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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화재가 개원의에 보낸 공문 한 장..."치료목적이어도 비급여 주사제 실손보험 지급 거절될 수도"

    식약처 허가사항 준수 요청...좌훈정 부회장 "정당한 의료행위조차 위축, 피해는 환자들에게"

    기사입력시간 2020-05-18 06:51
    최종업데이트 2020-05-18 20:30

    삼성화재에서 의료기관에 발송된 공문. 사진=제보자 제공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어느 날 갑자기 개원의가 대형 민간보험사로부터 비급여 진료를 할 때 치료 목적이어도 환자들의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는 공문을 받는다면 어떤 심정일까.

    환자와의 갈등이 예고되는 것 외에 자신의 진료행위가 정당했더라도 위축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보험계약 주체인 보험사가 아닌 개원의와 환자들간 갈등이 일어나고,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개원의협의회 좌훈정 기획부회장 등 개원의들은 최근 삼성화재로부터 비급여 주사제와 관련한 공문 한 장을 받았다. 

    공문에 따르면 “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영수증, 진료비세부내역서 등 관련 서류 검토 결과 비급여 주사제가 환자 치료시처방 투여된 사실을 확인했다”라며 “비급여 주사제는 면역증강제 및 식욕촉진제, 비타민, 따로 분류되지 않는 대사성 의약품, 해독제, 자양강장변질제, 무기질 제제 등이다”라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향후 환자가 가입한 보험상품 약관 기준에 따라 비급여 주사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의 효능효과를 기준으로 실손의료비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며 “따라서 비급여 주사제의 경우 식약처 허가사항의 효능효과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치료 목적에 의해 처방 투여했다는 소견만으로는 환자의 실손의료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귀 의료기관과 환자에게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 비급여 주사제에 대해 고객 문의가 있는 경우 이 내용에 대해 고객에게 안내를 부탁드린다. 보험금 지급 거절로 인한 불만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라고 요청했다. 

    이런 공문은 서울 외에 일부 지역 개원의 다수가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급여 주사제의 보험금 지급 거절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료계 내의 공론화가 이뤄졌다. 비급여 주사제는 일부 신체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처방되고 있기 때문에 처방을 중단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의도 있었다.  

    무엇보다 좌훈정 부회장이 이 같은 공문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이유는 식약처 허가 사항을 초과해서 사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보험사와 분쟁이 일어날 만한 처방도 없었고 환자가 일방적으로 원하더라도 오히려 대상이 아니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좌 부회장은 “정당한 진료 행위를 하는 데 있어 이런 공문을 받는 것이 의아하다”라며 “실손보험 계약과 전혀 상관없는 의료기관에 이런 공문을 보내는 것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좌 부회장은 “민간보험사는 허가 기준을 담당하는 식약처가 아니고 그렇다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아니다”라며 “치료 목적이어도 허가기준을 초과하지 말고 사용하라는 공문을 보낸다는 것은 대형 민간보험사의 횡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라리 공문을 보내려면 계약 주체인 환자들에게 보내는 것이 맞다. 이런 공문은 개원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의사들을 마치 잠재적인 과잉진료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화재 측은 “해당 공문은 경고 메시지가 아니라 식약처 허가 사항을 벗어나는 처방을 자중해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이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민간보험사의 이 같은 움직임에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간보험사가 이같은 공문을 보내는 일은 이전에도 백내장, 도수치료, 맘모톰 등에서 다수 있었고 실제로 의료기관을 상대로 과잉진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간보험사는 지난해 말 비급여 주사제를 특약에 포함하지 않는 내용의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좌 부회장은 “민간보험사의 이 같은 횡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의사 고유의 처방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 목적으로 처방하더라도 마치 잘못한 것으로 몰아가 진료행위를 위축시키는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결국 그 피해는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