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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등 수면x디지털 헬스케어…임상 데이터로 신뢰 높이고 근거를 쌓는 것부터

세종충남대병원 조철현 교수 "비약물적 치료 연구 필요...의사는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환자의 치료자이자 동반자"

기사입력시간 21-02-03 16:22
최종업데이트 21-02-0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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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세종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수면의학회 총무이사) 
수면과 만난 기술 '슬립테크(Sleep Tech)' 트렌드
①CES에서 소개된 기업들, 수면 상태 측정하고 편안한 수면 환경 제공
②"약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치료법 등장...임상 검증으로 근거를 쌓는 것부터"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수면과 IT기술이 만나 웨어러블 기기, 침대 센서, 디지털 치료제 등의 기술을 가진 슬립테크(Sleep Tech) 기업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슬립테크가 새롭게 헬스케어 영역으로도 자리매김할지 관건이다.  

세종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그동안 수면장애, 정신질환과 디지털 헬스케어와의 연관성을 두루 연구해왔다. 웨어러블 기기로 활동량, 생활리듬, 수면정보 등을 측정하고 스마트폰으로 야외활동 여부와 기분상태 정보를 매일 수집해 증상의 악화를 미리 예측하는 연구도 해왔다. 특히 조 교수는 연구를 통해 환자가 약물 치료에 대한 부담감이나 인지행동요법 치료에 따른 시간적·공간적 제약으로 충분한 치료를 받는 것이 어려운 상황을 해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조 교수는 최근 3년간 기분장애·자살·수면장애·불안장애·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정신의학 분야의 논문 17여편의 주저자로 활동했다. 이런 공로로 지난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환인 젊은연구자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8년에 국제조울병학회에서 동아시아 최초로 젊은 연구자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보건의료기술 유공자에 대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조 교수는 “앞으로 환자들이 약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비약물적 치료적 선택과 노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완벽하진 않아도 좋은 치료방법을 제시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라며 "다만 임상 의사들이 기술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환자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고, 이를 임상적으로 검증해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현 교수와 함께 슬립테크의 다양한 가능성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살펴봤다. 

수면과 기술이 만난 슬립테크…진단만으로는 한계, 치료에서 가능성을 찾아야 

-수면과 디지털 헬스케어가 만나고 있는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수면과 관련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두 가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첫 번째로 진단과 상태 측정을 위한 모니터링이 있고 두 번째가 치료다. 현재 대부분의 기술이 수면 모니터링에 중점을 두고 매일 현재 수면상태를 진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수면모니터링 기술이 고도화하는 것만으로는 기술이 발전됐다고 보기 힘들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산업화되려면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수면과 건강상태의 연결성을 통한 해석이 있어야 하고 치료방법이 나와야 한다. 그만큼 더 깊이 있는 해석이 필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불면증을 인지행동치료(cognitive-behavior therapy, CBT) 기반으로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하나가 수면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수면은 자연스러운 생리적인 작용이고 그날그날 잘 자는 것을 관건으로 둬야 한다. 하지만 잠을 잘 자게 만들기 위한 방법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오히려 수면을 망치기 쉽다. 일상 중에 하나인 수면, 그리고 수면 외에 일상적인 활동을 봐야 한다. 이것을 교정해주고 인지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불면증 치료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수면모니터링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기준에만 부합한다면 수면다원검사가 건강보험에 적용되기 때문에 차라리 정밀한 검사를 하는 편이 낫다. 수면모니터링 대신 애플워치나 갤럭시워치를 통해 심박수나 산소포화도를 얼마든지 측정할 수 있다. 미국은 수면다원검사 비용 자체가 너무 비싸다 보니 이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정확도를 보장한다면 수면 모니터링이 의미가 있지만,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고 본다. 

-최근 수면과 관련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있나. 

불면증 디지털치료제는 아마 가장 앞으로도 관심이 늘고 실제 구현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지행동치료 기반에서 그 사람의 수면에 대한 인지와 행동을 교정해야 한다.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행동 교정을 이끌어나가기 위해 UX/UI가 중요하다. 단지 수면에 필요한 인지행동치료적 기법을 앱으로 만들어 뿌리는 게 아니라, 앱을 통해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하고 수면행동을 변화할 수 있도록 교정해야 한다.

수면 모니터링기기는 연구를 해보면 사람들마다 수면을 측정하는 도구에 선호도의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손목에 착용하는 기기를 계속 사용하면 잘 때 방해가 된다. 혹시라도 잘 때 방해가 되지 않고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관심을 가져볼 수 있다. 침대 밑에 수면상태를 측정하는 센서가 많이 나오고 있으나, 보다 편하게 측정하는 방법이 있어도 좋을 것이다. 

가령 옆에 두면 레이저나 초음파를 통해 움직임을 확인하고 간접적으로 수면 상태를 측정해볼 수 있는 기술도 나왔다. 수면단계를 보기 위해 뇌파 검사가 필요한데 머리에 쓰는 밴드처럼 측정해볼 수 있는 도구도 있다. 

수면다원검사를 판독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은 점점 고도화되고 보급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의사들의 진단과 치료 결정에 도움을 주는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의 역할을 할 것이다. 수면다원검사 분석에 도움을 주고 어느 정도 분석에 필요한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 가구 회사들을 중심으로 수면 센서와 결합한 침대가 계속 검토되고 있다. 침대를 통한 수면모니터링 기기의 활용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사람들이 이를 귀찮아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이용하려면 어떤 기능이나 연구가 더 필요할까. 

미국에서도 침대에 센서를 부착한 제품이 나와 있고 수면 클리닉에서 데이터를 분석해준다. 수면과 관련한 건강관리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침대 센서를 이용했을 때 실질적으로 수면에 대한 정보를 얻고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침대 센서에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을 수 있다. 게다가 침대 센서에 만족할 수 있는 대상자는 제한적이다. 가령 수면 상태에 문제가 있더라도 본인 스스로 잘 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침대 센서 자체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다른 회사들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세심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 인지행동치료의 비약물치료 역할로 기대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가 중독치료 앱 '리셋(ReSet)'에 대해 2017년 9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3월에는 불면증 치료 앱 '솜리스트(Somryst)'의 허가를 받았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 헬스케어업계는 물론 제약바이오업계의 관심이 많다. 약 대신 소프트웨어를 처방하는 디지털 치료제가 정말 유망하다고 보는가.

대부분의 질환이 그렇지만 특히나 정신질환은 일상생활에서 승부가 갈린다. 의사나 환자가 만나는 시간 사이의 빈 공간, 즉 일상의 시간을 메워줄 수 있어야 한다. 비약물적인 치료 중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치료제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불면증은 정형화된 인지행동치료 프로토콜이 있다. 이를 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접근 방법이라 디지털 치료제로 만들기에 가장 좋다고 본다. 우울, 불안, 강박 등의 문제도 스스로 치료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있다면 디지털 치료제를 통한 인지행동 치료가 가능하다.

대상군을 조금 더 나눠서 불면증을 진단할 수 있는 고위험군부터 타깃으로 설정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가령 교대근무자의 스케줄에 맞춰서 수면을 관리할 수 있다. 갱년기 여성이나 임산부, 수험생 등 불면증도 치료 이전단계에서 교정이 필요하다. 당장 수가가 책정되지 않더라도 지자체 차원 지원으로 시작하거나, 사회적인 이득으로 접근해볼 수 있다.  

-디지털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로 편입될지도 관건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디지털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나 비급여를 받으려면 매우 어려운 난관을 거쳐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패스트트랙으로 디지털 치료제를 허가해주고 있지만, 아직 미국 공보험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에 보험 급여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향적으로 디지털 치료제를 승인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의학적 필요, 과학적 근거 확보, 의료인-환자들의 이해 증진, 수가 등의 선순환 경제 안정화와 정책적 뒷받침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디지털 치료제가 보다 가속화할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의 일부는 병원에서 처방이 이뤄져야 하지만 한편으로 일부는 건강증진 개념으로 가야 한다. 개별적인 유료서비스를 도입하긴 어렵더라도 직장인 건강관리 등으로 서비스를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고위험군 기반이나 지역 기반의 의료서비스가 다른 분야보다 빨리 도입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슬립테크 산업 발전하려면 임상데이터로 검증하고 근거 만들어야 

-수면과 관련해 각종 새로운 슬립테크 산업이 발전하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자본과 이윤이 끼기 시작하면 여러 의미의 유혹이 생길 수 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뭔가 있을 것 같다는 ‘붐’이 생기기 마련이다. 미국도 코로나19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더 늘고 있다. 그만큼 거품이 생기면 기술의 옥석을 구별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수면과 관련한 기술도 시작부터 산학연병 구성체를 이뤄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임상 의사들이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임상적으로 니즈가 있도록 개발하고 검증하고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의대 교수는 진료, 교육, 연구를 해야 하는 만큼 창업을 꼭 선택하지 않더라도 회사의 지분을 갖고 역할을 하거나 자문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수면 상태를 측정하고 객관적, 주관적인 측면을 모두 반영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수면이라는 것의 특성상 개개인별로 본인의 경험과 외부의 평가가 일치하는 객관적일 수 있고 주관적일 수도 있다.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수면 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다. 수면 상태를 측정해보면 꽤 잤는데도 한숨도 못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때문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의학적 근거를 통한 증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충분한 샘플을 대상으로 한 통계적 검증이 필요하다. 단순히 '제품을 써보니까 좋더라'는 사용후기는 잘못된 접근이다.  

-그동안 수면장애와 정신질환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앞으로 해보거나 해보고 싶은 연구 분야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다양한 연구를 하다 보니 결국은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디지털 표현형이라고 부르는데 환자 불면장애, 정서장애, 불안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현재 상태를 반영하는 다층적 데이터를 대규모로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도 일상에서 각자의 현재 정신상태와 이를 반영하는 행동·생리적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앱과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우울증, 불안 등의 증세가 있는 환자들의 데이터를 전향적으로 모아서 상태를 파악하고 예방을 할 수 있도록 시도해보고자 한다. 

앞으로 환자들이 약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비약물적 치료적 선택과 노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완벽하진 않아도 좋은 치료방법을 제시해주는 의사의 역할이 필요하다. 플랫폼을 통해 환자들이 참여하고 전향적 장기간 데이터를 모은 다음 환자들을 관리해주면서 이를 활용한 예측성 향상, 개인화 등의 차별적 기술을 담을 수 있다면 다른 의미의 디지털 치료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동안 수면과 정신질환 치료에 대해서는 약에 많이 의존해왔지만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도 기술이 발전하면 약물치료 외에 다양한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가.

정신과 치료는 생물학적 치료와 비생물학적 치료로 나뉜다. 약물 치료에 비해 보다 효과적인 비약물적인 치료의 가능성을 더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비약물적인 치료 중 디지털 치료제가 효과적이라고 하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동시에 디지털 치료제를 사용하면서도 보다 아날로그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즉 디지털 치료제라는 플랫폼 안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상심리사 등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는 환자 개개인의 성향을 고려한 치료법 접근이 더 고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통적인 치료를 받는 각종 정신질환 환자들은 치료실 밖을 나가면 일상 생활에서 혼자서 고군분투를 해야 한다. 현대 의학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 입장에서 아직도 채워야 할 구멍이 많다. 이 때문에 특별히 한 가지 치료 방법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접목한 치료가 필요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신중하고 과학적인 접근과 그 효과와 이득, 그리고 부작용에 대한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의사는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환자들의 치료자이면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병원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환자의 증상 완화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다. 
 
조철현 세종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고려대의대 졸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 고대안암병원 임상조교수 
세종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대한수면의학회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