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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계의 숨은 공로자, '무명의사'

    기자 맘대로 뽑은 올해 의료계 인물들

    기사입력시간 2015-12-28 05:54
    최종업데이트 2015-12-28 05:54




    의료계엔 다양한 단체가 있고, 어떤 의료인은 그 속에서 역할을 찾는다.
     
    존재 이유에 걸맞은 이름을 내건 단체에서, 그들 의료인은 역할에 충실한 직위를 만들었다.
     
    그런 직위에 오른 사람 중에는 기대했던 역할을 충실히 해내, 의료계에 이바지한 의료인도 있다.

    하지만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반면 그런 직위와는 관련 없는 자리에서 본인의 역할을 묵묵히 해낸 의사들도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실제 대단한 일을 했지만, 동료 의사들은 그렇게 기억하지 못한다.
     
    높은 직함은 없고 이름조차 모르지만, 올 한해 의미 있는 일을 해낸 의사들을 되짚어 봤다.
     
                               
    1. 메르스를 처음 의심했던 삼성병원 의사
     
    대한민국 국민과 의료인 모두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메르스.
     
    언론들이 메르스 발병 초기부터 늦춰진 진단에 대해 집중포화할 때도, 일부 의료인들은 그 반대의 의미에서 의아해했다.
     
    대부분 의사가 듣도 보도 못할 정도로 생소했던 이 질환을, 처음에 누가 어떻게 의심해서 검사를 의뢰했느냐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번 환자는 당시 메르스 위험지역 이외의 국가로 분류되던 바레인을 다녀온 상태였고, 질병관리본부는 의사들에게 도움은커녕 제동을 걸었다.

     
    외부에 제대로 알려진 적은 없지만, 이 주인공은 첫 확진자가 나온 삼성서울병원 소속의 감염내과 의사로 추정된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삼성병원 의료진은 첫 확진자가 진단되기 전 10가지 이상의 호흡기 질환에 관한 검사를 했고, 특별한 결과가 없자 메르스 검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슈퍼감염자인 14번 환자 방치로 '영구불멸'할 정도의 욕을 먹는 게 마땅한 삼성서울병원이지만, 감염내과 교수인지 전임의인지 아니면 예상외로 전공의인지 모를 첫 진단 의사는 따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의심 환자의 5월 19일 처방 화면에 메르스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를 입력하라고 지시했던 당신,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하다.
     
     
    2. 다나의원 신고 유도한, 제보자 지인 의사
     
    대한민국처럼 제보자의 신원 보호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공익이라는 그럴싸한 명분 하나로 사실을 밝히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서울 다나의원에서 벌어진 'C형 간염 바이러스 집단 감염'을 세상에 알린 익명의 제보자나 제보를 조언했던 A의사가 대단한 이유다.
     
    제보자는 본인이 알던 사실을 공개하기 전, 판단이 서지 않아 지인이던 A의사와 상의했다.
     
    관련 사실을 전해 들은 A의사는 고심 끝에 제보자를 설득해 해당 보건소에 관련 사실을 알렸다.
     
     
    A의사 입장에선 밖에서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폐쇄적인 국내 의사 커뮤니티에서 A의사는 본인의 신원이 밝혀질 경우, 행동의 취지와는 상관없이 동료를 고발한 의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을 수도 있다.
     
    실제 그는 제보 전이나 후에도 그 부분을 가장 힘들어했다.
     
     
    '엽기적인 의료행위'를 신고한 게 뭐 그리 대수냐고 생각하는 의사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모든 의사가 A씨의 상황에서 같은 선택을 했을까?
     
    수련 때 겪은 수많은 병원의 부조리를 '전문의 시험 자격증' 때문에 눈감았거나, 아예 잘못됐다고 인지조차 못 했던 상황을 떠올려보자.
     
    '괜한 오지랖'을 발휘하기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지랖의 결과가 이득은 없고, 손해만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3. 또다른 '오지라퍼', 개원의를 돕는 개원의
     
    심평원이나 공단 실사를 당하고, 소위 '멘붕'에 빠지지 않는 의사는 없다.
     
    수년에 한번 겪을까 말까 하는 일에 관한 규정을 정확하게 숙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서로 명시된 실사 방식의 규정조차 정부와 의사 단체의 해석이 달라, 설령 제대로 숙지하더라도 뭣 모르고 '당하기' 일쑤다.
     
     
    얼마 전 지방의 한 개원의는 심평원 실사에 '멘붕'을 당해, 행정 처분을 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그는 관련 기관 홈페이지에 실사의 부당함을 알리고, 여러 의사 단체에 도움을 청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하지만 정작 그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운 건 다른 개원의였다.
     
    관련 기사를 전해 들은 K씨는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본인 신분을 밝힌 후, 실사를 경험한 개원의에게 연락할 방법을 요청했다.
     
    본인 역시 개원 중이었던 K씨는 의협 자문 경험을 살려 부당한 실사를 당했다고 호소한 개원의를 도울 방법을 강구했다.
     
    명함에 있는 그의 이력(의협 보험 자문) 때문에 기자는 전화로 다른 개원의를 돕는 게 의협 차원의 대응인지 확인해야 했는데, K씨는 "그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K씨 말고도, 개원의 중엔 본인 의원에는 소홀하면서 의료계 부조리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의사들이 있다.
     
    그들은 본인이 진료하는 의원이 파리 날리는 상황엔 무던해도, 의사들의 권익이 떨어지는 상황은 못 참는다.
     
    누가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고, 딱히 상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떤 단체에 소속하지도 않고, 제대로 된 직함조차 없는 이들의 '오지랖'이 의료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키기도 한다.
     
    2016년에는 이들 개원의가 오지랖을 접고, 본인들의 점방(의원) 운영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