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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란 무엇인가’...국가에 되물어라

    [칼럼] 김효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18-09-28 10:32
    최종업데이트 2018-09-28 10:32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김효상 칼럼니스트] 최근 한 대학교수가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을 신문에 기고했다. 추석만 되면 되풀이되는 결혼이나 취업에 관한 질문에 각각의 정체성을 되물어 고민해 보라는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이를 보고 대한민국에서 의료란 어떤 의미인지 그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어졌다.
     
    의료란 무엇인가
     
    의료는 의료 공급자인 의료인과 의료 소비자인 환자 간의 의료 계약이다. 어느 상대방의 무조건적인 희생이나 강요를 받는 것이 아닌 동등한 계약 관계다. 정당한 대가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환자들이나 국가가 의사들에게 요구하는 의료 서비스 수준은 받는 대가, 즉 수가에 비해 높아져 가고 정부는 끊임없이 의료인들을 옥죄는 규제를 만들어낸다.
     
    엄밀히 따지면 국민의 생명을 수호하고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이런 측면에서 의료인들은 국가의 국민에 대한 의무를 대행해주는 업(業)을 수행하는 것으로, 국가로부터 더 보호받고 장려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현재 국가는 의료인들을 부도덕한 기득권 계층으로 매도하며 낮은 의료수가로 저품질 의료를 강요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에 의료란 어떤 의미인가. 의료인들을 무릎 꿇게 규제하면 알아서 따라오는 부산물 같은 것인가. 그리고 보건복지부 복수 차관제 공약은 어디 갔나. 보건의료를 얼마나 비중이 없게 생각하는 것인가.
     
    국민 의료비란 무엇인가
     
    국민들이 의료 이용에 무한 자유가 있고 의료 전달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국민 의료비 통제를 적절히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의료 이용자의 의료소비는 통제하지 않고 의료 공급자가 잘못해 의료비가 상승한다고만 몰아붙이는 것인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국민들의 의료이용권을 제한하지 않는 것은 정치권에 필요한 표를 몰아줄 국민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닐까. 또한 상급병실 및 MRI 초음파 급여화 등으로 의료 이용을 더 늘리게 만드는 것은 정부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국민 의료비 상승을 왜 의사들 탓으로 돌리는 것인가. 국가에 의료비 깎아주기란 국민 지지율 상승수단인가.
     
    공공의료란 무엇인가
     
    공공의료는 민간 의료에서 할 수 없는 영역을 시행하며 보완해주는 것이 주된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는가. 공공의대, 공공의료원을 설립하면 공공의료가 완성되는가.
     
    외상환자가 생기면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를 찾아가야 하고 메르스 환자가 생기면 삼성서울병원을 찾아가야 하나. 민간병원에서 수익이 나지 않아 공공의료가 다뤄야 할 부분을 왜 국가는 하지 않고 민간에게 미루기만 하는가. 공공의료원이 민간병원처럼 장례식장 등의 부대 수익을 올려야 하고 진료 수익 매출을 따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가 공공의료를 정확히 파악한다면 외상환자를 담당할 외상 전문병원 설립, 인천국제공항공사 앞 해외 감염병 전문 병원 건립,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감염 방지 대책 마련 등 할 일이 태산일 것이다. 그런데 왜 공공의료기관들을 민간의료기관들과 매출 경쟁시키고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가.
     
    그러면서 생명의 촌각에서 삶을 건져 올리는 필수 의료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대신 안 찍어도 사는 데 지장 없는 MRI 급여화나 2, 3인실 병실 급여화를 하는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가.
     
    외상센터 인력이 없다고 하니 전공의 파견을 제시하는 국가에,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의 생명에 대한 고민을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국가에게 공공의료는 무엇인가. 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올 때만 중요해지는 반짝이인가. 공공의료란 국가에게 선심성 행정의 다른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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