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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감정의 중요성…'아쉽다' 하지만' 등의 단어가 동료의사 형사처벌할 수도

    의협 의료감정원 11월 가동 시작..."의사 형사처벌은 필수의료 무너뜨리고 방어진료 양산"

    기사입력시간 2019-10-08 06:53
    최종업데이트 2019-10-08 08:26

    사진=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판검사는 의료사고의 형사책임에 대한 과실을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의사가 작성하는 의료감정이 중요하다. 그래서 대한의사협회는 자체적인 의료감정원을 가동하려고 한다."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변호사)는 6일 산부인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마련한 '의료사고 형사책임의 현황과 대책' 특별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 이사는 “판검사가 형사책임에 대한 과실을 판단할 능력이 없다. 왜 의사를 형사처벌해야 하는지 아닌지 고민이 빠졌다”라며 "그래서 감정을 이용하고 감정의 말 한마디에 결정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잘 알려진 대표적인 형사 사건을 보면 2017년 4월 자궁 내 태아사망으로 산부인과 의사의 1심 실형에 이어 2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사건이 있다. 의사가 산모의 분만을 진행하던 중 태아의 심박동구 급저하증상으로 자궁 내 사망에 이른 사건이다.  

    지난해 10월 횡격막 탈장 오진으로 의료진 3명이 실형선고 후 법정구속된 사건도 있다. 2심에서는 응급의학과 의사에 한해 무죄가 선고됐다.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는 금고 1년6개월과 집행유예 3년 및 사회봉사 40시간, 가정의학과 전공의에게는 금고 1년과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했다. 

    올해 6월 산부인과의사가 사산아 유도분만 시행중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 산모 사망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2심 실형선고 후 법정구속된 사건도 있다. 이 사건은 현재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김 이사는 의사의 단어 하나, 말 한마디로 의사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자궁 내 태아사망 1심 판결 당시 환자 측에서 “혹시 살 수 있지 않았을까요”라는 질문에 의사가 “그럴수도 있겠다”라고 대답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과실이 있었고 인과관계가 있었다. 독일인인 환자 측에서 10억원을 요구했다. 독일 감정서도 갖췄다. 매뉴얼과 권고사항을 안지켰다고 지적했다”라며 “법원은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합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2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과실 부분은 인정했지만 합리적인 입증책임이 나오지 않아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의견서를 보면 ‘하지만’ ‘아쉬움’ 등의 단어를 썼다. 의사가 감정서를 썼지만, 법적으로 이는 분명한 과실이고 실수라는 표현이다”라며 “법조계는 이런 단어 한마디 갖고 의료상 과실을 인정한다. 법학에서 아쉬움은 아쉬움이라는 단어라기 보다는 실수라고 인정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재판에 가지 않고 의뢰인과 의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한다. 중재원은 조직을 살리는데 주력하다 보니, 사건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사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취지와 달리 형사사건 감정이 전체의 50%에 이른다”라고 밝혔다. 

    김 이사는 “중재원은 소액으로 많이 합의를 보도록 한다. 소송으로 가기엔 미흡한 측면이 있으니 일부 위로금을 주면서 환자를 달래고 끝낸다. 그러다 보니 중재 성공률이 60~70%에 이르고 실적을 높인다”라며 “이에 따라 공정한 중재 절차와 독립된 의료감정원이 설립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의사 구속 사건을 보면 법학과 의학의 공존 필요성을 절감한다”라며 “형사사건 하나에서도 해당 전문과 분야 전공의에 영향을 주고 의료 인력 수급의 절벽이 생긴다. 개인병원 의사가 법정구속이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하고 의사들은 방어적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의료는 국민건강과 생명권에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라며 "캐나다에서는 형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내용이 나와있다. 100년동안 의사가 구속된 사례를 보면 악의적인 사례 한 건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의사와 판검사는 각자의 영역에 있어서 전문가로 존중돼야 하고 전문가로서 동격이 돼야 한다. 의료에 민사 책임이 아닌 형사적 책임을 가하면 필수의료, 생명을 다루는 분야는 다 사라진다"라며 "이런 취지에서 의료감정원 설립의 필요성이 나왔다. 의협 의료감정원이 9월 설립돼 11월 중에 인증교육을 해서 가동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