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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성적인 내부갈등과 소통장애 극복하려면…의협부터 진정한 변화가 개혁의 첫걸음

    [차기 의협회장에게 바란다 릴레이 기고]⑯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기사입력시간 2020-12-15 07:05
    최종업데이트 2020-12-15 07:05

    올해 8월 의료계 파업과 9월 4일 의정합의 이후 전공의들은 아직 파업의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대생들의 국시 미응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국회는 각종 의료계를 옥죄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의료계는 그야말로 혼돈의 연속을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후보자 등록이 2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로부터 차기 의협회장이 투쟁과 협상의 갈림길에서 회원들과 함께 갖춰야 할 덕목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이를 차기 의협회장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에 반영해보고자 릴레이 기고를 마련했다. 

    차기 의협회장에게 바란다(글 싣는 순서, 마감순)
    ①여한솔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전 대전협 부회장
    ②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  
    ③최상림 경상남도의사회 의장·민초의사연합 임시대변인
    ④이상호 국민의힘 보건위생분과위원장·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
    ⑤송우철 전 의협 총무이사 
    ⑥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전 의협 기획이사
    ⑦안치석 충청북도의사회 회장 
    ⑧행동하는 여의사회 
    ⑨박상준 전 의협 경남대의원 
    ⑩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 수석부회장·전 의협 대외협력이사​
    ⑪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⑫박근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
    ⑬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⑭장성구 대한의학회 회장 

    ⑮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⑯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2018년 5월 취임 이후 3년 연속 혹독하게 불어 닥친 불신임 탄핵을 버텨 낸 현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이제 임기가 4개월 남짓 남았다. 이제 다시 의료계는 새로운 시대적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새해 3월에 있을 의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열기는 조금씩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의협 회장은 전체 13만 의사회원을 대표하는 의료계 수장이라는 점에서 그 직무와 역할이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이후 직선제로 선거방식이 바뀐 이후에 의사협회장은 최저 3000명대의 믿기지 않는 낮은 득표율로 당선된 경우도 있었고, 현 회장은 6000명대의 득표로 회장직에 올랐다. 13만 회원의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득표율로 당선이 가능한 것이다. 자신의 실력보다 오히려 시험 보는 요령과 기술이 좋은 사람이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듯이, 속칭 ‘선거공작’에 능하면 실제 직무 능력이 떨어지는 회원도 의사협회장에 당선되는 사례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회장 직선제 낮은 투표율 조직 건전성에 치명적 결함 내재 

    그러나 낮은 득표율로 당선된 회장은 상대적으로 지지 기반이 약해 적은 수의 반대세력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탄핵 움직임에 쉽게 노출된다는 약점은 이미 충분한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 이번 제40대 집행부 임기동안에 3년 연속 탄핵안 처리를 위한 임시총회가 열렸다는 사실과 결과적으로 탄핵이 무산됐다는 사실은 무언가 의협 조직 내에 건전성 문제가 내재돼 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해볼 수 있다.

    최대집 현 회장에 대한 1차 탄핵 움직임은 임기시작 6개월도 되지 않아 발의됐다. 어떤 당선인이 회장이 되더라도 6개월의 직무수행으로 탄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언뜻 봐도 상식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선진국에서 대통령에 취임하면 일정 기간 동안 언론 비판도 스스로 자제하는 ‘허니문 기간’을 인정하는 것에 비춰보면 6개월도 안돼 탄핵을 제기하는 것은 가혹하고 끔찍한 정치적 자충수임을 깨닫게 한다.

    의협의 의사결정구조 또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보면, 그 형태가 미국의사회(AMA)를 벤치마킹한 것이 보인다. 미국의사회는 다시 영국의사회가 그 원형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제가 아닌 영국은 의사회도 실제 주요 권한은 대표자회의에 부여돼 있어 우리나라의 대의원총회와 유사하다. 영국의사회 회장은 상징적인 대표자로서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보인다.

    미국은 대통령중심제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AMA 회장은 대의원회 의장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견제할 수 있으며, 특히 회장으로서 현직 재임 시뿐 아니라 선출당시 차기 회장으로서, 그리고 임기가 끝난 후 직전 회장으로서 3년간 비슷한 영향력을 연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사회의 최종 의사결정기구는 대의원회(House of Delegate)로써 대의원회 의장은 권한이 크고 임기 4년이 보장된다. 의사회 실무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은 이사회(Board of Trustees)로써 집행부를 대표하는 회장단과 대의원 대표단과 직역과 지역을 대표하는 리더의 혼합된 구성원이 분기에 한번 씩 주요사안을 심의한다. 물론 정책적인 최종 결정은 대의원총회에서 맡아 하고 있다. 

    영미의사회, 견제와 균형 통합 구조 vs 의협, 분절적 셀룰러 조직 

    영국의사회는 직역과 지역, 대표자회, 집행부 등으로 거버넌스를 형성해 전체 약 60여명이 모여 2개월에 한번 꼴로 하루 종일 회의를 진행한다. 미국과 영국의사회 조직은 우리나라와 유사하나 운영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 의사회는 직역과 지역, 대의원회, 상임이사회를 아우르는 소통과 논의의 장이 선진국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인 면에서 많이 부족해 보인다. 상임이사와 회장단의 참여로 매주 열리는 상임이사회와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단과 대의원회와의 소통은 각각 월 1회 혹은 2개월에 한번 정도 의협 상임이사가 1시간 정도 주요 현안에 대한 보고를 하는 것이 소통구조로 돼있다.

    의협이라는 조직 내 원활한 의사소통구조가 분절돼 있다면, 이로 인한 내부 소통장애에 대한 불만은 곧 집행부와 대의원회 혹은 집행부와 시도의사회의 갈등구조를 만들어내는 매우 치명적인 싹이 자랄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사결정구조에 따른 운영상 문제는 세부 단위의 의사회 조직을 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영국이나 미국의사회의 원형은 회원 개인이 갖고 있는 개인주의적 문화에 기초를 두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근간이 돼야 진정한 민주주의적인 정치 풍토가 형성되듯이 의협도 구성원 모두의 참여가 기초가 돼야 하는데 그러한 선진 문화는 아직 우리에게는 요원해 보인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문화는 집단주의 형태로써 의사양성에서부터 졸업 후 전공의교육에 이르기까지도 상명하달 일방통행 소통 방식의 견고한 틀에 갇혀 있는 듯하다. 구성원 스스로 자주적인 의견개진이나 능동적 참여는 아직도 소수 회원의 일로 보인다.

    의협 내의 각각의 구조를 담당한 리더들은 친목적인 행사도 좋으나 더욱 학구적이고 진지한 논의의 장을 키워 나가야 하고, 후배 리더들이 양성될 수 있는 의료 문화적 변화된 양상과 내실 있는 문화적 자산의 축적이 필요하다. 

    악법과 규제 홍수 속 소통과 의사결정방식 개선 없인 갈등만 양산 

    대의원회나 시도의사회도 집행부에 대한 수임사항이 제대로 잘 반영돼 수행되기 위해서는 미진한 진척에 대한 비판도 분명 예의를 갖춰 제기해야 한다. 다 같은 동료 의사들로서 비판은 상호존중에 의한 비판이어야 하지, 근거 없는 상처내기 식 비난은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로부터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의료 악정책과 법안 발의에 대해 의사협회 집행부와 시도의사회, 그리고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최소한 2개월에 한번 정도 하루 종일 회의를 통해 현안을 숙의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각오와 희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성숙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의협 내부의 충분한 의사소통에 대한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현재와 같아서는 의협의 만성적인 내부갈등과 소통장애로 건전하고 튼튼한 조직이 될 수 없어 보인다.

    의협이 변하는 사실은 아마도 투표율의 추세와 득표율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번에 다가오는 선거에서 회원들이 원하는 대로, 또 바라는 대로 급격한 변화가 생길 수 있을지는 매우 궁금하다. 새로운 의협회장은 지금의 의협 보다 더 발전된 의협의 모습을 만들어 가야 전진해 나갈 수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의협 내의 의사소통구조 개편과 이를 위한 의사결정구조의 개선은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사안으로 보인다. 

    의협회장은 대정부 투쟁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현실도 부인하기 힘드나, 무엇보다도 자체적인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13만 회원을 대표하는 조직의 단체적 역동성(group dynamic)을 이끌어 내야 현재와 같은 험악한 의료 환경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대정부 투쟁이나 협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내부 갈등과 균열임을 누구나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갖가지 악법을 갖춘 우리나라의 특수한 의료 환경에 대한 중장기적인 전략도 필요하다. 몇 가지 악성 법안은 비록 강력한 투쟁이 성공했다고 해도 바꾸기가 쉽지 않은 복잡한 사안이기에 우선 의협 내 모든 참여 구조가 같이 논의하고 결정해 다 같이 결정하고, 다 같이 행동할 수 있는 정책과 조직의 일관성을 갖추고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집단 시대적 역량 ‘단체적 동태성’ 확보 관리할 수 있어야

    의학교육에도 좋은 선생이 과거 좋은 지식의 전파자에서 좋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배움의 환경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역할로 변화하듯이 한 사람의 강력한 투쟁 의지의 표출보다 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진정한 의협의 단체적 동태성(group dynamics)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의협이 원하는 의료 환경의 개선은 우선 의협 내의 공감대와 회원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 정부, 국회, 그리고 사회와 언론 모두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인데, 회장 한 사람의 능력으로는 당연히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의협회장의 임기가 3년이라는 사실은 의협이 쟁취해야 할 일은 많은데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다. 이에 당선 초기부터 3년간의 직무에 대한 탄탄한 기획을 해야 하는데 회장을 도와줄 역량 있는 참모들이 필요하다. 우수한 리더들의 덕목을 보면 자신의 능력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역량을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의료의 수행평가는 세계 58위로 가장 취약한 점이 사회적 자산 혹은 자본(social capital)의 결핍이다. 사회적 자산은 대인 관계, 공유된 정체성, 공유된 이해, 공유된 규범, 공유된 가치, 신뢰, 협력 및 호혜성을 통해 사회를 매우 기능적으로 효과적인 집단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전 회원 참여 강력한 힘 ‘협치’ 실현가능한 사회적 자산 축적해야

    우리나라는 의료에서 의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나 협치가 기본 형태인 사회자산의 형성은 매우 낮은 나라로써 의사단체와 정부는 협치 보다는 투쟁이 우선하는 사회가 됐으니 낮은 평가에 억울할 일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여러 나라에 대한 정보가 많은 세계보건기구의 평가는 놀라우리만큼 우리나라의 약점을 잘 지적해주고 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의협도 의협 내의 각종 다양한 지배구조상의 협치도 쉽지 않다. 현재 제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부여받은 의협회장의 숙제는 의협 내의 ‘사회적 자산’을 구축하는 것이다. 전체주의에 익숙한 정부관리가 보여주는 지독한 관료주의와 역시 집단주의 산물로 양성된 의사의 전문주의의 충돌에서 상호 먼저 사회적 자산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지가 전문주의와 관료주의의 충돌에서 그 승패가 달려있다고 보인다. 

    내년에 맞이하게 될 제41대 새 의협 회장은 의협의 문화가 바로 우리나라 정쟁 문화의 축소판으로 인식하고 단기간 내에 가장 먼저 의협의 구조와 동태성의 문제를 진단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라 전체의 약점으로 보이는 사회적 문화자산의 형성이 바로 의협이 당면한 문제로 인식하고, 의협 내 바람직한 의사소통구조를 만들어 의협을 움직이는 동력기관이 정상적인 출력을 힘껏 낼 수 있는 역량을 만들도록 의협의 변화부터 이끌어 주기를 기원해 본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