이용한 임상시험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 및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성 관리와 효율성 향상, 우수한 임상시험 인력 양성, 임상시험 관련 서식 표준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중앙 IRB가 별도로 없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병원마다 임상시험계획을 별도로 제출해야 하는데, KoNECT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상계획서를 비롯한 병원과의 계약서식 등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대한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KAIRB)와 협력해 올해 시범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KoNECT는 대국민 임상시험 포털 구축을 계획하는 한편, '피츠버그의 작은 영웅들 이야기'라는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임상시험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피츠버그의 작은 영웅들 바로 보기]

    현재 우리나라에는 184개 임상시험 실시기관이 지정돼 있는데, 특수클리닉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종합병원이다. 그런데 의원급에서 치료가 이뤄지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 등은 환자군 확보를 위해 일차 의료기관을 임상시험 실시기관으로 지정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식약처는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의 임상시험 참여 확대와 관련해 산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윤리적 기준 준수, 계획서 및 보고서 제출 의무 등 관리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참여를 희망하는 일차의료기관의 경우는 사전에 면밀한 분석을 통해 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사진: KoNECT가 매년 개최하는 국제 학술행사 'Konnect International Conference'에서 지동현 이사장(KoNECT 제공)
     
    MBA와 법학 전공까지 한 의학박사
     
    84년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96년까지 병원에서 12년간 근무하다 쉼 없이 바로 제약회사로 옮겼다. 첫 출근은 글로벌 미팅이 열린 발리로 해 일주일간 고생 아닌 고생을 겪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또 제약회사에 근무하며 카이스트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하고, 방통대에서 법학까지 전공했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의사를 가슴에 'M'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사는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의학 외에는 아는 게 없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를 깨고 싶었다.

    물론 MBA나 법학 공부는 회사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는데, 이 외에도 입사 후 2개월간의 영국 어학연수, 3주간의 설악산 합숙 리더십 트레이닝 등 교육 혜택을 많이 받았다.
     
    다국적회사라 해도 지금처럼 조직이 잘 갖춰지거나 은퇴한 의사들이 근무하는 경우가 있어왔기에 제약사에서 젊은 여의사의 역할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주변에서는 종종 나에게 영업이 잘되는지 묻는 경우가 있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업무 범위가 지금보다 더 넓어 그는 제약회사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면서 학술업무와 임상시험 업무는 물론 허가와 약가 업무, 신사업개발(BD)까지도 맡아봤다.
     
    또 회사 예규(SOP: System Operating Procedure)와 시스템을 만들고, 직접 직원 채용도 해보고, 직무평가위원회 활동을 비롯해 기업이미지(CI) 통합작업까지 경험하면서 스스로 '회사 DNA'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며 겪었던 이러한 다양한 경험들이 '스타트 위드 코리아', '코넥트 어드밴스 센터' 등 지금 임상시험사업본부의 국가 브랜딩을 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기회가 닿으면 틈틈이 논문도 발표하고,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거절 없이 응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련 지식을 쌓게 돼 본인에게 더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제약의학회 회장(2008년)을 맡아 국제제약의학연맹(IFAPP)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는 한편, 미국 약물정보학회(DIA: Drug Information Association)의 국제학술대회에서 세션 기획안을 제출해 좌장을 맡는 등 국제적인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약에 대한 관심과 기업을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과거에 유행하던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광고 문구와는 달리, 제약산업은 '미충족 의료(unmet medical 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한 분야로 의사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표적치료제 개발 등으로 의사의 이해와 역할이 더욱 요구되는데, 현재의 치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환자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의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 스스로가 "나는 약에 대해 잘 몰라요"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의사들이 제약사에서 할 일은 의학부나 학술부에서 활동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신약개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공분야 임상 과목 외에도 관심을 갖고 준비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산업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제약회사 소속이 아니더라도 기초연구, 임상연구 등 임상시험의 연구자로서, 혹은 투자기관의 애널리스트 등을 통해 의사가 제약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의사들 스스로 우선적으로 약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제약회사들을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제약산업에 의사의 비중이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은 국내 제약업계가 아직 의사들을 활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이유도 크다. 제약기업도 의사에 대해서 막연한 기대 보다는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의사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필요하다.

    의사 후배들이 좋은 지위와 높은 연봉이라는 제약업계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신약개발 분야의 새로운 개척자가 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진출하길 기대한다.
     
    사진: 제약산업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한 의료인들((KoNECT 지동현 이사장 제공).
    아랫줄 왼쪽부터 이원식 식약처 안전국장, 신상구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가임상시험사업단 단장), 지동현 이사장, 손지웅 LG화학 부사장. 윗줄 왼쪽부터 GSK 이일섭 부사장, 장우익 한독 부사장, 장인진 서울대 교수(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 남수현 인츠바이오 대표(전 유한양행 연구소장), 김철준 한독 사장, 셀트리온 김명훈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